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마을사는 칠복이놈이라고ᆢ
토종삽살이 보존회 회원인 우리 칠복이는
여섯살이 되가는 떠꺼머리 총각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보다 더 토종일수가 없으니
첫째가 식성이다
이상한 냄새가 나면ㅡ
일단은 안 먹는다
마루형이 잘 먹는 과일도 안 먹으며
케익같은건 쳐다도 안본다
사람을 좋아해 난리가 부르스다
몸이 빠르고 민첩해서
볼때마다 온 몸으로 반가움을 표한다
이리뛰고 저리뛰고
산만하기 이를데 없지만
칠복이의 한결같음은 우리를 항복 시키고도
남는다
삽살이를 무척 좋아하시는 차동엽 신부님댁이
고향이다
일곱째라서 칠복 ㅡ이라고 하셨단다
어려서는 온통 까맣고
가슴에 하얀 털이 있어서 영락없는
까만 반달가슴곰 이었었다
희한하게도
울타리 밖으로는 절대 안나가는
방안퉁수다
며칠전
약수터에서 내려 오시는 아저씨 따라서
어슬렁 어슬렁
현관으로 들어와
저도 놀랬고
나도 놀랬다ㅡ
덩치 큰 칠복이는 살살 달래는 나를 따라서
순순히
제집으로 들어갔다
풀린 채로
앞뒷마당을 헤집고 다녔지만
익숙하게 길들여진 그대로
제발로 들어간 거다
병속의 빈대가
그만큼 밖에 못 뛴다더니
칠복이의 그라운드는 우리집마당이
다~~였다
귀신도 잡는다는 삽살이 ㅡ칠복이가
왈칵 덤벼서
넘어지는 바람에
내 왼쪽 손목이 부러져서 악ㅡ소리도
못낼때
녀석은 계속 내 손목을 핥아 주었으며
나는
의연하게 칠복이를 나무라지 않았다ㅡㅋ
얼굴가득 머리가 자라나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내가 가위로 싹둑 잘라주는데ㅡ
가엾게도
우아한 미용은 꿈도 못꾼다
미안하기 그지 없다
그래도 언제나 씩씩하고 상냥한 열혈총각
칠복이!!!
같이사는 마루형이 미친듯이 짖어대며
칠복이 한번
나한번 ㅡ하길래
살펴보니
칠복이 손이 다쳐서 피가 났다
이녀석들도
우리처럼
서로 의지하고 보살펴 주는거다
언제부터였을까ㅡ
오래전부터 였겠지
삼복더위에 무참히 사라져가는
저마다 사연있는 강아지들에게
보내는
인간측 대표의 연민과 사랑 이다
오늘
중복날에 보내는 네통의 편지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