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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여니vvv Jul 28. 2024

다이어트

굳어버린 생각




우리가 최상의 진리라고 여기는 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어떤 진리에도 머물지 말라.
그것을 다만 한여름밤을 지낼
천막으로 여기고 그곳에 집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그 집이 당신의 무덤이 될 테니까.
그 진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진리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감사히 여기라.
그것은 침구를 거두어 떠나라는
신의 속삭임이니까.


진리에 대하여 <밸포 경>










  깡마른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다수의 바람처럼 나도 그런 바람을 품었다.



  나는 십여 년 전 한차례의 다이어트를 했다. 당시 나의 다이어트는 대성공이었고 그 후로 나의 몸무게는 큰 변동 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외형과는 달리 나의 마음은 언제나 좌불안석이었다. 나는 항상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살았다. 그리고 그 불안은 마른 몸에 대한 나의 내적 열망을 더욱 부추기만 했다.


  과자를 좋아하고, 먹는 것을 즐겨하던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뚱뚱과 통통의 중간 지점의 몸을 유지했다. 외모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나의 몸을 크게 부끄럽게 여긴 적도 없었고,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나이에 답지 않게 볼록 튀어나와 축 늘어진 아랫 뱃살이 신경 쓰여 시간이 날 때마다 꼬집어 대곤 했다. 하지만 그건 딱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만 허용된 관용 같은 거였다. 내 몸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내 옆에 많았기 때문이다.




살 좀 빼지 그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머니와 오빠의 잔소리가 장대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어머니는 은근한 압박으로 딸의 다이어트를 바랐고, 오빠는 비아냥거리는 투로 나의 몸을 지적해 댔다. 그런데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귓등으로 들었을 법한 그 말들이 그때의 나에게 부쩍 상처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의지를 불태우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내가 생각해도 당시의 나는 꽤 독했던 것 같다. 아침에는 요거트나 시리얼을 작은 종지로 한 그릇을 먹고,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해결 한 뒤, 그 점심을 끝으로 더 이상 입에 음식을 넣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 9시쯤에는 근처 공원에 나가 1시간씩 뜀박질을 했다. 그렇게 산지 8개월쯤 되니 살이 십 킬로는 빠졌다. 나는 날씬한 몸이 되어 당당하게 본가를 찾았다.


  그런데 그건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두려움, 다시 뚱뚱한 나로 돌아간다면 내 존재 전체가 부정당할 것만 같은 생각이 내 안에 자리를 잡아 두려움이 되었다. 그 뒤부터 당연하게도 나는 줄곧 나를 살찌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이 나를 살찌게 한다고 믿었다. 나는 사탕 하나도 입에 넣고 삼키는 것이 두려워 먹는 모든 것을 최대한 참고 또 참았다.







  지금은 흔해빠진 말이 되었지만 그때에는 갓 유행을 타기 시작한, 생소하고도 이질적인 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브이라인이라는 단어이다. 한창 연예인들의 날씬한 몸매가 붐을 일으키면서 날렵한 턱선을 지칭하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저기서 사람들 입에 쉽사리 오르내리는 그 말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반에서도 예외 없이 들려왔다.



  한창 수업이 진행되던 어느 날, 어느 시간, 어떤 과목의 수업을 진행 중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의 기억 속에 선생님의 물음과 표정만은 또렷이 남아있다. “우리 반에도 브이라인이 있는지 볼까?”하고 질문을 던지고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보는 선생님의 표정이 자못 진중하기만 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입에서는 몇몇 친구들이 나왔지만 내 이름은 끝내 호명되지 않았다.



  훗날 체중을 줄이는 데에 성공한 나는 전보다는 얄상한 외형을 지니게 되었다. “넌 브이라인이야” 체중을 줄이고 나서는 종종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끝끝내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브이라인이라기보다는 둥근 얼굴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어린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호명되지 않은 그때부터 정해진 생각이었다. 그 뒤 나의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그 말은 내 안에서 변함이 없었다.



  다시 살이 찐다면 내 존재가 부정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내 얼굴은 브이라인이 아니라는 생각은 어느새 굳어져 굳건한 믿음이 되어있었다. 그건 외형보다 더 완고하게 굳어버린, 쉽사리 변하지 않는 생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때로 생각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하고 확고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건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는, 보통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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