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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Mar 16. 2022

블라디미르 푸틴은 왜 이번 전쟁에서 이미 패배했을까

2022년 2월 28일 가디언지 번역 Written by 유발 하라리

원문 :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2/feb/28/vladimir-putin-war-russia-ukraine 


가디언지의 오픈 라이선스 정책을 준수하는 개인 번역입니다. 무단 복제 및 전재 - 재배포에는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


제목: 블라디미르 푸틴은 왜 이번 전쟁에서 이미 패배했을까


부제: 러시아가 머지않아 우크라이나를 정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며칠 간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보건대 그들은 러시아의 지배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본문:

전쟁이 시작된  일주일도  되지 않아 블라디미르 푸틴은 역사적인 패배의 길로 향하고 있다. 설령 모든 전투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그는  전쟁에서 패배할  있다. 러시아 제국의 재건에 대한 푸틴의 꿈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진정한 국가가 아니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진정한 국민이 아니며, 또한 키이우, 하르키우, 르비우의 주민들은 모두 모스크바의 통치를 갈망한다는  거짓에 근간을 두어 왔다. 그것은 거짓이 맞다 – 우크라이나는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국가이고, 모스크바는 마을도 아니던 시절에도 키이우는 이미 주요 도시였다. 다만 러시아의 독재자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되풀이한 나머지, 스스로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획했을 때,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들을 근거로 들었을 것이다. 그는 러시아군의 규모가 우크라이나를 압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군대를 보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유럽 전역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독일 같은 나라들이 함부로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도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그가 세운 계획은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고 빠르게 공격하여 중앙 정부를 해체하고, 키이우에 괴뢰 정권을 확립함으로써 서방의 제재를 견뎌 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가지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배웠듯,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정복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푸틴은 자신에게 우크라이나를 정복할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가 정복한다 한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모스크바의 괴뢰 정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러나 푸틴은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에 운명을 걸었다. 푸틴이 그의 추종자들에게 반복해서 말한 것처럼, 어쨌든 우크라이나는 진정한 국가가 아니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진정한 국민이 아니잖은가. 2014 크림반도 사람들은 러시아의 침략자들에게 거의 저항하지 않았다. 2022년이라고 과연 다를  있을까?


날이 지날수록 푸틴의 도박이 실패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온 마음을 다해 러시아에 대항하여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 또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그들 앞에는 수많은 어두운 날들이 놓여있다. 러시아는 끝내 우크라이나 전역을 정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에서 완전히 이기기 위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배해야 하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지배를 허락함을 전제로 한다. 시간이 갈수록 이것은 점점 불가능해 보인다.


 대의 러시아 탱크가 파괴될 때마다,  명의 러시아 병사가 사살될 때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 의지는 강해진다. 그리고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희생될 때마다 침략자들을 향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증오는 더욱 깊어져 간다. 증오는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추악한 것이다. 하지만 억압받는 국가들에게 증오는 숨겨진 보물 같은 것이다. 마음속 깊이 파묻힌 증오는  세대에 걸쳐 저항을 지속시킬 수도 있다. 그러니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기 위해 푸틴은 가능한 희생자 없이 승리를 거두어야만 한다. 점점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피를 흘림으로써 푸틴의 꿈은 절대 실현될  없음을 확인시켜준다. 러시아 제국의 사망 증명서에  이름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아닌 푸틴이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서로를 형제처럼 느끼도록 했다면, 푸틴은 그들을 적으로 돌렸다. 또한 이제부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하는 국가가 되게끔 만들었다.


국가는 결국 스토리 위에 만들어진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앞으로의 어두운 날들에도, 그러한 날들이 끝나고 나서도, 세대에 걸쳐 전해나갈 스토리가 더 많이 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는 대피할 수단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수도를 지키는 젤렌스카 대통령의 스토리. 항복하라는 러시아 전함에다 "가서 엿이나 먹어라"라고 말한 스네이크 섬의 군인들 스토리. 맨몸으로 도로에 뛰어들어 러시아군의 탱크를 막으려 했던 민간인들의 스토리. 국가는 이런 스토리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스토리들은 탱크보다 더욱 막강한 힘을 가진다.


러시아의 폭군은 다른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어린 시절 그는 레닌그라드 포위전에서 있었던 독일군들의 만행과 러시아인의 용맹함에 대한 스토리를 먹고 자랐으니까. 그는 지금 비슷한 스토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름 아닌 히틀러 역할을 맡았다는 것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우크라이나인의 용맹함에 관한 스토리는 우크라이나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함께 결의를 다지게 만든다. 그것들은 유럽 국가들의 정부에, 미국 행정부에, 심지어는 억압받는 러시아 시민들에게마저 용기를 가져다주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맨손으로 탱크를 막을 용기가 있다면,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을 공급하는 용기를 낼 수 있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용기를 낼 수 있으며, 러시아 시민들은 이 무의미한 전쟁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보이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역시 기부를 하든, 난민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든, 온라인 투쟁을 돕든, 무언가를 실천하는 용기들을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세계 미래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폭정과 침략이 이기도록 내버려 두면, 우리 모두는  결과에 고통받을 것이다. 그러니 방관할 여유는 없다. 지금은 모두가 일어서서 맞서 시간이다.


안타깝게도  전쟁은 오래 지속될  같다. 여러 가지 형태로   동안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결정되었다. 우크라이나가 보다 진정한 국가이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보다 진정한 국민이며, 그들은 분명히 러시아 제국의 통치 아래 살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세계에 증명해 보이기에 며칠이라는 시간은 충분했다. 이제 남은 것은  메시지가 크렘린 궁전의 두꺼운 벽을 뚫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유발 노아 하라리는 역사학자이자 「사피엔스: 인류의 짧은 역사」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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