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부지런히 계절을 읽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by 나경



안녕하세요. 나경입니다.


책방 제 책상 뒤에는 커다란 창이 있습니다.

눈이나 비가 내릴 때 그리고 요즘처럼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되는 가을이면 창문이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점심을 먹고 졸음이 몰려올 때나 마음이 답답할 때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봅니다. 하늘을 보고 심호흡을 크게 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조금 환기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공간 공사를 직접 진행하던 어느 날, 벽에 커다란 창을 내기로 결정했던 일이 5년이 지난 지금도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어느새 제 일상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답니다.


책방과 건너편 양옥집 사이에는 작은 공터가 있어요. 그곳엔 이웃 할머님이 텃밭을 가꾸고, 작은 나무들도 심어두셨어요. 지난봄엔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골목을 지나던 사람들이 담벼락 옆으로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궁금해서 한참을 바라보니, 담장 너머로 뻗어 나온 나무에서 앵두를 따고 있더라고요. 세상에, 앵두 도둑이라니… 아니, 앵두 ‘서리’라니요! 그 순간도 놀라웠지만, 제가 무심히 ‘그냥 나무’라 여겼던 나무가 ‘앵두나무’였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어요.


그 후로는 공터의 나무들을 하나씩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어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하고, 기특하고 그래서 자꾸 눈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가을엔 그중 하나가 ‘대추나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느 날부터인가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눈에 자주 들어와 가만히 바라보았더니, 초록빛 대추가 열려 있더라고요. 그 뒤로는 출근할 때마다 커피를 마시며 익어가는 대추를 한 알, 한 알 세어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궁금해서 창밖을 한번 더 바라보고 왔어요. (현재 익은 대추는 다섯 알입니다!) 혹시 창밖 대추가 궁금하시다면, 슬쩍 제게 이야기해 주세요. 잠깐의 ‘대추 구경’,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


기다리던 가을이 왔습니다.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책을 읽기 가장 어려운 계절이 아닐까 싶어요. 익어가는 대추 한 알에도 마음을 빼앗기고, 그 외에도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책보다는 부지런히 계절을 읽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10월엔 창을 자주 열고 하늘을 보려 해요. 그리고 틈이 나는 대로 걷고, 보고, 느끼며 촘촘하게 박음질하듯 이 가을을 보내고 싶어요.


10월을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10월

한쪽가게 나경 드림


「나경의 편지」는 읽는 사람을 위한 작고 조용한 공간, 한쪽가게를 예약제로 이용해 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저의 작은 마음입니다.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한 생각과 마음, 책방의 이야기, 읽은 책 속 문장, 짧은 일기와 낙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