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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꽃

Coma 2025 #1

by 혜성

잡초의 꽃


잡초는 늘 하늘을 우러러보며 말했다

언젠가 꽃을 피워

저 하늘 높이 우뚝 설 거라고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잡초는 늘 하늘만 바라보며 말했다

언젠간 꽃가루를 날려

저 위에 있는 구름에 올라탈 거라고


지칠 줄 모르는 잡초 곁에서

주변 풀잎들이 바람을 타고

싸르르- 싸르르-

그칠 줄 모르고 웃어댄다


매화·· 무궁화·· 국화·· 동백···

잡초 끝이 허옇게 바랬을 즈음

꽃의 씨앗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태생부터 꽃을 피울 수 없는 종자였음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문득, 잡초는 깨달았다

풀잎들의 싸르르- 싸르르- 소리

까마귀의 까아악- 까아악- 소리

바다의 촤아악- 촤아악- 소리

이 모든 소리가 자신을 향한 웃음소리였음을


그리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나 또한 풀잎이자, 까마귀이자, 바다이자

잡초에 불과하다는 것을



2025.02.06 by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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