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과 배려

by 이유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만의 두려워하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런 공간은 과거에 좋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두려운 공간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나도 그런 곳들이 몇몇 있다. 생각해 보면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유독 한 공간은 그 이유라고 할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놀이공원이었다. 특별하게 각인된 기억이 없음에도 꺼려하는 마음이 드는 게 참 신기했다.




놀이기구 타는 것이 무섭다. 무서움, 놀이공원을 떠올리면 이 감정이 곧바로 따라왔다. 왜 무서울까? 어떤 놀이기구가 특히 무서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도 쉽사리 답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날, 성인이 되고는 처음으로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간 적이 있다. 한 친구가 티켓 여러 장을 구했다며 단톡방에서 빠르게 약속 날짜를 잡았다. 채팅이 뜨겁게 오가는 사이, 나는 잠시 다른 일로 폰을 보지 못하고 있었고 일은 순식간에 진행됐다. 놀이공원을 무서워한다는 말을 전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늦어버려서 결국 놀이공원에 가고야 말았다.




친구들은 무서운 놀이기구를 지목하며 타자는 말을 서슴없이 했고, 긴 줄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번 타보면 별거 아니라는 친구의 권유에 넘어갈 뻔도 했지만, 역시 나는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 뒤, 높이 오르고 빠르게 지나가는 놀이기구들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모습이 미안하고 안타까웠는지 나에게 맞춤인 놀이기구를 함께 타주기도 했다. 정확히는 회전목마와 범퍼카, 사파리 같은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탈 법한 놀이기구들. 고맙게도 친구들은 그 시간을 웃으며 함께 즐겨주었다. 분명 그들에게는 지루한 시간이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제일 무서운 걸 타고 오겠다는 친구들을 보내고 나는 다시 혼자 남았다. 함께 하는 시간을 괜히 나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왜 나는 이렇게 겁이 많은가, 막상 해보면 괜찮을지도 모를 일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여전히 놀이기구의 줄은 길었기에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가 탈 수 있는 것과 탈 수 없는 것. 둘의 차이를 생각해보니 두려움의 원인은 꽤 명확했다. 속도와 높이, 주체성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롤러코스터와 천천히 돌아가는 회전목마, 높게 올라가는 바이킹과 낮은 동굴을 지나는 사파리, 준비되지 않았는데 떨어지는 자이로드롭과 내가 핸들을 잡고 있는 범퍼카. 나란 사람은 이런 걸 더 선호하는구나. 뜻하지 않은 공간에서 자신을 더 들여다보고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친구들이 돌아오고 해는 어느덧 지고 있었다. 우리는 하나같이 배가 고프다고, 얼른 저녁 먹으러 가자며 놀이공원을 빠져 나왔다. 평소에도 걸음이 느려 조금 뒤에서 걷던 나는 친구들의 힘 빠진 다리와 함께하니 속도가 맞았다. 삼겹살 집에서 우리는, 고개를 수시로 낮춰가며 내가 구운 고기를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앞의 불판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서로의 붉어지는 얼굴을 보며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이후로 내게 놀이공원에 가자고 하는 친구는 없었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모르는 면을 발견하는 일, 그런 면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 꼭 필요하지만 내가 자주 실패했던 그런 일을 묵묵히 해주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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