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빅데이터 시대. 기업 내 모든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Database)' 하는 것은 모든 회사의 [To-do-list]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의 디지털화(Digitization)에 속도가 붙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서비스가 옮겨가게 되면서 자동적으로 데이터가 발생한다. 해당 데이터가 만약 마케팅 활동으로 파생된다면 그것이 마케팅 데이터가 된다. 또한 데이터 규모가 크고 셀 수 없다면 '빅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뭔가 거창해 보이는 빅데이터 마케팅 - 마케팅 활동이 [온라인 채널]에서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데이터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면 그것이 바로 '빅데이터 마케팅'이다.
필자는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을 사용해보았고, 크고 작은 기업들에게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컨설팅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 의뢰한 클라이언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플랫폼을 사내 구축할 만큼 충분한 예산이 있는 기업이었다는 것,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마케팅 데이터들이 여기저기 쌓여있었다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그들이 기대한 플랫폼의 모습 역시 비슷했다. 자신들이 관리하지 못하는 데이터를 어딘가 한 곳에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자동적으로 도출해주는 만능 플랫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케팅 세계에서는 유토피아, 망상과 같다. 현실은 그러한 이상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이번 글을 통해 마케팅 플랫폼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자. 코로나 시즌 - 갑자기 늘어간 마케팅 데이터를 바라보며 플랫폼을 갖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면 부디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경쟁력 있는 마케팅 플랫폼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경쟁력이 있어서 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실제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마테크(Mar-tech) - 마케팅 솔루션들의 공통점은 만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것을 담았다기 보단, 오히려 핵심 기능 외에는 다른 세부 기능들을 과감히 가지치기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적어도 플랫폼을 런칭하는 베타 테스트 버전을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핵심 기능을 잘 담았기에 실무에서 매일매일 써먹을 수 있는 마케팅 솔루션 - 그러한 플랫폼이 업계에서 장수한다.
다양한 기능들이 최대한 많이 들어간 플랫폼이 유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을 현업에서 사용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수많은 마케팅 솔루션을 알고 있고 등록해서 요금을 지불하지만 정작 사용하는 플랫폼과 기능은 한정됨을 우리는 종종 발견한다.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케터에게 현업에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플랫폼의 생명주기와 연결된다.
마케터가 다양한 과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기능(Core Function)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사용하기 쉽게 구성(Easy-to-use)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플랫폼 자체가 성능 면에서 무겁지(Heavy) 않으면서, 현실적인(Tangible) 기능,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은 오히려 플랫폼 자체의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물론 숫자에 친숙해서 데이터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깊게 사용하는 마케터일 수도 있다. 그러나 70-80%의 마케터는 다양한 과업 속에서 플랫폼에 반드시 필요할 때만 접근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태도로 필요에 대응하거나, 플랫폼이 나의 업무를 자동으로 해결해줬으면 하는 기대심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어느 범위까지 핵심 기능으로 봐야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분•정의해야 한다. 부차적인 기능의 경우 1차 구현 버전에서는 오히려 과감하게 빼는 방법도 추천하고 싶다. 플랫폼이 너무 복잡하게 보이거나 무거운 느낌, 조잡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다양한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 경험(UI/UX)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마케팅 솔루션이 소프트웨어에서 접속하여 사용하는 서버 형태가 거의 없고, 모바일 및 PC에서 접근 가능한 웹 형태를 띠는 이유기도 하다. 디바이스의 구분 없이, 언제든지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하여 매일매일 필요한 핵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최근 마케팅 트렌드다.
핵심 기능이 사용하기 수월하게 구현만 되어 있다면 좋은 플랫폼일까? 그렇지 않다. 제공하는 기능들이 필요한, 구체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이 설정되어야 한다. 플랫폼 형태를 띠는 마케팅 솔루션은 특정 마케팅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Tool) 또는 하나의 분석 방법론(Analytical Method)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마케팅 목적은 플랫폼을 사용함으로써 사용자가 얻는 가치(Value) 즉 실존적인 혜택(Tangible Benefit)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모바일 앱 트랙킹 솔루션은 [사용자의 평균 앱 체류시간]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 외 데이터 [앱으로 유입되는 채널별 트래픽], [각 메뉴별 반응] 등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모두 [소비자의 앱 이용현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마케팅 목적이 정의되면 각 기능 항목에 대해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다.
나아가 플랫폼이 현업에서 지속적 활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전체가 하나의 통합적인 방법론이면서 동시에 분화된 분석 스펙트럼으로 짜여있어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위 사례로 적용해보면 [앱 내 사용성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 바로 목적이지만, 구체적인 혜택들을 함께 나열하고 이것들이 얼마나 유용한 통찰이 될 수 있을지 반드시 현업에서 검증해야 한다. 1) 어떤 채널을 통해 우리 사용자가 많이 유입되는지, 2) 앱 상에서 구매가 일어나는 고객은 어떤 마케팅 채널에서 가장 많이 유입되는지 등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마케터가 발견할 수 있는 인사이트는 반드시 의사결정(Decision-making) 혹은 행동(Action)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위 항목과 연결하여 해석해본다면, 1) 많이 유입되는 채널에 마케팅 예산이나 활동을 집중해본다든지, 유입이 저조한 채널을 활성화하는데 당분간 집중을 해본다든지 하는 마케팅 의사결정을 해볼 수 있다. 두 번째 항목 역시 2) 구매전환율이 높은 채널에서 어떤 특성을 가진 소비자가 구매를 하고 있는지를 분석해서 다른 채널에 적용을 시켜볼 수도 있다. 이러한 마케팅 의사결정은 또다시 마케팅에 반영되고 테스트를 거쳐 또 다른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마케팅 데이터 흐름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나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플랫폼을 의뢰하신 대부분의 경영인 또는 마케팅 책임자로부터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 있다. 플랫폼 구축으로 수천에서 억 단위의 예산을 확보하지만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를 얻고, 궁극적으로 수익을 도모할 것인지까지는 고민하지 않고 의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우리는 뼈아픈 실패사례를 알고 있다. 바로 SCM*플랫폼이다. 5-6년 전 SCM 솔루션이 거의 모든 기업에서 트렌드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전체 재고를 관리하고, 판매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원스탑 솔루션을 사내 구축하는 것이 한때 트렌드처럼 여겨졌다. 당시 SCM 플랫폼을 갖추기 위해 저마다 기업들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당시 IT컨설팅 업체들은 유사한 SCM 프로젝트를 동시에 여러 개씩 수주하며 돈을 많이 벌었었다.
*** SCM란 Supply Chain Management의 약자로, 공급 및 재고를 관리하는 체제 및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 당시 구축한 플랫폼은 과연 지금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SCM 플랫폼은 실시간 재고관리, 그에 따른 향후 매출을 실시간 예측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축되었다. 그러나 플랫폼이 구축하는 과정에서 본래 설계의도가 많이 어그러지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자신의 조직이 원하는 이상적인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막상 플랫폼을 구축하더라도 영업 직원들이 플랫폼을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자신이 진행하는 업무방식과 플랫폼 사용 매뉴얼이 너무 달르기 때문이었다. 플랫폼 활용도는 떨어졌고 결국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결국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는 SCM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의 원인에는 앞서 이야기한 목적과 핵심 기능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자 대비 효용성, ROI*를 고려하지 않아서다.
*** ROI(Revenue out of Input) : 투자(Input) 대비 얼마나 매출(Revenue) 또는 효과(Output)를 도출했는가를 평가하는 지표로서, 가격 효율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가격 효율성(ROI) 관점으로 플랫폼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용하면서 얻는 가치가 과연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들어가는 비용을 넘어설 것인가를 검토하고, 어느 시점에 넘어서는가(Turn-around)를 예측하는 사고다. 플랫폼 구축 당시 필요한 기능들만 구축했을지라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필요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변화되어 기존 기능들은 퇴색하기 마련이다. 한번 구축된 플랫폼은 그 뼈대라 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를 수정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플랫폼의 기능 수정이나 업데이트가 현실적으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결국 빠르게 변모하는 비즈니스와 마케팅 세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플랫폼은 결국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고철 덩어리가 되거나, 일부 기능에 한해 일부 직원들만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플랫폼의 생애주기가 종료되고, 플랫폼을 구축한 프로젝트 PM은 언급해서는 안 되는 금기(?) 직원이 돼버린다.
그러한 위험을 예측하고 미리 검토해볼 의사결정 포인트가 있다. 플랫폼을 사내 구축하는 방안과 솔루션을 빌려 사용하는 사스(SaaS*)다. 플랫폼 구축을 의뢰하는 고객사들에게 솔루션을 먼저 알려드리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설령 플랫폼을 팔아 높은 매출을 발생시킨다 할지라도, 그 플랫폼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무용지물이 된다면 결코 두 회사는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최근 국내 유명한 IT컨설팅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예견해본다. 반드시 플랫폼 구축에 앞서 양사가 사내 플랫폼 구축이 정말 필요한지를 충분히 검토한 이후 플랫폼 프로젝트를 착수해도 늦지 않는다.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 SaaS란 Software as a Service의 약자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및 관련 데이터는 중앙에 호스팅 되고 사용자는 웹 브라우저 등의 클라이언트를 통해 접속하는 형태의 소프트웨어 전달 모델이다.
그렇다면 사스(SaaS) 형태로 제공하는 마케팅 테크놀로지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우선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느라 필요한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 없다. 대부분 솔루션은 정액제로 제공하고 있어, 매달 특정 금액을 지불하면 사용할 수 있다. 제공하는 기능에 따라 가격 테이블이 있어서 자신이 필요한 범위까지 구매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더 이상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시점에 바로 해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기능을 마케팅 동향에 맞게,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지속적을 기능을 고도화시킨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다.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에서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관점 ROI - 마케팅 시장의 변동성, 그에 따른 지속 가능한 활용도와 구축 비용과 유비지를 종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일단 저희와 분석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시겠어요?"
마케팅 플랫폼을 의뢰했던 한 고객사와의 결론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현업에서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지, 어떤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한다. 실제로 가치가 있는 인사이트가 맞는지 현업 업무환경에서 검증해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혹시 또 다른 분석 인사이트가 필요하진 않을지 의견을 나누게 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열린 플랫폼]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추후에도 데이터를 추가하거나 조정할 수 있도록 탄력적이고 개방적 플랫폼 구조를 짜서 플랫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고객은 자기가 어떤 플랫폼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고객이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간 플랫폼을 팔아헤치움으로써 큰 매출을 기대하진 못하지만, 회사가 선택한 가장 좋은 옵션이었다. 열린 플랫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마케팅 솔루션을 판매할 수도 있으며, 동시에 고객이 원하는 플랫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구축 사업자 그리고 고객인 사용자 모두에게 Win-win 구도를 갖는 것 - 그것은 경쟁력 있는 마케팅 플랫폼의 불문율이다.
고객의 요청사항을 수동적으로 받아 구현하는 형태의 플랫폼 사업은 잘 될 수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물어보고, 가장 좋은 방법을 역 제안함으로써 발견하지 못한 혜택까지 소개시켜주는 적극적인 컨설팅 방식이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어쩌면 모든 에이전트(Agent) 성격을 가진 기업과 그들의 실무자가 가져야하는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하기 전 반드시 검토해봐야 할 [체크리스트]를 공유한다.
1. 조직과 팀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서로 논의하여 정리했는가?
2.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분석내용]이 필요한지 협의하였는가?
3. 팀 내부에 데이터를 직접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없다면 누가 할 것인가?
4.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서 분석 결과가 얼마나 팀에 도움이 되는가? 기타 다른 데이터나 분석이 필요하진 않은가?
4. 해당 분석 내용을 얻을 수 있는 기존 마케팅 플랫폼이 혹시 있진 않은가?
* 현재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은 디아이 매거진과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페이스북 채널에 정기칼럼으로 연재 중입니다.
* 더 많은 콘텐츠를 보길 원하시는 분은 프로필에서 [구독하기]를 꾸욱 눌러주세요.
* 탈잉 플랫폼에서 마케팅 1:1 개인 및 그룹 스터디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작가의 생각과 글에 대한 무단 도용은 저작권 위법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