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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Aug 22. 2022

영화 <놉> 리뷰

조던 필 영화는 이렇게도 깊다


조던 필의 <놉 NOPE>.

영화를 만들고 보는 사람들, 찍고 찍히고 소비하는, 영화 그리고 미디어 산업에 대한 흥미로운 은유로 가득한 스펙터클한 영화다.

<겟 아웃><어스>를 잇는 조던 필의 세 번째 영화는 앞선 두 영화를 만든 사람이기에 만들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고 그만큼 조던 필의 세 작품 중 가장 흥미로웠다.


*약한 스포일러 포함.


1.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는 어느 날 이상한 전조와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 박힌 괴물체에 의해 아버지를 잃는다. 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파머)의 도움으로 영상에 훈련된 말을 출연시키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가려 하지만 해프닝으로 촬영장에서도 아웃당한다. 카우보이 쇼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아역배우 출신 주프(스티븐 연)에게 말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헤이우드 남매는 주프의 사무실에서 과거 촬영 현장에서 주프가 겪었던  끔찍한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괴 비행물체의 공격은 계속되고,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괴 비행물체의 실체를 파악하며 목숨을 걸고 맞설 채비를 한다.


2. 찍다 & 찍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영상 산업과 연관이 있다.

헤이우드 남매는 오랜 시간 할리우드 영화 속에 말을 출연시켰던 아버지를 둔 것 외에도 1895년 영화 탄생 이전인 1878년  주프락시스코프라는 사진의 연속으로 움직이는 이미지를 세상에 선보인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와의 연결성을 주장한다. 경마장의 말이 뛸 때 네 다리가 모두 지면에서 떨어지는가를 놓고 벌어진 설전에 답을 찾기 위한 실험으로 마이브리지가 찍은 그 유명한 12장의 달리는 말 이미지 속에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이 자신들의 조상이라며 영화 산업에 가문의 지분이 있음을 자랑한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끔찍한 사고 뒤에도 여전히 쇼비즈니스계에 머물고 있는 주프, 기현상의 촬영을 도모하는 헤이우드 남매를 돕게 되는 전자상가 점원 엔젤과 노년의 촬영감독 홀터스까지 모두 영상 산업과 연관된 캐릭터다. 이들은 괴 비행물체의 공격에 맞서는 방식으로 촬영하는 방법과 쇼를 펼치는 방식을 택한다. 살기 위해 도망치는 것 대신 쇼와 촬영하는 것을 택했다는 점을 봐도 조던 필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한편 괴생물체가 등장하고 비행하며 포식감을 탐색하는 장면들은 마치 거대한 드론이 땅 위의 생명체를 좇는 것처럼 보인다. 흡입구의 모양이 카메라 렌즈처럼 펼쳐지는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도 그것을 찍는 것에 혈안인 존재, 카메라를 들고 그것을 끝까지 응시하는 존재, 미끼를 두면서까지 그것으로부터 시선을 끌어당기려는 존재, 그 모든 과정을 앞다퉈 찍어내려는 존재까지 모두가 영상 산업에 대한 갖가지 충만한 은유로 읽을 수 있다.



3. 스펙터클 &서스펜스

영화는 광활한 미국 서부를 시원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많은 부분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해서 하늘에서  땅으로 향하는 수직의 공격에 스펙터클함을 부여했다.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다가 점점 공격의 강도를 높이면서 실체를 드러내는 방식은 서스펜스를 강화한다. 스필버그의 <죠스>, J.J. 에이브럼스의 <슈퍼 에이트>가 연상된다.


4. 나쁜 기적 그리고 N.G.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하여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난리에도 곧게 선 이상스러운 신발은 일종의 나쁜 기적이겠다. 그런데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을 갈구하는 작금의 미디어 생태계는 이런 나쁜 기적에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대중은 그것을 소비한다.

한편, 나쁜 기적은 촬영 시 발생하는 N.G. 를 떠올리게 한다. N.G. 컷은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반면 나쁜 기적은 갈수록 감춰지기보단 적극적으로 소비된다. 나쁜 기적을 만들어낸 괴생물체가 돈을 뱉어내는 모습도 영상 산업에 대한 은유 같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이상 영화에서 배우의 눈이  카메라를 응시하면 N.G. 다. 이 영화에서 눈이 마주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


5. 바람 빠지면 끝이다.

바람이 잔뜩 든 것들이 터지거나 바람 빠지듯 허물어질 때 영화 속엔 큰 사건이 벌어진다. 이것은 마치 바람 빠진, 맥 빠진 콘텐츠에 대한 은유 같다.


6. 헤이우드 남매의 영화 산업에서의 역할 찾기!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남매는 영화 산업 속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O.J. 는 자신의 조상처럼 말을 탄 남자로 배우의 자리로, 에메랄드는 상상했던 배우가 아닌 촬영, 기획자로 말이다. 영화의 전개 속에서 둘의 역할이 그렇게 자리 잡아가더니 엔딩씬엔 마침내 또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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