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에서 나온 발언 중 '은(필자)'이 의미 있는 것만 발췌해 다듬었다. 실제 대화는 훨씬 길지만 은이 대화에 집중하느라 모두 담진 못했다.
* 정확한 내용은 해당 기사를 참고해야 한다.
2020년 6월 12일 뉴스 백브리핑 <주간지 읽기>
양심을 측정하는 시간. 우리는 스스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돈을 내기로 했다. 특정 금액을 설정하진 않았다. 그저 양심에 따라 벌금을 낸다. 오늘 희가 500원의 양심을 냈다.
희 : 주간동아를 봤다.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자신의 합의금을 정의연에 기부했다. 피해자는 위안부 할머니께서 도가니탕이 먹고 싶다한 말에 크게안타까웠다고 한다.
은 : 우리는 피해자를 참혹하고, 고통받는 대상으로만 본다. 물론 그런 감정도 존중해줘야 한다. 이용수 할머니께서는 자신을 인권운동가라고 했다. 그 순간 피해자는 무언가를 바꾸는 주체가 된다.
빛 : 피해자는 '어떠할 것이다'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 같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누군가 택시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세월호 관련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기사님이 세월호에 대한 비판을 하자 탑승객이 내리면서 기사님께 한마디 했다. 그런데기사님이 유가족의 친척이라고 고백한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니 유가족도 사건이 계속해서 언급되는 게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던 그날을 계속 곱씹게 되니. 탑승객은 사건이 계속 언론에 회자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 같다. 고정관념에 갇힌 것이다. 피해 당시 실상도 짚고 넘어가야지만,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한다.
희 : 피해자의 증언만 받아쓰는 미디어의 행태 반성해야 한다.
은 : 알고 보니 이용수 할머니께서는위안부 운동 관련해 많은 걸 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잘 모르지 않나. 이것도 분명 존재하는 이야기인데 피해 호소, 당시의 상황 재연 등에 집중하느라 누구도 들려주지 않는 것 같다.
빛 : 이용수 할머니께서는 석사, 박사까지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은 비추지 않았던 것 같다. 이들이 운동을 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굳이 언급을 안 하고 잊으려고 노력하며 살 수 있을 텐데도 고통과 마주한 이유 말이다.
빛 : 위안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인 <보드랍게>에서 제목인 보드랍게라는 말이 너무 좋다. 주인공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할머니의 말에는 누구도 이해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 우리네 할머니에게는 대가를 바라지 않은 순수한 희생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