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
습관을 들일 때는 내가 정확히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되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가령 출근 직전 일어나 허겁지겁 보내던 아침시간을 뭔가 생산적인 활동으로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읽을 만한 경제서적 찾기? 기상시간을 단축시키기? 아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행동은 목표가 생겼을 때 찾아오는 파도같은 감정을 곧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5년간 혹은 1년간 9시출근이면 8시 반에 일어나던 사람이라는 것을, 일에 치여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활동을 찾는데 소홀했다는 것을 먼저 자각하는 것이다. 나의 현재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 습관에 대한 착각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목표로 했던 모습에 대한 우상화가 곧 자기비하와 포기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겪었다. 착각으로 빚어진 행동의 가장 큰 문제는 본질을 꿰지 못한채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습관을 들이고 싶은 마음이 자라고 있다는 것은 그 민들레씨 같은 촉발제가 어디에서 날아와 안착했던 간에-자기계발서든 열심히 사는 직장동료의 모습이든-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불만족, 개선의 필요성,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흐릿한 갈망이 생겼다는 뜻이다. 갈망 자체는 생산적이다. 변화에 대한 주체적인 수용은 혼돈의 세상속에서 분명함을 만들어준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통제감과 든든한 자존감의 원천이 된다. 그리고 폭우같이 쏱아지는 변수에 맞설 수 있는 수많은 뿌리를 뻗는 과정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일단 목표는 노트한귀퉁이에 적어놓기만 하자.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한 수용이 먼저다. 현재의 무의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미래의 나가 아닌 과거의 나이고 내 경험상 무의식은 언제나 리듬감밖에 있는 목표를 이긴다.
‘아티스트 웨이’에서 줄리아 카메론은 ‘무엇을 할지 선택하면 어떻게에 대한 계획은 저절로 솓아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말은 쉽다고 비판할 수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변화의 매커니즘자체는 단순하다. 일찍일어나고 싶으면 일찍 눈을 뜨면 된다. 담배를 끊고 싶으면 담배를 안피우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결심과 단 한번의 실천까지는 너무나도 쉬운 이 매커니즘을 ‘유지’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10년간 9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대번 5시에 기상하는 것은 어쩌면 하루는 쉬울지 모른다. 담배를 10년간피우던 사람도 하루정도 안피워보는 것은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오토바이의 바퀴살에 강철 파이프를 찔러넣는 것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5시에 눈을 뜨긴 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무겁고 긴장되고 눈은 충혈되고 출근 준비를 하기 전까지의 시간이 천년만년으로 느껴진다. 어제 하루 금연은 성공했으나 출근 후 직장상사의 부름에 응답해 어느순간 불이켜진 상사의 라이터앞에 고개를 갖다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도 있다. 혹시 이 고비를 넘겼다면 금단증상 때문에 그날 하루 업무를 망칠 수도 있다. 간혹 이토록 극단적인 변화가 자연스러움을 띄는 때도 있다. 더 나은 커리어, 혹은 사업적인 기회가 찾아와 의욕이 삶을 뒤덮을 때는 5시에 기상하는 것이 기쁜마음으로 이루어진다. 폐암 수술을 한뒤 금연을 해야할 때 같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럴땐 고속주행하던 무의식의 바이크 위로 직선의 빛이 내려온다. 곧이어 관성에 대한 어떤 반동도 없이 단번에 채올리는 외계 우주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변화의 방향과 큰 힘을 가진 환경이 일치할 때는 다행히도 ‘별 다른 노력’ 없이 개인의 변화에 대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도 있다. 나 역시 2년간 우울증으로 삶이 정지되었을 때 글쓰기라는 생명유지 장치를 발견하고는 반작용을 느낄 새도 없이 저절로 규칙적인 일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일은 매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며 환경의 변화는 스스로 무의식의 바퀴에 파이프를 찔러넣는 정도의 반동보다 더 큰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일일 수 있기 때문에 비단 개인적 습관의 관점에서만 모든 것을 판단할 일은 아닐 것이다. 작가가 되려고 매 집필마다 우울증에 걸릴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그것보다 개인의 지속적 변화로 인해 세상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는 것에 관해 말해야한다. 꽉찬 혼돈속에서 분명함을 쌓아가는 일 말이다. 그것은 곧 긍정적인 환경으로의 발돋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