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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Jan 02. 2023

문동은의 복수는 어떻게 완성될 것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김은숙 ,안길호, 송혜교의 만남 <더 글로리>


넷플릭스 시리즈, <상속자들><미스터 션샤인>김은숙 작가와 <비밀의 숲><왓쳐> 안길호 연출이 만난 <더 글로리>. 무엇보다 송혜교의 복귀와 그가 연기하는 문동은이라는 캐릭터에 시선이 간다.



건축가를 꿈꾸는 고등학생 문동은의 꿈은 끔찍한 학원폭력으로 짓밟힌다. 구조와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은 가족이라는 보호막도 없는 동은의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묶어 살갗을 지져버리는 폭력의 메아리로 돌아온다. 죽음이 사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했던 동은을 깨운 건 복수하겠다는 일념이다. 이미 짓이겨진 몸과 정신으로 사는 게 지옥이라면 자신을 짓이긴 그것들에도 지옥을 안겨주겠다는 서늘한 일념만이 동은을 숨 쉬게 한다. 복수의 끝에 영광은 없겠지만, 그나마 복수의 일념이 없다면 숨도 쉴 수 없다.



12월 30일에 공개된 총 8화는 시즌1이다. 철저히 짓밟혀 무너진 동은이 복수를 꿈꾸며 차곡차곡 계획을 세워 마침내 가해자들에게 복수의 선전포고를 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 사이 동은 외에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정체 모를 사건과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음침한 캐릭터들이 동은의 복수에 도움이 될지, 방해가 될지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 시즌1의 종료는 시청자를 애타게 만든다. 3월에 공개될 시즌2를 기다려보겠지만, 주 2화씩 공개되는 지상파 미니시리즈 호흡이 아니라 8화를 한꺼번에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구성과 전략이 얄미울 따름이다.


한편, 매 화 끝에 시청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장치로 내리 빈지와칭을 하게 만드는 구성은 성공적이지만 대신 부분 부분 뭉그적거리는 인상도 준다. 5~6화쯤의 구성은 가운데 부분에선 정체하다가 끝장면에서만 반짝거리며 다음 화로 이어가도록 꼬실 뿐이다. 영리하지만 매력을 반감시키는 똑똑함이다.


이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녹아든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2013년작 <상속자들>에서 차은상(박신혜)이라는 가난하고 사회적 기반이 약한 소녀를 재벌가 자녀들만 다니는 고등학교에 배경처럼 놓고 10대 학원 로맨스를 만들었었다. 시청률도 높게 나와서 화제가 됐지만 학원폭력의 실상을 들여다보지 않고 판타지 같은 신데렐라 로맨스로 풀어냈던 것을 반추하며 학원폭력이 만드는 처참한 실체를 정면으로 다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한발 더 나아가 파트 2까지도 문동은 스스로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는 엔딩으로 향하길 기대해 본다. 과연 <더 글로리>에서 김은숙 작가가 빚어낸 문동은은 <파리의 연인>의 강태영(김정은), <시크릿가든>의 길라임(하지원), <상속자들>의 차은상(박신혜), <도깨비>의 지은탁(김고은),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김태리) 중 어떤 여성 캐릭터와 가까이 닿을지 궁금함을 품고 3월까지 기다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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