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통해 그가 바라본 세상은 현재 진행 중
에비스의 도쿄 사진미술관에서 모리야마 다이도의 전시를 보고 왔다. 오늘은 왠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현상하지 못하고 잠들어있는 4년 치 분은 족히 될 필름들이 생각나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다가 오랜만에 사진 전시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모리야마 다이도의 전시가 다음 주까지 하는 것을 보고 그의 인터뷰를 몇 가지 찾아보았다. 인터뷰를 다 읽고 나서는 오늘 이 전시를 꼭 봐야겠다는 알 수 없는 사명감에 휩싸여 집을 나섰다.
森山大道『東京ブギウギ』より 2018年 ©Daido Moriyama Photo Foundation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인 ongoing은 그가 직접 붙인 제목이 아닌 사진미술관 측에서 제안한 제목이라고 한다. 현재 81세의 나이로 아직도 왕성하게 개인전을 열고, 작품 활동을 하는 그에게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이 제목을 마음에 들어해 이번 전시의 제목이 되었다.
60년이 넘도록 그가 이렇게 다작의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카메라"라는 도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그는 정말 솔직하게 말한다. 모리야마 다이도의 인터뷰 몇 편을 보면서 그의 일관된 카메라를 대하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
카메라는 그저 복사기일 뿐
그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그는 카메라라는 도구의 발명이 자신에게 있어서 축복과 같다고 말하며, 자신은 그저 셔터를 누를 뿐, 예술을 하고 있다는 의식은 딱히 하고 있지 않다고 하였다.
콘트라스트의 거친 질감, 스냅 샷의 대가 인 그가 이토록 담담하게 자신은 그저 셔터를 누르기만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그에게 있어서 살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직접 전시회에서 마주한 그의 작품은 그저 셔터를 누르는 순간순간이 정말 즐거워서 셔터를 누르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아도, 그가 렌즈를 통해 순발력 있게 포착해 낸 순간에는 시공간이 모두 멈춰버린 세계가 있다.
그의 렌즈가 바라보는 배경은 거리이다. 아름답고 정돈된 거리가 아닌, 뒤죽박죽 온갖 것들이 섞여있는 거리이다. 마치 신주쿠의 가부키쵸나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와 같은 느낌이랄까. 그 속에서 그는 그 나름의 재치를 발휘하여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사진 중에 가장 유명한 사진은 역시 「들개」이다.
森山大道 三沢の犬 1971 ©︎ Daido Moriyama
이 유명한 들개의 사진은 모리야마 다이도 그의 아이덴티티를 단번에 나타내는 자화상과 다름없다.
그는 그 자신이 들개와 같이 거리를 어슬렁 거리며 거리의 모습을 담는 자신이 들개에 비유된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한다.
1971년 나는 아오모리 현에서 들개처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머물던 여관에서 큰 길가로 나왔는데,
마침 개 한 마리가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으며, 그 기이한 인연으로 나는 개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때부터 들개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 사진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헤이세이 31년도부터 도쿄도 사진미술관의 소장품이 된 이 사진을 직접 전시회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전시공간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으로 대비적인 공간이 서로 맞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흑백 사진에서 이 들개 한 마리가 마치 전시장의 사람들을 샅샅이 훑는 듯한 묘한 인상을 받았다. 비록 사진이지만, 그것이 바로 사진이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세계 각지에서 매년 사진전을 열고 사진집을 발매하는 그이지만, 언제나 전시가 시작하고 나면, 더 찍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도 약 1600장의 스냅 샷을 찍는다고 한다. 그저 찍는 순간이 좋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이지만, Ongoing 전시를 통해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었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찾자. 그리고 그것이 지속되기 위해서 나는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가? 매일 같이 1600여 장 이상의 스냅 샷을 찍는 모리야마 다이도와 같이 내가 정녕 좋아하는 일에 떳떳하게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약 3-4년 전 나도 카메라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꽤 느낌이 좋은 중고 필름 카메라를 값싸게 사서, 필름을 찍고 직접 학교 암실을 빌려 하루 종일 현상만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에는 그저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주는 느낌이 좋았고, 빠르게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기다림의 미학을 알려주는 필름이 좋았고, 마지막으로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고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손맛이 좋았다. 그러나 점점 현상하지 않은 필름들이 쌓여가면서 잊혀가는 필름들이 수두룩. 그때부터였을까. 익숙하고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다시 스마트폰 카메라를 일상용으로 다시 쓰기 시작했고, 내친김에 졸업전시 제작의 용도라는 핑계로 꽤 성능이 괜찮은 DSLR 카메라까지 장만하게 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순수하게 찍는 것의 즐거움, 기쁨을 발견했을 때는 단연 필름 사진기를 가지고 여기저기 찍고 다녔을 때였던 것 같다. 그때 찍은 필름들은 아직까지도 그 시간에 머물러 있던 소리, 향기, 느낌들이 아스라이 전해져 온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다시금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잊혀있던 필름들을 현상할 것!
2020年06月02日 ~ 2020年09月22日
東京都写真美術館3F
topmuseum.jp/contents/exhibition/index-38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