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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초아 Feb 20. 2024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이 주어질 때

기회는 늘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러 직장을 거쳐오며 예상하지 못했던 업무들이 주어질 때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얼마간의 당혹감과 함께 단전에서부터 짜증이 치밀곤 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업무들이 평소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거나 태생적으로 도전적인 성향이라 새로운 일에 가슴 뛰는 성향이면 모를까. 새로운 일을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부딪히며 깨치고 배워야 하는 상황이 시뮬레이션이 되면서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거절할 만한 적당한 핑곗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키지 않는 수락의 형태로 마지못해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세월이 쌓여오며 이제는 새로운 업무들을 그렇게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 자연스러운 업무로 손에 익기까지는 얼마간의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뒤따르는 고통들을 인내하고 나면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나만의 재능을 발견할 때도 있다.




CASE 1.

팀원에서 팀장으로 승진시켜준 업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당시 나의 포지션은 일반적인 편집자들과는 조금 달랐다. 대부분의 편집자들은 격월로 1권의 도서 기획부터 출간의 전 과정을 담당하며 책을 출간하는 데만 업무의 8할이 치중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저작권 업무도 겸임하고 있었다. 출간 예정이거나 출간되었지만 아직 국내에 소개가 되지 않은 책들을 검토하고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시장성에 따라 기획안을 쓰고 계약을 하는 업무였다.


신간을 발굴하기 위해 에이전시들이 보내오는 출간 목록들과 함께 당시 Publishers Weekly라는 미국에서 발행하는 출판 전문 잡지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편집장이 퍼블리셔스 위클리를 읽고 매주 주간레터를 발행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당시 매일 30통가량 쏟아지는 출간 레터 메일과 2~35통의 국내 투고 원고, 거기다 내가 맡고 있는 책 편집까지 더하면 매주 영어로 되어 있는 주간지를 읽고 레터까지 발행해야 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통해 해외 도서 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시야가 트이면서 회사의 출간 방향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고, 국내외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하고 기획자의 사고방식도 터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그해 연말 생각지도 못했던 외서기획팀이 신설되면서 팀장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내가 직무전환을 할 때까지 두고두고 도움이 되었다.



CASE 2.

업무의 경계를 넘나들게 해준 업무


처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는 디자인 업무를 시킨 당시 팀장님이 원망스럽게 느껴졌었다. 디자이너도 아닌 나에게 불쑥 디자인 업무를 제안한 배경에는, 당시 디자인팀의 업무 협조를 받는 게 너무나 까다롭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겨우겨우 디자인팀을 설득하고 읍소하여 디자인 시안이 나왔다고 해도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시안 수정 단계다. 수정을 하려면 논리적인 근거로 설명을 해야 했지만 디자인을 본업으로 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뿐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디자인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시각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디자인 안목을 가진다는 것은 나에게 큰 무기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디자인적으로 잘 전달하고 시각화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를 한 줄로 설명하는 문장을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발견했다.


"예술은 표현이고 디자인은 배려다."


광고인에서 조직문화 전문가로 변신한 박웅현의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에 나오는 문장이다.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색과 선을 활용한 예술이 아닌 사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의도한 것들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 가깝다. 그러기에 내가 하는 디자인은 예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색상, 그림 등을 잘 배치하는 것에 가깝다.


이렇듯 기회는 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찾아오며, 처음 등장할 때는 혹할만한 게 1도 없는 오히려 벗어나고 싶은 모습을 하고 다가올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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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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