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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아 May 12. 2019

데이터마케터로서 반드시 유의해야할 3가지



그래서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되죠?

컨설팅 프로젝트 최종보고 시간. 두 시간에 걸친 장거리 보고 막바지 무렵 클라이언트 S상무님의 첫 발언이었다. 눈치를 보니 '시간이 없으니 결론부터 말해라'는 식의 뉘앙스는 전혀 아니었다. 정말 자기네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라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었다. 화려한 분석 끝에 이어지는 액션플랜이 턱없이 부족한 점이 이번 프로젝트의 예상했던 평가였다. 앞단의 분석 내용은 훌륭했다. 다양한 관점을 설계했고 그만큼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발견했으며, 빅데이터로만 보이는 급부상한 트렌드도 잘 발굴한 편이었다. 그러나 분석 내용을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 실행전략 'So what'이 빈약한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큰 문제였다.


분석을 위한 분석과 실행을 위한 분석. 이 두 가지 분석 간에는 실로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난 S상무님의 변화하는 표정을 읽으며 깨달았다.


클라이언트의 표정이 언제나 이렇게 밝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하하. / 출처 : Digital Agency Network


Intro. 무엇을 위한 데이터 분석인가?


데이터 마케팅에 대해 쓰는 마지막 글이다. 이번 글에서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하기 전 주의해야 하는 3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케터로서 '무엇을 위한 빅데이터, 데이터 분석이 되어야 하는가'를 이해해보는 글이 되겠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빅데이터, 데이터 분석이란 말입니까.



1. 데이터도 타이밍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데이터도 타이밍이다. 물론 사랑처럼 한 사람의 인생과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큼 크리티컬 하진 않지만 데이터에 존재하는 시간성도 데이터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데이터에서 말하는 '시간(Time)'은 두 가지 관점으로 쪼개지는데 첫 번째는 해당 데이터가 발생 또는 반영된 시간, 즉 과거/현재/미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 1년간 자사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버즈 데이터를 가지고 속성 분석을 해본다 가정하였을 때 여기서 사용되는 데이터의 시점은 과거다. 반면 이번 달 이벤트를 통해 자사몰에서 발생한 매출과 구매자 분석을 위한 데이터는 비교적 현재 데이터에 속한다. 물론 '라잇나우(Right now)'만큼 즉각적인 현실성을 반영하고 있진 않지만 데이터 영역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속하기 때문이 현재 데이터로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미래 데이터란 예측 데이터를 말한다. 과거 데이터를 통해, 혹은 지금 시시각각 변하는 데이터 변동추이를 가지고 특정 시점의 미래를 예측할 때 우리는 '데이터가 미래 시간성을 갖는다'라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 시간 개념은, 해당 데이터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시점(On-time)을 의미한다. 아무리 훌륭히 클리닝 작업을 해둔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일지라도 해당 데이터가 가장 필요로 하는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그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된다. 다가오는 프로모션을 위해 얼마의 재고가 필요할 것인지 물량 예측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지난 프로모션으로 발생한 매출과 판매수량, 마케팅 기간 및 예산 등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가 프로모션이 거의 다 끝나 재고가 이미 다 소진된 이후에나 준비가 되었다면 준비된 데이터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데이터 분석 결과가 언제까지 나와야 하는지 일정과 각 단계별 타임라인(Timeline)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시간성을 이해하고 관리할 줄 아는 데이터 분석(Time-sensitive Data Analysis) 역량은 데이터 마케터에게는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시점을 가진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데이터 분석 결과가 언제까지 나와야 하는지를 미리 파악하지 않는다면 데이터는 종이 조각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지만 데이터 영역 또한 마감 일정(Dead line)이 결국 업무의 범위와 속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추가적으로 하나의 시간 속성이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데이터를 시계열로 늘어놓고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를 흔히 시계열 분석이라고 하는데 데이터가 가진 시즌성(Seasonality)을 살펴보기에 유용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 1년간 구글에서 [스타벅스] 키워드의 검색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그 추이를 분석해볼 수 있다. 만약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키워드를 분석하고자 할 경우 계절성 음료임을 고려해 매월을 단위로 데이터를 쪼개는 것이 가장 적절한 단위(Unit)가 된다. 이와는 반대로 [맥모닝] 키워드의 검색량 패턴을 확인해볼 때는 이것이 아침 메뉴인 점을 고려해 시(Hour)를 단위로 쪼개 볼 수도 있다.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존재를 어떤 단위로 쪼개느냐에 따라 시간의 개념이 일/주/월/년으로, 초/분/시로 프레임화(Frame)* 되었듯 데이터 분석가가 어떤 시간의 단위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쪼개어 분석할지 선택해볼 수 있다. 물론 쪼개는 단위에 따라 분석으로 발생하는 인사이트도 달라진다.


데이터 시계열 분석 예시 - [스타벅스], [블루보틀] 키워드의 지난 1년간 구글 검색량 추이 / 출처 : 구글 트렌드



2. 데이터는 닫힌 구조이자 동시에 열린 구조로 만든다.


데이터를 다루는 마케터로서 유의할 점 두 번째는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기 이전에 반드시 분석 프레임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다. 이전 글을 통해 재차 강조해왔던 부분이지만 설계를 할 때 이번 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데이터를 닫힌 구조로 만든다는 것은 - 이 말은 평소 내가 일을 하면서 사용한 말인데 학술적으로 이렇게 표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 분석 목표를 정의하고 해당 목표에 따라 분석 가능한(Analytical) 상태의 데이터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비지 데이터를 제거하는 데이터 클리닝 작업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사 브랜드와 경쟁사 브랜드에 대해 각각 소비자들이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지, 긍정적인 버즈는 무엇이며 부정적인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가 온라인 상에서 발생하는지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 가능한 데이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쟁사를 정의해야 할 것이다. 경쟁사 전체를 분석하는 것이 너무 범위가 넓다면 자사 브랜드와 가장 근접한 Top 3 경쟁사를 도출해야 한다. 팀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경쟁사를 임의로 선정할 수도 있지만 데이터를 근간으로 근접한 경쟁사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각 사별로 동일한 기준을 반영해 비교해볼 수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선정하는 일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데이터의 성격이 동일/유사한 데이터를 가져오는 일이다. 예를 들어, 경쟁사 데이터의 경우 A 카페의 버즈 데이터를 가져오고 자사 브랜드는 B 카페의 버즈 데이터를 가져온다면 동일한 채널/소비자로부터 발생한 데이터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브랜드를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발생하는 검색 결과 페이지 중, 특정 카페나 블로그에 상관없이 모두 가져오는 등 데이터의 출처가 비교분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물론, 특정 브랜드에서 열심히 인플로언서 활동을 해서 이런 경우, 오가닉한 버즈라고 볼 수 없을 때 해당 버즈를 어떻게 거를지도 중요한 설계 포인트가 된다.


두 번째로 열린 구조로 데이터를 설계한다는 의미는, 분석 가능한 범위와 양, 내용으로 수집된 데이터가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뽑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위의 사례를 이어서 생각해본다면 각 브랜드별 버즈 데이터를 긍정과 부정으로도 나누어서 볼 수 있어야 하고, 각 브랜드별 어떤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구분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적으로 각 브랜드별 제품으로 쪼개서 버즈를 살펴볼 수도 있겠다. 또한 월별로도 쪼갤 수 있어서 어떤 시점에 해당 버즈가 많이 발생했는지, 혹은 채널로도 구분이 되어 있어서 전체 버즈 중 어떤 채널에서 버즈가 중심적으로 발생했는지 - 해당 채널이 인플로 언서 채널이자 모니터링이 필요한 채널로 생각해볼 수 있는 - 분석할 수 있어야 하겠다.


동일한 데이터 속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인사이트가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데이터를 통해 어떤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지가 구체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그러한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데이터를 찾는 일은 그다음 일이 된다.  


데이터는 분석이 가능한 닫힌 구조이자, 동시에 다양한 각도에서의 분석이 가능한 열린 구조여야 한다.


3. 지속 가능한 분석모형을 설계한다.



현업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로부터 받은 요구사항은, 한번 컨설팅을 해서 받은 분석 결과를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시키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분석으로 발견한 새로운 인사이트와 액션 아이템들을 내재화시키고 시스템화 시키는 것은 빅데이터 시대에 모든 비즈니스에서 최대 목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는 매우 이상적인 접근이라 생각한다. 특히 조직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관리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을 경우 이러한 방법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외부 컨설턴트가 고객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수렴하여 그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서 최종 인사이트를 전달하지만 해당 분석 관점과 내용이 장기적으로도 유효할 것인가는 내부적으로 판단하며 신중히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데이터는 해당 데이터가 필요한 목표(Objective)와 활용도(Usage)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가 달라지며, 각각의 데이터의 성격과 출처에 따라 수집하는 조건과 수집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부분의 고객들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처음 시도해보는지라 많은 부분에서 유의미하고 중요한 의미를 발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인사이트들은 1회성으로 끝나거나 오래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 발견한 인사이트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데이터 변동 없이 동일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기존 분석 내용과는 정말 다르게 새롭거나, 기존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분석 관점과 이를 백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찾게 되는 시점이 찾아오게 된다. 그러나 그전에 모든 것들을 시스템으로 갖추고 있다면 새로운 분석틀이나 데이터들을 가져오게끔 시스템을 변경하는데 상당히 많은 공수가 발생한다. 물론 예산이 많고 지원을 많이 받는 조직의 경우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시스템 보수작업은 기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고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큰 작업으로 바뀌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관리하던 데이터와의 연결성도 끊기기 때문에 사실상 데이터가 시스템별로 여기저기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구조가 된다.


그러므로 1차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내부 전문가를 통해 이해·내재화시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분석 프레임과 데이터가 우리 조직에 필요한지 추려내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하다. 또한 처음 발견한 인사이트의 유용함이 다소 퇴색한 단계에서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인지, 업계 표준과는 달리 우리 조직을 위해 커스터마이징 되어야 하는 데이터와 분석 내용이 무엇인지 등이 내부적으로 정리가 된 상태에서 시스템으로 내재화하는 작업을 착수하길 추천한다. 그래야 나중에 추가로 필요한 데이터가 발견되어 시스템을 다시 갈아엎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수준으로 데이터만 추가하거나 수정하면 되는 범위로 분석 관점과 수집 데이터의 스콥이 정리되었을 때 - 그때가 바로 시스템 인프라스트럭쳐링(Systen Infrastructuring)이 필요한 시점이다.



Outro. 모든 것은 '실행(Execution)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A good plan violently executed now is better than
a perfect plan executed next week.
- George S. Patton

다음 주 실행 가능한 '완벽한 플랜'보단 바로 지금 실행 가능한 '좋은 플랜'이 더 낫다는 말. 실행이 중요한 마케팅 업에서 일하면서 언제나 모토로 삼고 목표로 하는 말이었다. 데이터 업에서도 이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하는 일에 데이터를 접목시키려는 목적이 결국 그 일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함이기에, 데이터가 실행보다 커지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데이터와 분석에 치여 정작 실행에 힘이 딸리는 용두사미와 같은 상황에서도 마지막 평가는 결국 데이터가 아닌 실행의 결과라는 사실 말이다.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데이터 분석가'와 '데이터 마케터'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이 되어 있지만, 데이터 마케터는 데이터 분석이 결국 실행을 위함임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바라본다. 이 두 가지 전문가가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와 실행전략을 뽑아낼 때 '결과까지 좋은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다.


실행 중심의 린(Lean) 전략은 데이터 마케팅 영역에서도 중요한 업무태도라고 생각합니다. / 출처 : 동아 비즈니스 리뷰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 차세대 기술로 인해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예측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가운데 분명한 것은 데이터 기반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혁명처럼 바뀔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가 일하는 일의 환경과 근무형태도 360도 바뀔 거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무쌍한 소비자를 충분히 이해해야만 알 수 있는 영역, 데이터 속에서 실행이 가능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일 등은 기계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노가다'라고 부르는 영역 - 분석 가능한 데이터셋으로 데이터를 클리닝 하는 과정 등 - 에서 어서 속히 기술이 발달하여 데이터 전문가들이 좀 더 쉽고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그리하여 '빡센 마케팅', '노가다 같은 빅데이터'가 아닌 '재미있고 다이내믹한 마케팅, 빅데이터'가 되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마케팅에서도, 빅데이터 산업에서도 이러한 혁신은 분명 일어날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인공지능이 일하고 마케터는 조금 덜 일하는 사회가 속히 오길 꿈꾸며.

* 현재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은 디아이매거진 과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페이스북 채널에도 월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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