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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아 Sep 11. 2021

메타버스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1

Intro. 신선한 4DX 영화의 추억


4~5년 전 4DX 영화가 인기였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물이 뿜어 나오고, 영화 속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 의자가 덜거덕 거리기도 한다. 총을 쏘는 장면에서 '치익'하고 뿌려진 약품 냄새는 오히려 영화를 방해했다. 일반 영화보다 3~4천 원 비싼 4DX 영화는 어느새 영화관에서 사라져 버렸다. 4DX경험은 추가 비용을 지불할 만큼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4년 전 4DX 영화관에서 경험한 물벼락을 통해 메타버스 시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언제나 인간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구나.
4DX 영화관은 망했지만 오히려 가상공간에서 영화를 체험하는 경험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 메타버스로 가상공간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중이다. 가상,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Metaverse).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가 혼합된 공간을 의미하는 메타버스. 관련 책들이 대형서점 매대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전 세계는 확실히 가상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매대에 놓인 관련 책을 하나씩 살펴보고 또 읽기도 하면서 메타버스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에는 기술을 주목했다. 그 기술이 구현한 시대를 살아갈 인간과 사회 모습을 깊이 고민하진 않았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메타버스 시대를 살아갈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까? 모두가 기술과 혁신에 주목할 때 누군가는 그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곧 다가올 그 시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맞이해야 하는가. 무엇이 우리 개인에게, 공동체와 사회에게 필요할까? 누군가는 그 고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1. 옴니채널 4.0 시대, 공간에 대한 개인의 선택이 중요한 시대.


사람의 얼굴과 출생 국가, 직업과 소득은 천차만별 다르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부여받는 절대적 개념이 있다. 바로 [시간(Time)]이다. 모든 인간은 절대적인 시간 속에 살아간다. 돈이 많다고 해서 하루 24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저 멀리 인도 시골마을에 산다고 해서 하루가 짧은 것도 아니다. 인간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절대적 시간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 이 절대적 진리 앞에 예외를 갖는 인간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공간(Place)]은 다르다. 아니 이제 달라지고 있다. 가상공간 세계가 열리면 개개인마다 머무는 공간이 달라진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을 의미하는 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절대적 시간을 어떤 공간에 배분하며 살아갈 것인가 - 그 선택의 문제는 여전히 인간의 주체적 가치판단과 의지의 영역이다.


필자는 메타버스 시대를 [한 명의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절대적 시간을, 어떤 공간에서 살아갈지, 선택하고 분배하며 상호 연결되어 살아가는 시대]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타임머신이 개발되어 인간이 시간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과거의 A가 현재의 B의 삶에 나타나거나 미래의 B가 현재의 A에 나타나는 그런 일이 아닌가. 정말 그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이번 글에서는 그 시대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어떤 공간에서 살아갈 것인지를 정하는 개인의 선택들이 모여, 인간과 사회 모습을 구현하는 주체가 된다.
타임머신이 상용화된 시대를 그리는 영화 [레미니센스] - 그 시대 역시 어떤 과거를 중요시하는가 [인간의 선택, 주체성]이 모든 서사의 결정적 역할을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온오프라인 공간들의 변화를 이전 글들을 통해 [옴니채널 3.0시대]로 정의했다. 코로나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매장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의 역할이 급격하게 떨어짐으로써,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시대를 일컫는다. 그러나 옴니채널 3.0시대는 메타버스라는 기술과 만나 신속하게 옴니채널 4.0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옴니채널 4.0 시대는 무엇인가. 3.0시대가 인간의 육체는 오프라인 상에 있으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에 정신이 몰입하는 구도였다면, 4.0시대는 인간의 전인격 자체가 가상공간에 위치하게 되는 시대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의 존재가 현실 상에 존재하는 것과,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라고 봐야 한다. 인류는 처음으로 이러한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100%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기술력과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아직 몇 년 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메타버스 시대는 가장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중이다.


옴니채널 3.0 vs. 4.0을 표현해보았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또 다른 차원의 공간 속에 다양한 인격의 형성이 이루어진다는 것.


2. 기술을 대비하는 인간의 자세.


우리는 종종 새로운 기술과 혁신에 주목한 나머지, 그 변화가 불러일으킬 사회와 해당 사회 속 인간의 위상,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인류문명은 기술의 혁신에 의해 발전해왔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는 우리 인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별히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시대는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인류가 발명한 기술은 동전의 양면성을 띤다. 불은 잘못 사용하게 되면 집과 재산을 태우고 인간의 목숨을 잃게도 하지만 불에 구운 고기를 통해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1866년 알프레드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는 광산에 돌을 채굴하는 용도로 개발된 고형 폭약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 세계를 날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핵무기로 발전되어 오늘날 21세기 국제정세를 움직이는 핵심적 변수로 작용하는 중이다. 이처럼 인류의 새로운 기술혁신은 인간 문명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이동시켜왔다. 그 문명의 중요한 동력은 바로 편리성과 부라는 두 축에 의해서.


독일 자동차 회사 BMW는 실시간 3D 협업 그래픽시물레이션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통해 복잡한 자동차 제조 시스템을 메타버스로 전환하고 있다. 공장 전체의 모든 요소를 시뮬레이션하여 계획 시간을 단축하고 유연성과 정밀도를 개선해 최종적으로 효율성을 30%나 개선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입구에 서서 그 기술이 가져올 이면, 부작용을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나이브한 긍정과 수용도 위험하지만 막연한 걱정도 위험한 법이다. 일단 메타버스를 온전히 알아야 한다. 그 기술 자체를 넘어 그 기술이 도래할 새로운 인간과 사회의 모습에 대해.


3. 더욱 거대해지는 기술 생태계, 메가 플랫폼 시대.


메타버스를 기술적으로 정의할 때 [DNA + XR] 공식을 사용하고 있다. 가상 경험(XR)을 가능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Data)와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 각각의 기술력이 고도로 구현되어야 한다. 가상 경험 기술력의 특징은, 이를 뒷받침하는 각각의 기술 영역이 해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어떤 시대보다 밀접하게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어야만 가상 경험(XR)이 비로소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완전한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시점에서 초대형 기술 생태계가 등장함을 의미한다.



현재는 각 영역들이 완전한 가상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수준과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빠르게 달려가는 중이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멈춰있는 듯하지만 차세대 기술 비즈니스 영역은 그 모멘텀을 유지하며 꾸준히 달려 나가고 있다. 전 세계 초대형 기술 생태계의 등장 - 그것은 규모적으로 가장 큰 형태가 될 수도 있겠으나 기술의 고도화, 연결성 측면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플랫폼을 만나게 됨을 의미한다.

 

거대 플랫폼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사회를 그린다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거대한 시스템이 될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맞닿아 경험하게 될 변화다. 플랫폼을 올라타거나 타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반만 올라타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카카오 택시를 사용하려면 카카오페이 결제 플랫폼을 당연히 사용하여 결제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가 미처 의식하고 선택할 사이도 없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올라타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더 빠르게 그 생태계에 빨려 들어가 그 플랫폼 안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디지털 튜터는 이러한 급변하는 시대를 적응하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직업군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그 세계 안에서 나의 존재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 사회를 살아갈 나에게 준비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Outro.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기술에 집중해왔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다. 기술에 집중하던 시선을 옮겨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인간 사이의 충돌을 야기한다. 기술이 고도화되는 시대 - 곧 그 기술을 견인하는 자본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연합되는 시대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부를 가진 재력가가 아닌 거대한 재력 집단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인류가 존재한 이래 우리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문명의 발전만큼 빈부격차는 더욱 극단으로 심각해지는 시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자, 우리는 그 사회 속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그 사회를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까? 거대한 기술 바벨탑이 지어져 가는 시점 지금 우리에게 실재적이고 구체적인 고민들은 바로 이것이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생태계가 모두 맞붙어서 펼쳐낼 메타버스 가상현실의 시대 - 그 사회 속에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는 한 개인의 실존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야 할 것인가.


이어지는 두 번째 글을 통해, 거대한 기술의 흐름 속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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