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단어들을 담아] 삶, 사람, 사랑
참 좋아하던 가수가 있었다.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순수하고 여리게 자라면 이런 노래를 할까 싶었다.
나를 추스르려 떠난 한 달간의 여행 내내 그 사람 노래를 들었다.
1여 년 간 지독하게 얽혀버린 사람을 끊어내겠다며 12시간을 날아가
되려 그 사람이 걸었을 거리를 거니는 동안 내 귀에는 늘 그 가수의 노래가 꽂혀 있었다.
우연히 그 사람이 묵었던 숙소에 짐을 풀고 일기를 끄적이는 동안에도,
전하지 못하는 원망 대신 가사를 곱씹었다.
쓰다 남은 위로라면 그냥 지나가도 된다던 노래 가사와는 너무 다른 가수의 모습에
더 이상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전하지 못하는 원망들을 만들어냈다.
엉엉 울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란 나는 나 대신 원망해 줄 노래를 찾아 헤매다
오존(O3ohn)의 'Down'이라는 노래를 귀에 꽂았다.
비슷한 온도의 노래를 들으며 여전히 그 가수의 노래를 생각한다.
어느 밤에는 몰래 가사를 찾아보며 더 이상 노래를 들을 수 없게 한 가수를 원망도 해본다.
그의 노래를 애틋하게 쥐고 있는 건 가사 때문이다.
'쓰다 남은 위로 말고 나만을 위한 위로를 달라'는 그의 말은 구김살을 가진 어른의 여린 구석을 보여준다.
서울이 꽤 추운 날에도 홀로 서는 법은 숨 쉬는 것만큼 익숙해졌는데,
마음에는 여전히 7살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
혹여나 떠나갈까 소매 끝을 붙잡고 있는, 아직 달래야 할 어린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