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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루토 Feb 29. 2024

녹음이 다가오거든 두 팔로 맞이하라

우울단편선 #39

지나가던 길이 모두 환한 빛이었다.

너무 밝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당당한 어깨를 한껏 구부리고

세상을 가려줄 어둠이 내렸으면 했다.

⠀⠀⠀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평선에서 온 바람을 따르는 것 밖에

⠀⠀⠀

주위에 푸른 밤이 가라앉자

무성한 녹음이 다가왔고

수천 번 부서진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

눈을 감자

세상이 흔들리고

마음이 일렁였다.

몸속 깊이 타오르는 불씨를 토해내서야

온전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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