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쏟아져 내렸다. 글을 쓰는 지금도 밖에선 커다란 눈 조각들이 한층 한층 세상을 뒤덮고 있다. 사람 하나의 발자국쯤은 일분도 채 안되어 그 흔적을 훔쳐버릴 만큼 꽤나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한 자세다. 이 눈은 올해에 처음으로 내린 눈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 했던 연애가 모두 첫사랑으로 남게 되지는 않는 것처럼 첫눈 역시 눈보다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것이 첫눈이다. 사랑과 눈은 퍽 닮아있다. 각자가 가진 사랑 상자 속에 좋음과 기쁨 같은 것만 들어있지는 않듯이 눈도 그렇다. 올해의 첫눈은 슬프고 따스했고 섹시했다. 그리고 그 둘은 스스로 취할 수 없고 찾아오면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역시 닮았다.
저 멀리 천상으로부터 지저분한 속세의 바닥까지 내달리며 지나치는 모든 길목에 있는 걱정과 불안을 전부 떠안은 채 끝끝내 대지에 폭 안겨버리는 그 모습이 인간에게 주는 감정은 경외이다. 그리고 슬픔이다. 눈은 그 의도가 너무도 따스한 나머지 자신을 차게 식혀 애정 하는 이의 손이 품은 온기를 떠오르게 한다.
위에 적은 짧은 단상은 작년 겨울 함박눈이 내리는 날 집 앞 편의점에서 차가운 맥주 한 캔을 사들고 나온 후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들었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저는 눈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장소에 앉아 창을 통해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직접 나가 눈을 맞이 하는 것도 모두 저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다 주는 인생의 큰 기쁨입니다.
세 개의 계절 속에 있을 때 조금 지치거나 힘들면 겨울이 기다려지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눈에 관한 글은 '기쁨'이나 '행복' 폴더에 들어가 있지 않고 '위로' 폴더에 들어가 있습니다.
원할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컴퓨터에, 서랍어딘가에 또는 마음속에 언제든 열어 꺼내먹을 수 있는 맛있는 비스킷 하나쯤은 품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