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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초아 Feb 05. 2024

대한민국에서 40대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아주 예전에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책이 출간된 해가 2010년이었으니 10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시 출판사에는 이 책의 예상 판매 부수를 3만 부 정도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130만 부가 팔렸다고 하니, 이 글의 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이 책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셈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 무렵 이 책의 흥행 바람을 타고 유사한 책들이 쏟아졌는데, 그중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책 제목 때문이다.

 

요 며칠 지독한 감기로 약을 먹어도 기침이 잦아들지 않아 병원에 자주 들리니 의사 선생님이 "몸이 쉬라고 하는 거예요, 쉬어야 나아요"라고 말씀해주신다. 그 순간 쉬라는 말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쉬라는 말을 얼마 만에 들어본 걸까, 기억도 나질 않는다. 반면에 '급해요, 빨리 해주세요, 빠른 확인 부탁드립니다.' 등등 서로의 바쁨을 종용하는 말을 일상에서 더 빈번히 주고받아온 것 같다. 


나는 20대 때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로 사회에 대한 반항기를 가지고 살았다. 남들이 살라고 하는 대로 살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으로 가득했고,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해오기도 했다. 패기 어린 나이만큼이나 자신만만했고 앞으로 나에게 남은 시간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고 결국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착실하게 살아가는 나를 보면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나 40대가 되고 나서 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빨리 지나갈 것 같은 예감. 그래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뒤로 미루고 핑계 댈 것도 없다는 뼈저린 자각이다. 그렇다. 오늘의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쉴 수가 없는 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전에 들었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이 카피가 실제 이 나이가 되어보니 사무치게 와닿는다.

40대는 아프다고 해서 기댈 곳도 기대고 싶지도 않은 나이다. 

아파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나를 보며 잠깐의 넋두리를 해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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