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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Oct 15. 2016

30살의 나

일상, 사랑 그리고 미래


"파스타 좋아해?"



코크시티센터 근처에 있는 집을 찾기란... 코크사람들도 인정할 만큼 어렵고 힘들다. 코크시티센터는 코크의 중심지인데 부산으로 치자면 서면쯤 된다.


기숙사에서 사는 기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숙소를 알아보는 중인데,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집을 렌트하려고 부동산에 연락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어제는 이 일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시험공부에 집중하기가 힘들었고 뭔가를 씹어야겠단 욕구에 사로잡혀 Tesco로 가 감자칩이며 젤리, 빵, 망고라임쥬스를 사서 먹어치웠다.


수업이 끝난 오후, 같이 집을 구하는 반 친구들과 인터넷에서 괜찮은 집을 발견해 한 군데 메일을 넣었는데(전화하고 싶었지만 연락처가 없었다.)점심시간인데다 하염없이 그 답장만 기다릴 수 없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점심으로 빵에다 양파 채썬 거랑 통조림에 든 토마토소스에 절여진 콩이랑 해서 대충 먹으려고 부엌으로 내려갔는데 쿵쾅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부엌에 가보니 이 기숙사에 사는 이탈리아 남자 토니와 그의 친구인 프랑스 남자가 있었다. 식탁엔 잘 갖춰진 식기구들이 보였고 조리대에 몇 가지 재료들이 보였다.


"파스타 만들어?"


그러자 토니가 아주 자부심이 강한 눈빛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가 물었다.

"파스타 좋아해?"


"당연하지!"


"먹을래?"


"당연하지!!!"


그가 파스타를 만드는 동안 나는 내가 만든 허접한 것들을 먹었다. 혹시 그가 주는 파스타가 적으면 허기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물었다.


"너 요리사야?"

 

"예전에. 2년 동안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한 적 있었어. 지금은 변호사야. 이탈리아에서."


"와!!"


요리사와 변호사. 두 직업이 확연히 달라 놀라긴 했지만... 따지고보면 나도 서로 공통점이 없는 일들을 해왔던 부류에 속해서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곁에 서서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어떻게 파스타를 만드는지 구경했다.

올리브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껍질을 까지 않은 마늘 두 알과 빨간 고추를 넣었다. 왜 껍질을 까지 않느냐고 물으니 껍질을 까면 마늘이 탈 수 있기 때문이랬다.

그러는 동시에 파스타면을 삶았는데, 물이 끓으면 소금을 넣고 그 다음에 면을 넣었다. 그가 말하길 면은 대략 7분 정도만 익히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채썬 양파를 오일 위로 투하!!! 양파를 투하 한 후에 마늘과 고추는 빼냈다.

그리고 바로 토마토소스 통조림을 넣었는데 저건 이태리꺼라 했다. 3분정도 함께 볶으면 된다고 했다.

파스타면을 소스에 넣고 잘 섞어준 후 '쿵쾅쿵쾅' 소리의 원인이었던(통후추를 빻는다고) 까만 후추를 뿌렸다.

토니가 완성된 파스타를 가지고 식탁으로 갔다. 토니한테 조금만 줘도 된다고 했는데 아니라면서 많이 먹어야된다고 접시 한가득 퍼줬다. 배식이 끝나고 우리는 곧바로 그가 만든 파스타를 시식했다.


"음!!! 맛있어!!!"


정말 맛있었다. 스쿨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는 파스타를 먹고 거기 갔던 걸 너무너무 후회했었다. 양이 어찌나 작던지 포크 한 번 휙 돌리니 끝이었다. 8유로나 주고 그런 걸 먹었다니!


하지만 공짜로 이렇게 맛있는 파스타를 먹게될 줄이야!!! 마치 보상같았다.


나는 '맛있다'라는 한국말을 그에게 가르쳐줬고 그가 한국에 관해 궁금해한 몇 가지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줬다.


그가 파스타치오를 코크에서 구하기만 한다면 파스타치오와 크림을 넣은 파스타를 만들겠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와*에 친구로 추가해달라고 하고 파스타를 만들면 불러달라고 했다.


점심을 먹는 동안 나는 집 생각을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 집도 구해지고 안정되면 그들을 초대해서 가능하면 한국음식을 만들어 맛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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