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나를 망가뜨리지 않을 때까지
저는 평범한 20대 대학생입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싶었지만 인생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좌절도 잠시,
'고등학교 생활을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되지'하는 희망이 마음에 자리 잡을 때쯤
17살의 나이에 허리디스크가 찾아왔습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옆으로 누워 태블릿으로 공부했습니다. '아프니까' 같은 변명조차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다 지날 때쯤
18살의 나이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이 찾아왔습니다. 급하게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곧 예정되어 있던 중간고사를 보지 못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이 저를 보는 잣대는 성적과 결과물뿐이었기에 변명의 기회는 없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믿던 저의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 건강관리에 실패한, 툭하면 아픈 낙오자일 뿐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쯤 번아웃이 왔던 것 같습니다.
19살의 나이에 우울증, 불안장애를 진단받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자퇴를 권유했습니다. 자퇴를 생각하니 모든 게 무너질 것만 같았습니다. 버텨온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조퇴하고 병원으로 뛰어가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멈추는 법을 모르던 그 경주마는 대입이라는 경주를 마무리하고 쓰러져버렸습니다. 남들이 볼 땐 그럭저럭 높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이미 지쳐버린 몸과 마음으로 도저히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었습니다. 질병 휴학을 연달아 쓰며 연명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내어 타 학생의 모범이 되던 저는 대학 진학 후 암막커튼이 쳐진 방 안에서 밖에 나가길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신과 개방병동과 폐쇄병동, 응급실을 전전하며 안정제를 하루, 또 하루 총 50번이 넘도록 그 독한 약을 맞고서야 겨우 살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저는 여전히 휴학 중이고, 응급실에 자주 가며, 하루에도 약을 14알씩 먹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지금의 저에겐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곳,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덜어낼 용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들과 조금은 다른 일상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지만
저는 그저 평범하고픈 20대 대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