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면서 배운다지만 안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스타트업 신입 마케터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벌써 1년이 지났고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곧 2021년이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 포르투갈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국에 돌아왔는데... 코로나라니! 스타트업에 입사하자마자 교통사고라니! 이런 일들을 하나씩 브런치에 적을 예정이었으나 본업이 바빠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다 건너뛰고 실수에 대한 글을 적게 되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처럼 신입 때는 실수하면서 배운다고 하지만 실수는 안 하는 게 제일 좋다. 먼저 해본 실수를 밝히면서 다른 분들의 실수를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부끄럽지만 이 글을 적는다.
제가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는 하프스에서는 넥스트유니콘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넥스트유니콘은 전문투자자와 스타트업이 각자 본인의 비즈니스 분야와 투자 규모에 따라 자율적으로 서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온라인을 통하여 개별적으로 연락 후 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미팅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작년 7월 베타 서비스 론칭 후 현재 스타트업 4153팀과 전문 투자자 1042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8170여 건의 IR 활동과 투자유치를 통한 지원 프로그램과 데모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레터 마케팅 다들 하잖아요.
저처럼 다들 실수도 하나요...?
요즘 마케팅으로 뉴스레터를 이용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뉴스레터는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메일 마케팅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메일 뉴스레터 솔루션이 나온다. 내가 마케터로 입사하기 전부터 우리 팀은 솔루션 중 하나인 스티비를 이용하여 홍보 메일과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었다. 우리 팀에서 마케터 직함을 가진 사람은 나 하나뿐이기에 입사 후 이메일 마케팅을 내 업무로 가져왔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다행히도? 10월, 11월은 행사가 많았기에 홍보 이메일을 많이 자주 발송하여야 했다. 내가 입사하고 뉴스레터와 홍보 메일을 포함해 스티비에서 작성한 메일은 총 130개다. 그중 난 4건의 발송 실수를 했고 실수 유형은 아래와 같다.
메일 실수 유형
오타
제휴사의 이름을 잘못 기입하는 실수를 하였다.
내용 편집 오류
검수를 꼼꼼하게 하지 않아 상세 내용에 오류가 있었다.
주소록 잘못 설정
스티비에서는 메일을 복사하여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이때 복사하면 모든 것이 복사된다. 선택한 주소록까지 복사된다는 뜻이다. 위에 설명하였듯이 우리 서비스에서는 스타트업과 전문투자자 유저가 나뉘어 있고 각각 전달되어야 하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에 주소록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메일 템플릿을 복사한 후 내용은 다 수정하여 놓고 정작 주소록을 변경하지 않아 스타트업에게 가야 할 메일을 전문투자자에게 보내는 실수를 했다.
링크 삽입 오류
스티비에서 작성할 때 이미지와 글자에 링크를 삽입할 수 있는데 이때 링크를 넣다 보면 잘못 넣어질 때가 많아 항상 테스트 발송 후 링크를 클릭해서 확인한다. 그런데 이 날은 잘못된 링크로 메일을 발송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봐야 할
체크리스트!
업무 다이어리에 메일을 보낼 때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을 체크 리스트로 만들었다. 메일을 작성하면서 확인하고 작성 후 확인하고 테스트 발송해서 확인하였다. 그러나 행사가 많았던 11월에 정신없이 메일을 작성하다 보니 체크리스트는 저 멀리 잊히고 난 실수를 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꼼꼼하게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적는 이유도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체크체크!
페이스북 광고할 때 이것만은 제발...
페이스북 광고는 처음인데요
뉴스레터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광고도 맡게 되었는데 광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행해본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페이스북 광고가 어떤 건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감조차 없었지만 여러 광고 캠페인을 집행하면서 점차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페이스북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광고 컨설팅을 한 달 동안 받으면서 궁금했던 점을 마구마구 질문하면서 점차 효율이 좋아졌다. 그러나 광고 효율과는 별개로 무서운 실수가 기다리고 있는 줄은... 티끌처럼 쌓이고 있던 자신감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뚝 떨어지게 만든 실수를 공개한다.
페이스북 광고 캠페인 금액 설정
페이스북 광고는 게시물 광고와 캠페인 광고로 나뉘는데 게시물 광고는 홍보하기 클릭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지만 캠페인 광고는 캠페인-광고 세트-광고를 차례대로 만들어야 한다. 캠페인에서는 예산을 설정해야 하고 이후 설정한 예산대로 광고비가 부과된다. 나는 캠페인 속에 있는 광고 세트를 새롭게 만들면서 신나게 예산에 맞다고 확신한 금액을 설정하였다. 광고 세트를 캠페인으로 착각한 거다. 예를 들면 예산 5만 원의 캠페인을 생성해놓고 5만 원짜리 광고 세트를 여러 개 만든 거다. 광고비 청구서를 받아보고 예상보다 높은 금액에 놀라 확인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다행히? 광고 세트가 두 개정도였지만 만약 광고 세트를 여러 개 생성했다면 난 사표를 썼을 거다.
페이스북 광고 삭제!
아래 창이 뜨면?
한 번 더 생각하세요. 제발요.
캠페인을 삭제하면 나중에 복원할 수 없다는 말, 진짜다. 절대 복원할 수 없으니 꼭 확인하고 삭제해야 한다. 광고 관리자 페이지를 살피면서 이 광고 저 광고 클릭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광고나 삭제를 원치 않는 광고를 클릭할 수 있다. 그때 만약 광고를 삭제하려고 한다면? 삭제를 원하는 광고 캠페인만 체크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의도치 않은 광고도 함께 삭제될 수 있으니 꼭 다시 확인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다 끝나가지만 효율이 좋은 광고를 삭제해버렸다.
실수, 그 후...
'실수하면서 배운다지만 안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실수를 이미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두 가지에 집중했다. 공유와 대응!
실수는 바로 공유한다
실수가 창피하고 무섭다고 숨기면 일만 커질 뿐이다. 남들 모르게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큰 실수든 작은 실수든 공유하는 게 최선이다. 실수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해결을 중점으로 생각하며 팀원들에게 빠르게 공유해야 한다.
중요한 건 빠른 대응
당연한 말이겠지만 실수를 했으면 실수에 집중하기보다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빨리 공유하고 대응할수록 실수로 발생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빠른 공유와 대응이 가능한 이유, '팀 문화'에 있다
나는 실수를 하면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고 스트레스 또한 많이 받는다. 각종 아르바이트와 인턴을 하면서 실수 또한 여러 번 했는데 그때마다 팀 문화에 따라 실수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와 방법이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하고 그걸 드러내어 말했을 때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실수를 공유하지 못하는 거 같다. 내가 우리 팀에서 실수를 바로 공유하고 이렇게 글까지 공개적으로 쓸 수 있는 이유는 책망하지 않고 문제 해결에 집중한 우리 팀원들과 팀 문화에 있다. 우리 팀에서는 실수로 책망하기보다 빨리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분위기에서 일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실수에 대해서 빨리 공유해야 한다는 짧은 글을 남겼는데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최악의 회사라면 즉각적인 실수 공유는 고문관으로 낙인 및 모든 이슈 1차 용의자 등극
읽자마자 웃기면서도 공감이 된다. 각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실행한 일에 실수가 생겼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바로 '해결'이라는 답이 나온다. 만약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용의자로 등극하고 실수에 책망만 늘어놓는 분위기라면 누구나 실수를 숨기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실수는 절대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실수는 안 하는 게 제일 좋지만 했다면 바로 잡는데 최선을 다해보면 어떨까?
다른 분들의 스타트업 이야기가 궁금해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어떤 팀 문화에서 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와 같은 신입 마케터라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일단 내가 콘텐츠 마케터 셀레나로 활동하고 있는 넥스트유니콘 사이트를 소개한다. B2B라서 망설여진다면 이번에 론칭한 뉴스룸에서 스타트업 소식도 읽어볼 수 있다.
https://www.nextunicorn.kr/newsroom
근무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팀 문화 혹은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