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추억 vol.36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면 어김없이 이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나는 기분 좋게 시원한 바람 냄새. 길 위로 빼곡히 드리운 건물의 그림자 사이사이를 지날 때마다 느껴지는 따뜻한 햇살이 반가운 그 계절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거기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지는 그 계절이 오면 밀라노는 더욱 아름답게 물든다.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 거리를 함께 걸으며 두 시람의 이야기로 도시를 채워가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고소한 치즈 가게가 그림 한 폭에 담기고, 살라미 가게 안 상인들의 대화가 음악소리가 되어 경쾌하게 흐른다.
이내 햇살은 내 머리를 물들이고 두 손을 물들이고 온 몸에 스며들어 그렇게 하나의 풍경이 되고 도시의 일부가 된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란 매일매일 해가 뜨고 지는 평범한 하루마저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들로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밀라노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