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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슬아 Sep 30. 2019

대한민국 TV매체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Intro : 주말 불필요한 궁금증.

토요일 오후. 유일하게 TV를 켜는 시간.

제대로 뜨지도 못한 눈을 비비며 거실 앞 소파에 털썩 앉는 나. 익숙한 손놀림으로 리모컨을 가지고 [VOD 다시 보기]-[예능]-[금토일] 메뉴를 클릭클릭한다. 평소 챙겨보는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클릭하는 순간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가는 어느 주말의 흔한 일상.

흘러나오는 2-3편의 TV광고시간 - 광고는 보지 않은 채 늦은 첫끼 시리얼을 준비한다. 문득 오지랖스러운 궁금증이 마케터인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 버렸다.

지상파 요즘 괜찮으려나.

나의 토요일 모습을 보는 듯한 정려원 언니의 일상. 그 외에는 전혀 다르다. / 출처 : 정려원 인스타그램

광고계의 꽃, TV CF.

마케팅 업에 종사하거나 특히 '광고쟁이'라고 불리는 광고 크리에이터, 마케팅 에이젼시 사람들은 다 안다. 바로 마케팅·광고의 꽃이 바로 TV CF라는 사실 말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 연예인이 내가 담당하는 제품을 들고 멋진 포즈를 취하는 촬영 현장을 지켜볼 때 가슴 깊이 밀려오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란. 광고 소재 최종본이 예정된 시간대 라이브 되는 첫 광경을 지켜보는 순간의 떨림과 희열이란! 아쉽게도 나는 그러한 특권이 주어지지 않은 마케터였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마케팅 커리어의 최종 목적지가 결국 '광고주'가 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TV매체란 마케터에게 그런 대상이다. TV CF를 찍고 TV광고를 라이브 시킬 수 있을 만큼 굵직한 마케팅 예산이 있는 제품이나 서비를 담당해보는 것이 로망이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오늘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 - 한때 화려했지만 위기를 겪고 있는 "TV매체" 이야기다.

TV의 화려한 전성기 시절 - 1960년대에는 마을 사람들이 TV가 있는 집에 놀러가 다 함께 TV를 보았다고 합니다. / 출처 : 구글 검색 결과

예전 같지 않은 TV매체.

사람들은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다. 모바일과 데스크톱·노트북 등 디바이스는 좋은 의미로 다양화, 광고 관점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파편화되었다.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자신이 선호하는 디바이스를 선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소비하고 있다. TV에서 디지털 매체로, 수동적인 콘텐츠 시청환경에서 능동적인 콘텐츠 시청환경으로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패터다임은 변한 지 오래다. 가족 구성원들이 TV 앞에 모여 한 가지 콘텐츠를 끝까지 시청하고 있는 가정이 있을까? 만약 그런 가정이 있다면 화목한 가정이거나 화목하길 적어도 노력하는 가정일 것이다. 오늘날 디바이스와 콘텐츠는 개인화되었다. 엄마가 무엇을 그렇게 웃으면서 보시는지 - 나는 알지 못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TV보다 유튜브가 더 익숙한 세대라는 사실이 저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처음 유튜브를 접한 시기가 대학교 1학년인 2006년이었는데 - '아, 이젠 나도 늙었구나' 싶다. 당시만 해도 TV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중심 매체였기 때문이었다. 몇 년 사이 TV의 위상이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바뀔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특정 매체가 갖는 위상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서 '매체별 광고매출'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과 전 세계적으로 TV매체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좀 더 조명해보면 작년(2018)이 TV매체에게 큰 전환점(Turnaround)이 있었던 해였다.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TV매체의 광고비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던 해이기 때문이다. 사실 평창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아시안게임이 개최되었던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승(+0.2%)률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광고비 추이를 보면 매체의 트렌드가 보인답니다. / 출처 : 제일기획

매체를 세부 카테고리로 쪼개서 보자. 종편 콘텐츠의 활약과 함께 IPTV 마케팅 기술이 TV매체 광고비 턴어라운드에 주역이 되고 있다. 대조적으로 디지털은 연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이면 이 성장세도 주춤하겠지'했던 나의 예상치도 빗나갔다. 디지털의 멈추지 않는 강세 - 한마디로 대거 TV 광고비가 디지털로 이동(Shift)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는 자연스럽게 방송사에게 위기이자 도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TV 방송사는 이 위기를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TV광고시장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한 TV매체의 광고비 덕분(?)일까. TV 방송시장의 생태계가 크게 변화하는 모습을 시청자 입장에서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방송업 종사자가 아니기에 더 깊은 배경이나 내막까진 알지 못하지만 나름 마케터로서 거시적 시장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1. TV광고 포맷의 다양화

TV 방송사 대부분의 매출은 '스폰서 예산'다. 기업으로부터 스폰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는 메커니즘이 방송업을 존속시키는 가장 큰 줄기이자 기반이기 때문이다. 2012년 등장한 종편(종합편성 채널)이나 방송사의 디지털 채널과 같이 좀 더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신규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무엇보다 '공익성'을 우선시하는 방송사의 분위기는 혁신을 하기에 너무 큰 걸림돌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방송사는 매우 보수적인 단체라는 인식이 마케터 사이에서는 일반적이다. 방송사는 콧대가 세다는 것이 마케터가 흔히 갖고 있는 편견이자 생각이었다. 그 편견은 실제로 만나본 방송 종사자들을 통해 사실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방송사가 변했다는 것을 느꼈던 순간 중 하나가 바로 TV광고 스펙이었다. 방송을 반으로 나누어서 그 사이에 광고가 재생되는 미드롤(Mid-roll)이 등장하고,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도 스폰서 제품을 좀 더 직접적으로 어필해주는 PPL 장면들을 시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케터로서 억대의 PPL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PD에 의해 정작 1-2초 슬쩍 등장하고 사라지는 가슴 아픈 PPL 사례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문득 떠오르는 몇 개의 캠페인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PPL 제품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는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출처 : MBC

하지만 더욱 신선했던 것은, 바로 스테틱 이미지 포맷의 TV광고였다. 스테틱 이미지(Static image)란, 광고 스펙 관점에서 움직이지 않는 고정 이미지를 말한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배달의 민족 광고였는데,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 5초 정도 광고 이미지가 TV 전체 화면에 떴다가 사라졌다. 기존 영상광고 대비 단가 차이가 있었는지가 궁금한데 주변에 담당자분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은 정도였다.

TV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직전이 집중도가 가장 높은데 이를 잘 활용한 배달의 민족 TV CF사례. / 출처 : 구글 검색 결과

대부분의 TV광고가 영상인 점을 감안해볼 때 오히려 정적 이미지가 전달하는 마케팅 메시지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케터의 관점에서 TV CF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몇 천만 원의 제작비를 투입하지 않고도 TV광고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TV광고의 문턱 또한 낮아졌다고 이해할 수 있다. 마케팅 예산이 많아야 TV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TV CF에서 신선함이 느껴졌던 최근 사례가 바로 시몬스 침대의 15초짜리 광고다. 제품에 대한 많은 소개를 담지 않고 감각적인 음악, 심플한 이미지와 로고로만 15초를 이끌어가는 시몬스 사례는 마케터인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마치 디지털에서 볼 수 있었던 광고 영상의 신선함이 TV광고 매체에 영향을 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광고 포맷이 다른 사례는 아니지만 콘텐츠 자체가 신선해서 주목을 받았기에 번외 편으로 소개한다.

시몬스 TV CF를 제작한 스튜디오가 어딘지 찾아보니 미국 LA에 위치한 싱싱 스튜디오라고 한다. 아주 칭찬해. / 출처 : 유튜브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신선한 포맷의 TV광고 사례가 등장하길. 광고 포맷의 다이내믹스가 가져올 TV매체의 부흥을 기대해본다.

2. 이제는 플랫폼과 콘텐츠 전쟁이다!

TV광고 포맷의 다양화는 TV 방송사에 입장에서 다소 '소극적인' 움직임이었다면, 콘텐츠의 개편은 '적극적'이고 '필수적인' 혁신이었다. 시청 패러다임이 변화했기 때문에 TV매체와 방송사의 변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에 열광하지 않는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사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만든 콘텐츠에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1시간 분량이 아닌 5 - 10분짜리 스낵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으며, 콘텐츠 앞뒤로 붙는 영상광고(프리롤)는 TV와 달리 타겟팅이 가능해서 저렴한데 효과는 오히려 더 좋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TV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플랫폼의 다변화, 궁극적으로 킬링 콘텐츠의 양산이었다. 옥수수와 같이 TV 콘텐츠를 데스크톱이나 모바일로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겨났다. TV 콘텐츠를 여러 개의 디지털 콘텐츠로 편집해서 이를 유통해서 디지털 광고수익을 발생시키는 'SMR(스마트미디어랩)'이라는 플레이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채널을 다변화하여 TV매체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어 콘텐츠의 생존 주기를 연장, 확대시키는 전략이었다. 킬링 콘텐츠의 해외 수출전략, 굿즈를 통한 수익사업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였다.

킬링 콘텐츠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디지털 콘텐츠가 결코 가질 수 없는 TV 콘텐츠만의 스케일과 영향력을 활용한 전략들이 돋보였다. 그렇게 광고 예산은 줄어들고 특정 킬링 콘텐츠에 스폰서가 집중되면서, 시청률이 낮은 콘텐츠는 스폰서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TV 프로그램의 광고 스폰서를 중개인 해주는 방송업 계열사 에이전시까지 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방송 PD가 얼마나 시청률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겐 그야말로 프로그램 존속 여부, PD로서 생존의 문제였다. 스폰서 기업들이 특정 PD를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다. 바로 나영석 PD다. 나영석 PD의 경우 다음 프로그램이 어떤 콘셉트인지 발표도 나기 전에 광고주가 스폰서를 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예능의 신이라 불리는 나영석 피디. 마케팅 업계에서는 '스폰서의 신'이라 불려도 충분할 것 같다. / 출처 : 월간 마음수련

최근에는 TV 콘텐츠가 옥수수나 티빙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경쟁사가 넷플릭스가 되어가는 중이다. 물론 그들에게 가장 큰 경쟁 플레이어는 유튜브 플랫폼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스낵 컬처 콘텐츠가 아닌 긴 분량의 콘텐츠를 '린백(Lean-back)'하는 형태로 소비하는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방송사업자에겐 좀 더 가까운 경쟁사라고 볼 수 있다. IPTV로 시청하는 영화의 경우에도 분량적인 면에서는 유사성을 보일 수 있지만, 한편당 단가가 높은 일회성 시청 콘텐츠로서 콘텐츠 성격상 차이가 있다. 어쩌면 단가와 분량, 시청형태라는 3가지 축으로 각각의 콘텐츠 방점을 찍어보아도 좋은 포지셔닝 맵이 나올 것 같다. 3차원 맵이 되는지라 이 맵은 여러분들의 상상이 맡기겠다.

3. 효과를 집중하는 전략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TV 방송사 입장에서의 변화였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두 가지는 광고주 기업 관점이다. 다시 말해서 '광고주가 위상이 변한 TV매체를 대하는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변화된 TV매체의 위상을 광고주들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첫 번째로, 한 번을 하더라도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관련 사례로 두 가지를 소개하고 싶은데 먼저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공유가 찍은 자동차 TV CF였다. 드라마 OST와 드라마 속의 공유 캐릭터와 스토리를 그대로 살려낸 CF였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바로 라이브가 돼서 그런지 마치 드라마를 이어서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러한 접근이 신선하다고 느꼈는지 다른 광고주들 역시 인기가 좋은 예능이나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광고모델로 등장시키고, 프로그램이 끝나거나 시작되는 시점에 광고를 라이브 시키는 사례들도 종종 보인다.

인기 높은 프로그램과 모델이 가지는 호감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함으로써 한 편의 광고가 갖는 상기도와 호감도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TV광고의 효과성을 크게 높이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도깨비> 드라마 중간에 공유가 광고하는 TV CF가 재생된다. 드라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차마 보지 않을 수 없다. / 출처 : 유튜브

4. TV 프로그래매틱 플랫폼의 등장

이것은 올해 초에 등장한 비교적 따끈따끈한 행보다. 드디어 대한민국에 TV 프로그래매틱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디지털 광고 인벤토리가 프로그래매틱으로 돌아가는 플랫폼은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TV 광고 인벤토리에 프로그래매틱 기술이 붙은 것은 사실 놀라웠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마케팅 선진국의 경우 TV 프로그래매틱은 4-5년 전 이미 화두가 되었다가 현재는 TV광고 집행 매체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TV 광고시장에 프로그래매틱 기술이 도입된 것은, 팔리지 않는 TV 채널 또는 프로그램의 광고 인벤토리를 프로그래매틱 방식으로 좀 더 가격 효율적으로 판매하는 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큰 동력이 되어 탄생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앞서 언급했던, 인기가 없어 팔리지 않는 케이블 채널 혹은 인기가 없는 TV 프로그램의 광고 인벤토리를 모아서 경매방식으로 쉽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TV광고이지만 정찰제가 아닌 입찰방식으로 이전 단가보다 저렴하게 집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평균 단가가 하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수익이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던 케이블사와 방송 PD들의 고충이 작게나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V 인벤토리가 숙명적으로 가져야 하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얼마나 기존 TV 인벤토리보다 차별 강점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디지털 매체와는 달리 인구 타겟팅이나 효과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여전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TV매체의 프로그래매틱 광고판매방식 도입이 얼마나 TV 방송시장에 활력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보자. TV매체의 디지털화 -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품은 아닌지 실제로 집행해본 광고주에게 주변에 있다면 이 또한 물어보고 싶다.

그러나 TV는 강력하다!

TV매체의 위상이 하락하고 방송사와 광고주로부터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며 방송업계가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TV매체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힘을 가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인구가 크기 않은 국가이다. 방송시간대가 미국처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주(State)별 방송사가 다양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 메인 채널에서 한번 라이브가 되었을 때 뿌려지는 파급력을 TV만큼 가질 수 있는 매체는 현재까지 없다. 설령 광고를 시청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TV매체에 광고가 노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엄청난 마케팅 효력을 지닌다. TV광고를 할 수 있는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TV라는 매체를 신뢰하며 제품이 TV에 나왔을 때 그 제품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모바일 광고로 만나 구매한 브랜드가 이제는 TV광고까지 한다. 사장님 돈 많이 벌었나 보다. / 출처 : 유튜브

Outro : TV매체와 광고, 그 미래는?

TV매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이 TV매체가 진보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TV의 위상이 과거와 그것과 같지 않다고 해서 다른 매체를 따라가는 것이 좋은 전략은 아니다. TV는 결국 TV 스러워야 한다. 매 순간 손에 들려져 있는 모바일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 있게 소파에 누워서 가끔은 졸기도 하면서, 혼자 밥을 먹을 때 유쾌한 친구가 되어주면서, 가족들과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의 성격을 버리지 않을 때 TV매체는 여느 디지털 매체와는 다른 차별 강점을 유지할 수 있다.

차세대 인터렉티브 TV 또한 기대해본다. 기술이 발달하여 TV 보다 쉽게 클릭하고, AR·VR로서 체험하기도 하며 홀로그램 기술로 3D 입체로 영상이 구현되는 TV말이다. 기술의 혁신으로 TV매체의 위상이 다이내믹하게 높아질지 모르는 일이다. TV가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매체였던 1960년대 시절 그 위상을 되찾을지도!

어느 햇살 따사로운 토요일 오후. 문득 내 앞에 놓인 TV라는 녀석이 옛 친구처럼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