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주최한 문지혁 작가님 특강을 다녀왔다.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좋아하는 작가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특강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에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어서, 서둘러 온라인으로 특강을 신청을 한 나 자신이 대견한 하루였다.
작가님은 대학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계셔서 그런지, 특강은 대학교에서 수업 하나를 듣는 것 같은 흐름으로 진행됐다. 읽는 일과 쓰는 일을 주제로 말씀을 나눠 주셨는데, 언젠가 소설을 써서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나에겐 무척 도움 되는 시간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설명하시는 파트도 물론 좋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문학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을 얘기하실 때였다. 문학은 지연이라고, 뒤늦게 도착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지연시키는 과정에서 독자는 무언가를 체험하게 된다는 말씀과 함께, '사실 인생은 아름답다는 얘기를 300페이지 넘게 써놓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시는 재치도 있으셨다. 역시 대학교 강의 시간에 졸거나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보셔서 그런지 내공이 엄청난 분이라고 느꼈다. 글도 잘 쓰시면서 말도 잘하시다니, 언어에 능통한 사람 같았다.
특강이 끝나고 집에 걸어오는 길에 '지연'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토록 빨리 바뀌는 세상에서, 서두르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지연은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사실 이러한 주제는 요즘 내 화두이기도 했다. 최근에 비효율이 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나였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봤던 문장 하나가 생각났다. 문학을 읽는 건 간접 경험을 통해 이해를 넓히는 일이라는 의미를 담은 문장이었다. 꽤 시간이 드는 간접 경험을 통해 우리는 정말 이해를 넓힐 수 있을까. 많이는 아니지만 소설과 시를 읽어오면서 내가 많이 변했느냐고 자문해 보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긴 했다. 또, 다시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으리란 생각마저 들었다.
책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문학은 사실, 정보 전달이나 취득보다는 감정에 초점이 맞춰진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최대한 이성적이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감정에 휘둘리고 지며 살아가는 존재이고. 그런 면에서 보면, 정보를 얻기 위해 했던 독서보다 문학을 읽고 난 후에 더 큰 여운과 감동을 느끼는 건 당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책 한 권 혹은 이야기 하나가 나를 더 풍부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우리는 숫자로 증명되고 더 우위에 서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말하는 것보다 감추는 게, 신경 쓰기보다 모른척하는 게 더 당연해져 버렸다. 이런 세상에서 진지하게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던 한 참석자의 질문에 작가님은 진지하게 본인이 알고 있는 전부를 대답해 주었다. 본인의 자리를 위협할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나 동료를 보는 눈을 하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