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고등어를 구우며 등짝에 붙은 불안을 생각하다

by 은해


자반고등어 한 손을 사와서 굽고 있다.

한 쪽 면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졌을 때 한 번 뒤집어 주려고 자반고등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방사능에 오염된 놈은 아니겠지. 프라이팬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고등어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눈매가 순하고 희멀건 하니 잘 생긴 걸로 봐서는 그런 놈은 아닐 것이라고 믿어본다. 고등어를 살 때는 국산인지 아닌지 따져보다가 마지막으로 고등어, 그 놈의 관상까지 훑어본 후에야 장바구니에 담는다.


구워진 자반고등어를 식탁에 올린다.

식구들의 바쁜 젓가락질에 맛있게 구워진 자반고등어가 순식간에 해체된다. 자반고등어를 유난히 좋아하는 그 남자의 고등어 발라먹는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고등어에게 미안할 정도로 깨끗하게 발라먹었다. 살이 발라진 제법 날카로운 뼈가 접시에 잔해가 되어 남아있다.

우리는 한 줌의 불안을 이겨내고 자반고등어를 맛있게 먹었고 자반고등어는 이제 그 잔해만을 남긴 채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타자의 죽음으로 연명하는 인간과 다른 종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고등어의 존재가 모두 측은하다.


느닷없는 고등어에 대한 연민으로 인간에게 잡히지 전까지의 자반고등어의 불안에 대해 생각해본다.

등 쪽은 암청색을 띠고 배 쪽으로는 은백색을 띠고 있는 고등어가 큰 눈을 껌벅거리며 제주도 성산포 앞 바다에서 무리를 이루어 노닐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계절회유를 하는 고등어는 가족들과 함께 태평양을 지나고, 대서양을 지나서 세계 일주를 하며 삶을 만끽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고등어의 삶은 늘 불안감과 더불어 흘러왔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오염이 심해지는 바다 환경이 불안했을 것이다. 또 자기보다 더 큰 물고기를 만나서 그 놈의 먹이가 될 수도 있었고, 사람들이 던지는 그물이 언제 덮칠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등어가 아름다운 바다 속을 유영하는 매 순간마다 존재불안이 지느러미처럼 고등어의 등에 딱 달라붙어 있었을 것이다.

고등어처럼 우리의 삶도 언제나 조금은 불안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감염병으로 온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요즘에 느끼는 불안의 크기는 실로 엄청나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그 불안의 크기가 고등어의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 인간과 한낱 바다고기인 그리고 흔하고 흔해빠진 고등어를 비교한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의 불안은 많이 비슷하다. 너무 비슷해서 슬퍼진다.


바닷 속의 고등어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 것도 우리와 닮았다. 우리 안에 있는 근원적인 불안이 우리를 서로 사랑하고 기대어 살아가게 하는 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 속에 어떤 본질적인 불안이 깔려있다면 그것을 누군가를 사랑하는 에너지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누군가에게 내 어깨를 내어주어 기댈 수 있도록 하자. 나도 더러는 그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쉬고 싶다. 서로서로 기대어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은 우리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 더 커질 수록 우리는 더욱 더 서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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