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이 글의 시리즈는 최근 미국의 대전환을 이끄는 '그린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고, 한국의 정책입안자, 사업가, 일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훈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글은 최대한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다소 필자 개인적인 의견이 담겨있을 수 있습니다.
요즘 미국 정가에선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 정말 핫하다.
가만...'그린뉴딜??'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이 친숙하지 않은가?
사실 '그린뉴딜'은 토머스 프리드먼의 '코드 그린'이란 책에서 2007년에 가장 먼저 언급되었던 용어였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미국 대공황(1929년) 시기의 경제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루즈벨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합의(New Deal)'를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서 전세계 기후위기와 낙후된 미국의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 '그린뉴딜'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신산업 육성, 녹색일자리 증가, 기후위기 대응 등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이론적으로만 논의되었던 '그린뉴딜'은 2008년 오바마 정부의 핵심 대선 공약이 되었고, 2009년에 UNEP(유엔환경계획)의 '글로벌 그린뉴딜' 보고서로 조금 더 구체적인 윤곽이 그려졌다. 또한 2008년 한국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MB 정부의 대표적인 대선공약이 되었고, 2010년 영국 노동당의 '그린뉴딜그룹'이 현재 '녹색투자은행(Green Investment Bank)'를 만들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일단 오바마 정부는 그린뉴딜의 첫번째 법안으로 일명 '미국청정에너지안보법안(American Clean Energy and Security Act)'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입법하며 170조원의 청정에너지 투자와 170만 녹색일자리 창출을 천명하였지만, 2010년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그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다. 또 오바마 정부는 두번째 선거에서도 60조 신규 투자와 재생에너지 제조업의 3조원 세금감면 등을 하려 했지만, 대선 중간쯤 그린뉴딜이란 정치적 미사여구를 전략적으로(?) 보류하였었다. 그리고 그는 임기말쯤에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 등 추진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역경이 많았지만, 결국 오바마 정부에 의해 미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 동력을 만들었고,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현재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많은 '오바바 키즈'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그린뉴딜'은 이미 여러국가에서 시도되었고, 21세기에 들어 정치적으로 사업적으로 커다란 아젠다에 많이 포함되어왔었다. 하지만 왜 2019년 지금의 그린뉴딜은 더 특별한가?
첫째는 '타이밍'이고, 둘째는 '오카시오' 때문이다.
일단 트럼프 집권시기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더욱 심각해졌고,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서 고립되어왔다. 또 오바마 덕분에 재생에너지 산업은 트럼프 집권기간에도 죽지않고, 그 성장동력의 관성을 유지하여, 이미 미국에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핵발전에 비해 더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그리고 20대 미국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이하 '오카시오') 하원의원은 단순한 계획을 스토리로 만들었고, 그 스토리는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거기다가 그녀의 그린뉴딜은 기존의 내용에 비해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와 명확한 로드맵을 보여준다.
일단 그녀가 구상한 새로운 '그린뉴딜'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전에 오카시오 의원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그녀는 밀레니얼 세대답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220만명의 팔로워들과 1,190만이 넘는 리트윗의 저력을 가진 트위터 유저들과 굉장히 솔직하게 그녀의 정치적 활동을 격의없이 소통하고, 본인 스스로가 바턴더 출신이자 히스페닉으로 유색인종과 노동자의 인권을 대변하며, 50대 이상 기성세대들의 구식의 정치적 공격에도 당차고 거침없이 응대한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인스타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것이 단순 가십에서 각종 언론과 미디어에서 대서특필로 다뤄지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를 미국 정계의 현대판 '잔다르크' 같은 영웅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그녀 이후로 미국 정치인들은 그녀를 따라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격의 없는 소통을 하려 하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에 역부족이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정치인인 그녀의 특별함을 단순히 '새로움'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녀는 정치 신인이지만, 그녀의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그럼 이제 그 특별함의 정수인 '그린뉴딜'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일단 오카시오의 '그린뉴딜'은 기후위기와 양극화라는 과학적이고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선 매년 300조원 이상의 이상 기후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고, 이미 3개의 주에서 100% 재생에너지 법이 통과되고,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100% 재생에너지 목표를 수립했으며, 90% 가량의 국민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명확한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래 그 정책을 5가지 대주제, 24가지 세부주제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세부적인 내용은 이 글 이후로 그린뉴딜 시리즈로 하나씩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203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
2050년까지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ZERO
2030년까지 건축물 온실가스 배출량 ZERO
2030년까지 승용차 온실가스 배출량 ZERO
2050년까지 교통부문 전체 화석연료 사용 ZERO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 국가 기준 수립
국가 청정 공기 기본법 통과 및 실행
2025년까지 메탄 배출량 50% 감축
국가 납(Lead) 파이프 교체 및 인프라 개선
깨끗한 음용수에 대한 접근권 보장
200만 마일의 국가 식수관을 청정하게 보호
2035년까지 4,000만 에이커의 공공 및 민간 유휴부지의 녹지화
2040년까지 500만 에이커의 습지 복원
2050년까지 70%의 농지에 지속 가능한 농법 보급 및 토질 복원
오염된 산업용지 및 일반 토지 복원
대도시와 근교 지방의 회복탄성력 향상을 위한 국가 기금 설립
도심의 공공 녹지 및 재생가능한 부지 확대
도심 교통 체계 및 대중 교통의 현대화
2040년까지 도심지 배출 폐기물 ZERO
2040년까지 도시 배출 메탄가스 50% 감축
그린뉴딜을 통한 1,000만 신규 일자리 창출
그린뉴딜 인력 육성 프로그램 운영
그린잡 일자리 보장 제도 도입
일자리의 질(Quaility) 국가 기준 수립
최근 입법을 예고한 그린뉴딜 정책은 과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과 닮은 점이 많다.
향후 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Zero로 만들고,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누구나 깨끗한 물과 공기를 누릴 수 있도록 인프라로 개선하고, 도시와 시골의 노후화된 건물, 버려진 땅을 녹색화하는 수천만의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 피라미드의 가장 낮은 단계에 있는 유색 노동자를 중산층으로 만든다.
"이 모든 것이 10년 내에 가능하다고?"라는 논쟁은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이 현실화 될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길 것이다.
그린뉴딜은 그 목표 자체만으로도 기존 '뉴딜' 이상으로 미국 전체 사회와 경제의 어마어마한 변화가 예상된다.그리고 그렇게 변화된 미래는 더 희망적이다.
루즈벨트의 뉴딜은 미국 최초의 사회보장법, 노동조정법 뿐 아니라, 배우, 작가 등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등 여러 법제도의 변화와 신규 투자를 이끌었고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그린뉴딜 또한 대대적인 공공 및 민간의 투자가 예상된다. 미국의 한 국가 경제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화와 국가적인 마이크로 그리드 분야의 투자는 국가 GDP를 약 160조원 높여주고, 110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순 그 분야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100%, 물과 공기 개선, 도시 녹색화 등 다양한 분야까지 감안하면 그 투자 필요 규모와 그에 따라 새롭게 바뀌는 인프라가 만들 부가가치를 생각하면 더 크게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이러한 대규모 투자와 법제도 개선은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300조원이 넘는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를 줄여줄 것이다.
또한 그 동안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매년 5조원씩 지급된 세금을 줄이고, 2017년 한해 낙수효과를 일으킨다는 말장난(?)으로 감면한 1,600조원의 세금 등을 줄이고, 초고소득자들의 소득세를 높여서 투자금도 충분히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RE100에 동참하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민간 영역의 투자도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전환에 걸맞는 투자금은 이미 충분하다.
루즈벨트가 사회청을 설립하여 단순히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보다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시도를 했던 것처럼 그린뉴딜도 단순 복지 보다는 그린뉴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신규 일자리를 늘려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마치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당장 신발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의 부모가 더 많은 수입이 생기도록 일자리를 줘서 그 수입을 아이들의 교육, 의료, 생필품에 사용될 수 있도록 돕는 보다 근본적이고, 영속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기존 화석연료 산업에 종사하던 베테랑을 재생에너지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일자리 전환(Shift)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녹색일자리의 보장(Guarantee) 프로그램도 운영하여 일자리 불안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이 둘의 차이점도 크게 3가지가 있는데,
루즈벨트의 뉴딜은 세계1차 대전 후 '경제위기'의 해법이었다. 하지만, 그린 뉴딜은 심각한 양극화의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포괄한다.
IPCC(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60%까지 '반드시' 줄여야, 지구 평균 기온의 1.5도씨 상승을 저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기상청 Met Office에서는 미래 엘리뇨 현상을 분석했을때 1.5도씨 상승은 앞으로 5년 안에 올 수도 있다고하여, 세계 2차 대전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으로 급진적인 전환을 만들지 않으면 전세계 모든 인류가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이에 그린뉴딜은 전세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인류에 닥친 가장 큰 난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된다.
1929년 대공황은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급속도로 발전한 생산량을 국민들의 소비력이 받춰주지 못하면서 발생한 경제 위기 였다. 그로인해 일단 양적으로 소비를 받춰주기 위한 '양적인' 일자리 확대과 환경적인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한가지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렇지만 그린뉴딜은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의 '환경성'과 일자리의'질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접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는 기준이 '지속가능성', '회복탄성력', '환경정의', '질적인 성장'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있다.
실제로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 국가 기준' 수립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세금을 활용한 질 낮은 단기 '일자리 수' 증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적인 증가 아니다.
신규 일자리의 질적인 평가(Job Quality)를 위한 국가 기준(standards)도 수립하여 그린뉴딜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일자리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국가적인 기반을 갖추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루즈벨트는 '뉴딜'이 대선 공약이었고, 루트벨트가 재선을 하면서 더 강력한 뉴딜 정책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실행하였지만, 그린 뉴딜은 아직 갈길이 먼 꼬꼬마 정책으로 입법 단계이다.
현재 오카시오 하원의원과,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이 제안하고 있고, 하원의원 64명, 상원의원 9명의 지지했으며, 이들 중 4명은 2020년 민주당 대선주자 이기도 하다.
또한 기후위기가 경제위기처럼 모든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진 않기에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도 과제이고, 기후 위기를 사실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 화석연료, 핵발전 산업의 기존 기득권의 공격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어 과거 미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입법이 좌절된 사례처럼 또 다시 입법이 좌절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예상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나 핵발전에 비해 경제성을 갖춰가고, 기후변화가 현실적인 위기로 그 피해가 매년 점점 커지기에 전세계적으로 100%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지가 점점 늘어가는 것에 희망을 가지고 입법의 과정을 한국의 국민들과도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다.
2020년 5월,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한국형 뉴딜' 사업 중 디지털 뉴딜과 더불어 '그린뉴딜'이 핵심적인 추진 방안으로 정해졌다. 아직 구체적인 목표와 사업, 예산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6월쯤 조금 더 구체적인 윤곽을 볼 수 있을 거 같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되려 무조건 양적으로 인프라만 늘리는 계획이 나올 수 있기에 6월쯤 정부계획이 나오면 다시 글을 작성해보겠다.
추가로 2020년 1월에 출간된 '글로벌 그린뉴딜(제레미 리프킨 저)'과 4월쯤 출간된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김병권)'을 읽어보고, 그린뉴딜에 입문해보길 권한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다음 글은 '그린뉴딜' 정책의 첫번째 정책인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앞으로 더 겸손하게 좋은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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