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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아 Nov 09. 2021

메타버스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2


Intro. C세대의 등장,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아직 미처 Z세대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C세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코로나 세대(Corona generation)'라고 불리는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태어났거나 앞으로 태어날 예정이다. C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아직 이른 시점인만큼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이해하는 에너지로 삼아보면 어떨까. 두 번째 글을 통해서는, 본격적으로 열릴 가상세계 앞에서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지 고민해보자.


코로나 기간 중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이 열풍이었다는 소식이 흥미롭다.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를 잊기 위해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16년 전 세계 열풍이었던 [포켓몬 고]가 문득 떠올랐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화면을 응시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혹시 본 적 있을까? 당시 필자도 회사 팀원들과 점심시간에 포켓몬을 잡기 위해 강남역을 좀비처럼 누비던 기억이 있다. 지나가는 자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교통사고가 나기도 하고 하수구에 빠지기도 했다는 기사들은 경험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범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하고, 전혀 연고가 없던 사람들이 포켓몬이 출현하는 지점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했다.


마치 신인류를 보는 것 같던 포켓몬 고 열풍 - 그것은 코로나 이후 펼쳐질 가상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 어색하고 우스꽝스럽던 모습은 곧 우리에게 일상적인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경복궁 근처에서 포켓몬을 잡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포켓몬이 많이 출몰하여 [포세권]이라고 불렸다. / 출처 : 시사저널


1. 현실세계에서 건강한 자아, 정체성이 우선이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수면을 통해 3개 층 의식세계를 설계하고 생각을 주입하여 현실세계의 결정을 바꾸려는 주인공의 다이내믹한 모험이 펼쳐진다. 크리스퍼 놀란 감독의 상상력도 탁월한 영화지만 어쩌면 가상세계를 살아갈 우리에게 다시금 시청이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면 속 가상세계에서 깨어난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현실을 잊지 않기 위해 작은 팽이를 돌린다. 마치 중심축이 계속해서 돌아가는 팽이의 안정성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메타버스 시대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중심축이다. 삶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 - 필자는 이 것을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틀, 세계관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다양한 가상세계에 열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모든 차원의 중심을 잡아줄 현실세계가 아닐지! / 출처 : 영화 인셉션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 그로부터 나오는 삶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을 때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까? 인셉션 주인공 아내인 '맬(Mal)'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가족을 버린 채 가상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가길 원하는 그녀의 모습. 그렇게 자살로 현실에서의 삶을 끝낸 그녀의 선택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어떤 차원의 세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삶과 운명이 결정된다.


다양한 가상세계가 내 앞에 열린다 할지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결국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두 다리로 땅을 단단히 밟고 서있는 현실에서의 자기 자신, 그리고 현실공간에서의 자신의 삶이다. 아이들을 다시 만나는 삶의 목적을 기억하며 현실에 집중하는 인셉션 주인공의 고뇌와 애씀. 어쩌면 그것은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의 노력이 되어야 할지도.

코로나 현실과는 달리,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는 자유롭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 출처 : 구글 검색 결과


코로나 기간 중 잘 팔렸다는 닌텐도 스위치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의 성공요인은 코로나라는 답답한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기 때문이다. 현실을 잊고 무인도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현실의 상황이나 삶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가상현실은 그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는 수단으로 빨려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10대에게 인기가 높은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아바타의 모습은 현실의 '나'와는 다르다. 생김새와 목소리, 옷차림과 말투까지 모두 다르게 세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또 다른 인격, 또 다른 자아'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인격이 아직 온전히 형성되지 않은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또 다른 인격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플랫폼 속 다양한 자아 속에서도 우리가 먼저 온전하게 형성할 것은 현실에서의 나임을 기억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IT기업 출신 부모들의 자녀교육이 이러한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사립학교인 펜실베니아 발도르프 학교는 학생들이 13살이 되기 전까지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2011년에 한 인터뷰에서 자신과 아내 로렌 파월은 집에서 아이들의 테크놀로지 제품 사용 시간에 한계를 둔다고 고백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빌 게이츠 역시 '스크린 타임'으로 아이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다. 현실에서의 먼저 자신을 온전히 형성하고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후에는 적절히 자신의 전자기기 사용을 스스로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21세기 메타버스 시대, 우리는 더욱 현실에서의 삶 - 자아와 인격형성, 절제와 인내 등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에 집중해야 한다.


2. 21세기는 세계관 전쟁 중!


현실세계에서 개인의 인격과 정체성이 온전하다면 다음 단계로 다양한 가상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가상세계는 흔히 우리에게 '플랫폼'을 단위로 열리게 되는데, 각 플랫폼은 현실과는 다른 그러나 저마다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21세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세계관을 손꼽는다면 단연코 마블(Marvel)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는 마블에게 판권이 있는 캐릭터가 주연인 영화와 드라마들이 공유하는 세계관을 일컫는 용어이다. 마블 시리즈의 모태가 되었던 코믹스와 뿌리를 갖지만 현재 마블 대부분의 콘텐츠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취하고 있다. 마블은 엄밀히 보면 세계관을 판매하는 중이라 할 수 있다. 그 세계관을 영화, 게임 콘텐츠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마블은 현재 자신들의 세계관을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게임을 통해, 영화를 통해. / 출처 : 구글 검색 결과


가상세계 역시 일련의 '사회(Society)'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상'이라고 해서 해당 공간 속에 개인의 모습이 존재하고, 타인과 교류하며 하나의 사회를 이루는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양한 플랫폼 차원으로 열리게 될 가상세계 - 그 세계를 형성하는 수많은 세계관 앞에서 개인의 온전한 정체성은 기본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이 반드시 장착되어야 한다. 다양한 세계관들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 그 기준은 수많은 가상세계에서 자신을 지켜줄 '중심축' 역할을 해낼 것이다.


결국 가상세계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 그리고 자신 앞에 펼쳐질 수많은 차원의 현실과 가상세계 속에서도 올바른 삶의 기준을 갖는 힘에 21세기 한 인간의 실존이  달려있다. 이처럼 뚜렷하고 명확한 현실을 기반으로 할 때 비로소 메타버스의 상상력은 그제야 가치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이다. 만약 현실이 부실하다면 그 가상세계는 그 어떤 세계에서도 부유하며 살아가는 신인류를 만들어낼 것이다.

가상세계가 펼쳐질 사회에서의 인간의 실존을 그려보았습니다. 건강한 정체성과 세계관만 있다면 가상세계 두렵지 않아요!


3. 메타버스, 삶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변화.


아직까지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소셜(SNS) 또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만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것이 2021년의 현실이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전반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 시즌 이후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가 도입되었고 이제는 재택근무가 일상적인 근무방식 중 하나로 채택되고 있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어야만 일이 가능한 시대는 지났다. 이러한 근무방식의 변화는 직원 간 새로운 관계,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메타버스 플랫폼은 지금까지 근무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근무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술문명이 되고 있다.

화해 기업의 직원들이 메타버스 1세대인 게더 타운 플랫폼에서 회의하는 모습. / 출처 : 전자신문

특별히 필자는 교육영역에서 메타버스 기술이 가져올 교육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많은 일과 직업을 대체할 시대에 맞물려 메타버스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메타버스는 교육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들을 극복하며 새로운 차원으로 교육 퀄리티를 높이는 혁신이 가능하다. 다양한 직업을 중복으로 선택하거나 적은 비용으로도 쉽게 일을 전환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누구나 원하는 직종을 가상공간 속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다. 강의실이나 교육장 등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 없고 한번 콘텐츠로 만들어 놓으면 계속적으로 축적,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고 비용 효율적이다.


필자는 미래사회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그런 사회가 되더라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 인간다움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만약 기계가 인간의 직업 80%를 대체하게 된다면, 그 시대 속에서 기계와는 다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새로운 과업들을 탐색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자는 가상현실을 통해 지역과 공간을 뛰어넘어 누구나 접근 가능한 높은 품질의 교육 콘텐츠가 이러한 논의를 이뤄가는 토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사는 지역이나 소득에 따라 교육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메타버스는 이러한 열악함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위험할 수 있는 소방훈련을 가상세계(VR)에서 진행하는 모습. / 출처 : 연합뉴스


Outro. "Reality is real."


인류의 기술문명이 가장 고도화된 21세기 - 마치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만 같은 시대에도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본연의 인간다운 모습, 삶의 중심축을 지켜내는 일이 핵심이다. 인류는 또 다른 시대문명을 열어가겠으나 그때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은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나아갈 것이다. 그 원동력은 결국 현실에서의 온전한 자아와 정체성,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시각이 바탕이 되며 분명한 목표의식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은 여전히 빛을 발할 것이다.


메타버스를 사용하는 주체가 이를 잘 다스리며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칼은 요리사에게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도둑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도구가 된다. 단단한 현실에서의 자아와 정체성은 가상현실을 다스리며 사용할 수 있는 절제력, 인내를 키워줄 수 있다. 올바른 세계관은 좋은 플랫폼을 스스로 선택하고, 필요와 목표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에 기본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현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창의력이 창발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 시대에 필요한 교육 방향성은 기존의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위 역량을 키워주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현존하는 지식 데이터는 인공지능이 모두 가지고 있으며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검색-처리-결과 제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마케터라면 어떻게 브랜드 경험을 각 공간 속에서 구현할 것인지 각 플랫폼별 목적이 명시되어야 하며 서로 연결, 상호작용하여 통합적인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자. 단순히 소비를 목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하고 일상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소비 라이프스타일 자체로 접근하자. 그러므로 마케팅의 목적과 효과에 따라 소비자의 경험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차원별로 다른 공간을 의도, 구현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메타버스 가상세계는 인간 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어떻게 그 가상공간을 다스리고 사용하며 기계가 대체되지 못할 인간다움을 지키며 새로운 인류문화를 창발 해나 갈 것인가! 21세기 메타버스는 이 문제를 지금 이 순간 우리 각 개인과 인류의 과제로 던지고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 원]의 한 장면. 무섭고 끔찍한 현실이라도 그 곳이 실재하는 곳이며,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고백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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