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자락에서 만난 사람풍경
조*세 바오로님은(85세) 성당사목회 원로 회장님이시다
경상도 상주 양반이시며 장날에 장이 서지않고
부친의 환갑잔치로 인근의 사람들을 초대해서
며칠동안 밥과 술과 고기를 먹였으며
나도 신고 다녔던 고무신을 한번도 신지 않으셨다는 양반집 막내아드님 이셨단다
어느쪽으로든 막힘이 없으시고
소통하며 유쾌하시다
성당주말농장 으뜸 농부이시며
노래를 잘부르시고 애창곡은 전주부터
기본 2절까지는 당연하시다는데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시고
여전히 약주도 좋아하시는데
젠틀 하시다는건 멋진 일ᆢ
재동소학교에 입학하실때 행랑 아범네를
서울로 같이 보내셔서 처음 살았던 집이
삼청동 총리공관옆에 지금도 그 지번으로
찾을수 있으며
그 동네에 메리의 개무덤이 있다고 수근거렸던
일본인 관리집은 얼마전에 카페로 바뀌었던 집이다
동갑내기가 있었던 행랑아범네 아들은
멀리 다른학교에 다녔다는데ㅡ
나중에 부친께서는 쌀집을 내주셔서
독립시켜 드렸다니
주변을 챙기시고 보이지않게 도와주시는
넉넉함은 부전자전 이신거다
1남4녀를 두신 다복하기 그지 없는
바오로 회장님네는
화목하고도 즐거움이 넘치는 보기 드문
가족이다
단촐하게 지내시는 두분의 살림살이는
견실한 신앙만큼
단정하고도 모범적이신게
세간이 호화롭거나 넘치지 않으시다
승진하시면서 누님께 받으셨다던가ᆢ
귤나무는 오십여년을 같이하셨는데
추운겨울날에는 거실 베란다 문을 열어놓으시고
두분 다
따뜻하게 옷을 입고 계신다ㅡ
그러면 귤나무가 추위를 이겨 낸단다
같이 살고있는 화분들도
주인만큼 오래 되고 의연하다
오랜 공무원생활이 습이 되셔서
바른생활과 습관이 어쩜!하고 놀랄때가
많다ㅡ
그 중 내가 본 아름다운 풍경 하나는
두내외분댁에서 저녁을 먹던 중
방문하게 된 우리 딸아이가 온다 했을때
슬며시 수저를 놓으시더니
이렇게 말씀 하셨다
ㅡ우리집에 오는 손님인데 기다려서
같이 먹어야 한다ㅡ며
기다리셨다
그리고는 천천히 같이 밥을 잡수셨다
좋고도 본받고 싶은 사람마중 이었다
돌아가신 우리 엄마하고 갑장 이셨다
생전에 두어번 뵌적이 있었는데
두분 다
깍듯하시고 내외하셨다
많지 않으신 말씀을
나는 많이 기억하는데
바오로 회장님의 재미난 이야기는
그대로 역사가 된다
휘문고때 겪은 전쟁이야기ᆞ
말타고 다니셨던 사업가 아버지 이야기ᆞ
같은동네 처자와 결혼이야기ᆞ
오랜 공무원 생활 이야기ᆞ
명동ᆞ일본ᆞ연변 이야기ᆞ
훌륭하게 성장한 자녀이야기ᆞ
그리고 지금도 만나고 계시는 친구들 이야기ᆞ
바오로 회장님은
여전히 인터뷰 첫번째 로
1등 이시다
우리집 앞이 성당 주말농장 이라서
농부 동창 이기도 한대
시금치밭 끝난 자리에 열무 씨 뿌리시고는
싹 나고
하루하루 커가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기쁘셔서
가문 이즈음에
날마다 물 을 주신다
약수터 산책길에 두분 올라가실때
동행하면
그 짧은 길이
유쾌하고 평화로우며
조화롭다
앞서고 뒤서고 걷던 중
내가 콧노래로 나즈막히 전주를
했더니
바로 받으셨다
ㅡ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별이 뜨면 같이 웃고-----ㅡ
두분
조*세 바오로 회장님과
채*선 요안나님은
내가 닮고 싶은 선배님들 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