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지표를 통해 살아있는 사회 꿰뚫어 보기
늦은 저녁 퇴근길.
금방 끝내려던 업무가 길어지더니 훌쩍 9시가 넘어버린다. 아 배고파. 오늘 저녁 메뉴는 마라샹궈로 정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엔 어김없이 찾게 되는 나만의 소울푸드. 1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지하철 퇴근길 - 집에 도착하기 30분 전 북적이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파 속에서 재빨리 배달 앱을 켠다. '주문!' 익숙한 사운드로 배달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콩나물시루처럼 빡빡하게 사람들로 가득한 열차칸에 몸을 싣는다. 그래도 집에 가면 나를 반겨줄 마라샹궈를 생각하니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식탁에 음식을 담아주신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 - 다음 엄마의 한마디가 마케팅 모먼트에 불을 켰다.
"우리 딸은 참 엥겔지수가 높아."
가끔 연륜에서 나오는 엄마의 삶의 지혜들과 상식에 깜짝 놀라곤 하는데 이번에는 고등학교 이후로는 들어본 적 없는 경제용어를 듣게 되니 참 신선하다. 고등학생 때 성적을 위해 밑줄을 쫙쫙 치고 별표를 다섯 개쯤 그렸던 [엥겔지수]였는데 기억이 도통 나질 않는다. 자연스럽게 기억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으로 흐른다. 고등학교 시절 5번 넘게 읽을 만큼 좋아한 책이었다. 딱딱한 교과서 문체가 아닌,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어떻게 경제개념이 탄생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책이었다. 이 책으로 경제과목이 좋아졌고 대학입시 시절 전공을 경제학과로 지원할 만큼 이 책이 내 청소년기에 끼친 영향은 컸다.
엥겔지수란 가계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정의하는 지표로서, 국가의 부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되었다. 엥겔지수가 낮을 수록 더 잘 사는 나라로 해석되곤 했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경우, 가계별 소득 수준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게 된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년도 대비 엥겔지수가 상승했다. 2009년 대비 2017년 대한민국 엥겔지수가 26.6에서 27.4로 0.8% 상승하였다고 한다. 외식비를 제외한 식료품으로 적용할 경우, 13.8에서 14.1로 0.3% 상승하는 것을 보니 외식비 비중이 대폭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일본의 경우 23.4에서 25.5로 2.1%가 상승했다. 동기간 0.8% 상승 대비 큰 폭의 상승이다. 외식비 비중을 제외한 경우에도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데 1.9%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그밖에도 프랑스, 그리스, 체코, 헝가리 등 많은 국가의 엥겔지수가 동기간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엥겔지수가 낮을수록 선진국이라는 불문율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엥겔지수가 상승하는 트렌드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신은 살기 위해 먹는가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주제다. 생각의 흐름은 대부분 어느 한쪽을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중요한 것은, 둘 다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잘 살기 위해 음식을 건강하게 먹어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돈을 벌며 잘 살아야 한다. 신기하게도 위 두 가지 대척점이 있는 가치 속에 왜 엥겔지수가 상승하고 있는지 원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잘)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현상(Eat to live well)'을 살펴보자. 전세계는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 시대가 지나가고 먹을 게 풍부해서 선택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수명은 어떠한가. 의료기술의 진보로 인간의 수명을 100세까지 연장시켜 나가고 있다. 인류가 존재한 이래로 이렇게 풍요롭고 화려한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번영한 21세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어떤가 -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기아는 해결되지 않았다.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고 환경오염으로 안전한 먹거리는 줄어들고 있다. 문명의 창발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아이러니를 마주한다.
특히 후쿠시마 방사능 사건으로 일본은 지금 먹거리와의 전쟁 중이다. 일본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도쿄 등 대도시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료품 외 가공식품·화장품·의류까지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는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유기농, 친환경 제품 시장이 성장 중이다. 유기농 시장의 성장동력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나라이기도 하지만 높은 가계소득과 함께 성장한 시민의식에 있다. 일본의 식료품(유기농) 시장이 어떻게 발달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대한민국의 식료품 미래를 예견하는데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대한민국을 살펴보자. 국토면적이 작기 때문에 식료품 문 농산물 가격이 높다. 위 엥겔지수 데이터를 참고해봐도 다른 선진국 대비 엥겔지수 자체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우 물가가 높아 식료품 가격 또한 높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보다 체감상 30~50% 저렴하다. 토지가 넓어 농산물 공급이 충분하기 때문에 식료품 물가가 높지 않다. 특히 미국의 경우 유기농 제품만을 판매하는 홀푸드(Whole Food)처럼 유기농 제품 시장이 충분히 발달되어있어 일반인들도 충분히 접근 가능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농산물 가격 자체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유기농 식품 자체가 국산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대은 2~3배까지 높아진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특이성은 유기농 식료품 시장의 성장에 제약이 되고 있다. 높은 가격으로 한정적인 소비자만 접근이 가능하고, 소비자 수요가 커지지 않아 유기농 식료품에 대한 공급이 크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유기농 시장은 성장 중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소득 수준에 따라 엥겔지수를 구분해서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는 분석이 될 것 같다. 돈을 많이 벌 수록 건강한 음식을 먹고, 결국 질병 발생률과도 연관 있음을 가정해볼 때 돈의 빈부격차가 건강의 빈부격차까지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닐지.
건강한 음식에 대한 의식과 수요가 높아지고, 그만큼 공급량이 증가하며 시장이 커짐으로써 가격이 떨어지는 자본주의 기본 원리가 대한민국 식료품 시장에도 속히 적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두 번째로 '먹기 위해 사는(Live to eat well) 가치'를 함께 관찰해보자. 지난주 주말 오랜만에 후배 세 명을 만났다. 그 중 최근 취업을 해서 일을 하기 시작한 친구도 있었다. 푸짐하게 시킨 음식을 앞에 두고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찰나.
"언니, 사실 저는 월급에 70%를 먹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가치를 이해하기 충분히 임팩트 있는 한 문장이었다. 왜냐하면 저자의 세대는 신입시절 월급의 60%를 저금했기 때문이다.
힙합에서 유래된 '플렉스(Flex)' 단어로 20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가치를 이해해볼 수 있다. '나 오늘 Flex 했어'라고 표현하는데 돈이나 어떤 소비활동을 통해 자신을 뽐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20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플렉스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겠다는 가치, 자신이 좋아하는 가치에 집중하고 과감히 돈을 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맛있게 먹겠다는 의지,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느끼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미래보다 우선되는 가치를 담아낸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크게 성장한 배달 앱 시장은 1인 외식 비용을 크게 올리는 데 기여했다. 혼자여서 대충 때웠던 식사를 배달 앱을 통해 맛집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고, 퇴근 후 늦은 시간에도 다양한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게 되었다. 채소나 고기 등 식재료 가격이 높은 데다가 잦은 야근과 같은 불안정한 식습관 라이프 스타일이 상대적으로 반조리식품 · 외식문화가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살기 위해 먹는(Eat to live well) 가치와 먹기 위해 사는(Live to eat well) 가치 - 어디에 그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로 보이지만 결국 인간이 생명을 존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식(食) 문제로 귀결된다. 다만 전자는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자 외부환경의 위협이며, 후자는 시대변화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가 음식시장에 다이내믹스(Dynamics)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각 국가별 특이성까지 반영을 한다면 엥겔지수가 더 이상 절대적 지표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엥겔지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 국가별 식문화가 반영되어 다양한 결과 값으로 분화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더 이상 엥겔지수가 국가 간 번영을 비교•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지표는 여전히 유용하다. 소득 수준별 식료품 구매 비중을 비교해보거나, 반조리식품이나 외식문화 등 각 국가별 식문화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도 살펴보면 좋은 분석이 될 수 있겠다. 엥겔지수 수치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데이터를 해석하는 관점을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쓸모없어진 경제지표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찰(Insight)이 과연 마케터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 혹은 자신의 삶과 태도에 어떤 방향성으로 적용해볼 수 있을까?
이제는 양보다는 질이다. '많은 양을 좀 더 저렴하게'가 아닌 '좋은 제품, 좋은 제품 그리고 좋은 제품' 가치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이다. 여기서 좋은 제품의 기준은 건강하며(Healthy), 공정하며(Fair),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Eco-friendly) 가치를 담아냄을 의미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재료와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좋은 품질이 마케팅을 하는 데 중요한 핵심 요소가 된다. 제품에 충실한 마케팅 - 오히려 마케터에게 쉬운 방향이지 않은가. 마케팅보다는 상대적으로 제품 기획이 고려해봐야 하는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제품이 좋으면 사실 마케팅은 그것만 스토리로 풀어내면 된다.
제품력이 높아야하기 때문에 제품 기획 단계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위 3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상품을 기획하되 마지막 공정까지 디테일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 성분은 환경친화적이나 제품을 배송하는 패키지가 과대포장으로 도착했다면 소비자가 느낄 때에는 모순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하는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치를 담아내는 제품기획력이 필요하다.
퀄리티가 높아지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동전의 양면처럼, 가격이 높으면 그만큼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때 위에서 다룬 세 가지 가치 - 건강한(Healthy), 공정하고 투명한(Fair and Transparent), 환경친화적(Eco-friendly)를 고려해야 한다. 가격을 낮추려는 전략에서 벗어나 제품력을 높이려는 방향이 중요해진다. 마케터가 소비자의 가치를 이해했다면 제품 기획 및 영업팀까지 이러한 가치가 설득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경우다.
가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혹은 의미가 좋아서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를 해본 경험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와디즈(Wadiz)가 나에게 그런 구매 경험을 자주 발생시키는 곳이다.
어제 구매한 우산의 제품 상세 설명이다.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우산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떨어지는 빗물 때문에 일회용 비닐우산 커버를 사용하는데 해당 우산은 빗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비닐을 불필요하게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 평소 일회용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우산을 세차게 털고 실내에 들어가는 일인으로서 결국 구매를 하고 말았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이자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제품인 것이다. 게다가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제품기획 관점에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그만큼 재료의 수급이 쉽고 제작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울 때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니 그만큼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가격을 일부로 비싸게 남용하지말자. 새로운 가치가 해당 시장에서 수용된다면 가격은 떨어져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다.
21세기 밀레니얼 세대에게 '개취(개인 취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아마도 부모님 세대의 취향 희생이 컸다. 자식이 좋아하는 것이 곧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고, 자식을 키우느라 취미생활을 포기한 그 모습이 참 안타깝고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 것은 아닌지 - 어쩌면 정반합의 원리처럼 부모님 세대의 '취향 포기'가 우리 세대의 '취향 강세'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가 미래보다는 현실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가치는 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소득에서 일정 금액은 미래를 위해 아껴두는 재무관리는 필요할 것 같다.
마케터는 자신의 코어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소비자가 어떤 활동과 상품에 돈과 시간, 관심을 투자하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볼 수 있겠다. 취향에 기반한 제품 구매 역시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구매금액대 역시 높게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감정적 선호도가 발생함으로써 소비자가 브랜드 전도사가 된다. 소비자가 곧 일인 마케터가 되는 비밀이 여기에 숨겨져 있다. 브랜드 자체에서 소비자 취향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코어 소비자가 좋아하는 아이템과 제휴를 하는 방법도 시간비용 효율적으로 브랜드 선호도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된다.
* 코어 소비자(Core Consumer)란?
데모 그래픽 타겟 소비자와 대조되는 의미로써 한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없는 별과 같이 흩어져있는 소비자 개인 혹은 소수 집단을 의미한다. 이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매개로 연결되며 브랜드의 옹호자이자 동시에 매출을 발생시키는 소비자로 정의될 수 있다. 브랜드의 추종자로서 그들을 중심으로 주변부로 마케팅 효과가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핵심 소비자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 - 대한민국 밀레니얼 세대는 특히 '세월호 사건' 세대다. 사회의 부조리로 인해 자신으로 대변되는 친구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죽을 수 있는지 TV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세대다. 그들이 가진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반발감은 어쩌면 부정할 수 없는 성장배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배경으로 인해 한국 밀레니얼 세대들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브랜드에 대해 강력한 선호도를 보인다. 구매를 통해 브랜드의 행보를 지지하며 강력한 브랜드 '덕후'가 된다. 오히려 마케터로서 밀레니얼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제품이 어떻게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나가는지 - 그 이야기를 그들의 언어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된다.
전 세계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어딘가 기아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건강한 먹거리는 급격히 사라지는 중이다. 잘 살기 위해 건강한 먹거리가 중요해지고, 동시에 먹기 위해 살아가는 가치관이 등장하면서 대한민국 식(食) 문화는 성장 중이다. 소비자는 싸고 양 많은 제품보다는 좋은 성분과 좋은 가치를 담아내는 상품을 선호한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개인의 취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강력한 구매력과 선호도를 보이며 마케팅 효과를 발생시킨다.
마케터의 퇴근 후 늦은 저녁시간 - 엄마의 '엥겔지수' 발언이 사회를 다른 각도로 이해해보는 울림으로 작용했다. 2003년 21세기가 막 떠오르던 고등학생 시절, 책 속에서 만난 독일 경제학자 엥겔이 2020년을 살아가는 나에게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상상해본다. 비록 엥겔 지표는 자신의 의도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나의 시도를 기뻐하고 있진 않을까. 책 제목처럼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란 바로 그런 정신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경제학자도 마케터도 죽음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살아서 존재한다.
* 현재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은 디아이매거진 과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페이스북 채널에 월간 칼럼으로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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