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성 Apr 26. 2018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해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쇼핑 (by 조성민)


좋은 에세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읽고 난 후에 저자와 친해지고 싶은가, 혹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껌딱지라도 되어 그의 일상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고, 장강명 작가님은 <5년 만에 신혼여행> 초반부를 읽자마자 술 한 잔 나누고 싶은 사람이 됐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조성원 작가님까지. 
 

<아무튼 쇼핑>은 그의 취향이 가득 담긴 에세이다. 그가 사랑하는 물건들(가령 시계와 지갑부터 시작해서 조명과 액자 심지어 프리즈비까지)에 대해 일러스트레이터 특유의 세밀한 시선을 담아 위트 넘치게 표현했다. 마치 선배 집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멋진 물건은 이런 게 있고, 이런 정보는 알아두면 좋아.'라며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피식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제주에 거주하신다고 하던데, 집에 있는 물건을 소개하는 투어가 생긴다면 (과연?) 꼭 신청해보고 싶다.  


세밀한 시선과 위트 넘치는 표현은 마음 속에 새겨둬야지.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 



쓰다 보니 우연히 든 생각인데 카메라 뷰파인더의 화면, 그림의 틀, 그리고 액자를 모두 ‘프레임’이라고 부르는군요... 형태는 다르지만 셋 다 ‘시각의 범위’를 가리킨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이 흥미롭다. 사진과 그림은 결국 우리가 바라본 전체에서 어떤 부분을 선택한 것이고 액자는 그것들을 다른 톤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조명 역시 일종의 프레임이 된다. 그런데 조명이 정말 특별한 점은 이 프레임이 사각이 아니고 불규칙하고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둥근 벽에 비친 조명은 정확하게 벽의 곡선만큼의 프레임을 만든다. 누군가의 얼굴에 반만큼 드리워진 조명은 밝은 영역에서는 그의 생김새를 읽을 수 있게 해 주고 어두운 영역에서는 신비감을 만든다. 대상이 움직이면 프레임도 같이 변하면서 생동감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배경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조명 안쪽의 영역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나에게는 진정 액자만큼이나 소중한 프레임이다.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입체 프레임을 갖는 데 필요한 건 스위치를 누르는 일뿐이다. (p.90-91)  


> 알아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제가 관심사의 해변에서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멀리서 좀 즐기셨나요? 한 부분이라도 즐겁거나 관심이 가셨다면 저도 기쁘겠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해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떠다니는 (혹은 마음에 드는) 위치가 조금 다를 뿐. 그래도 조류는 늘 흐르니까 혹시 마주치면 “어이~”하고 반갑게 인사하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안 뛰어든 분이 있다면 맘 내킬 때 풍덩하시길. 시원하고 좋다니까요. (p.154 당신의 바다는 어디인가요?) 


> 미소가 지어지는 에필로그

매거진의 이전글 "이노베이션이란 새로운 상식을 낳는 작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