새로운 곡을 만나는 과정

그 곡을 부르는 날을 상상하면 설레어 도무지 잠을 못 이루는 날도 있다

by 멜레하니


듣는 순간, 아! 이거 내가 부르면 내 목소리와 잘 어울리겠다거나 또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나도 불러보고 싶다는 곡들이 있다. 이런 곡들을 만나는 날은 뭐라고 비유해야 내 심정을 딱 맞게 표현할까. 금덩이들이 묻혀있는 산을 만나는 듯한 기쁨이라고 할까? 아니면 내 생에 있어 너무너무 귀한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라고 할까? 이렇듯 나는 어떤 새로운 곡을 만날 때마다 무척 신이 나 곤 한다.


하와이 음악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에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곡들은 아주 행운이다. 그렇지 못한 곡들은 일단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악보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 가르쳐 주는 영상이나 자료가 있다면 아주 좋은데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일이 코드를 찾아내야 한다. 또 주법도 연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단 내가 새로운 곡을 익히는 과정 중 제일 첫 번째는 수도 없이 듣는 것이다. 하와이 음악은 악보가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나는 주로 곡을 통째로 외워버린다. 아니 외운다는 것보다 어쩌면 그냥 몸속으로 스며들어 오게 만든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무수히 많은 반복 듣기로 내 온몸 세포 하나하나가 저절로 다 기억하게끔 만드는 방식, 그렇게 나는 단순하고도 무식한 과정을 통해 모르는 노래를 익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악보를 보고 곡을 잘 이해하거나 쉽게 읽을 줄 모른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음악지식이 내가 가진 전부이고 그 이외에는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노래를 발견했을 때 악보를 보고 바로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닌 조건이다. 그러나 어차피 하와이 음악에서 악보가 있건 없건 나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다. 악보가 있어도 내가 노래를 익히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좋으니 많이 들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통째로 외워졌을 테니까.


듣고 또 듣고 무수한 반복을 하다 보면 어느 때부턴 가는 그 노래의 음들이 저절로 내 몸 어딘가에 박혀 버리는 것 같다는 때가 온다. 그리고는 신기하게도 어느 지점부터는 저절로 음들이 내 입에서 줄줄 흘러나온다. 그러면 이제 노래를 본격적으로 배워볼 준비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 노랫말을 찾아서 정확히 박자에 맞춰가며 흥얼흥얼 나의 음들을 합체를 시켜나간다. 그리고 또 반복 과정에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 가사가 정확해지고 입에 익숙해지면 이제는 코드를 찾아내서 알맞은 주법으로 연주를 시도한다.


지금이야 연주가 조금은 수월해졌지만 전에는 정말 산 넘어 산이었다. 노래를 익히는 과정도 쉽지 않은 상태인데 우쿨렐레 연주는 더더욱 익숙지 않아서, 연주와 동시에 노래하는 일이 정말 정말 힘들었었다. 그래도 내가 너무나 부르고 싶어 했던 노래를 드디어 내 목소리로 부를 수 있다는 그 희망과 목표, 기대와 설렘으로 그 모든 힘듦과 수고로운 과정들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저 즐거웠다.


칠흑같이 어두운 미지의 세계에 갇혀 있던 진귀한 보석을 더듬거리며 하나씩 하나씩 애써 캐내는 기분이랄까? 그래 그 말이 딱 맞다.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희망이 있다는 것은 어떠한 과정의 어려움도 모두 이겨내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면 그 뒤 남은 것은 무수히 많은 연습이다. 연주와 노래가 잘 묻어나고 어우러지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그러함의 반복과 또 반복만이 남아있다. 나는 이런 모든 과정들이 너무너무 재미가 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고 행복하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영상을 찍는다. 이때가 정말 기쁜 순간이다. 아! 드디어 해냈구나, 이번 곡도 잘했다 하는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나의 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 한 곡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찾아내고 배워가며 연습해서 완성해가는 이 모든 시간들이 나에게는 행복의 다른 이름들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많은 시간들을 나의 음악적인 발전과 성장에 집중하며 오로지 그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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