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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해 Nov 25. 2021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행복하십니까?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근래에 와서는 더욱 우리 사회에 행복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는 행복 경쟁 사회라고 할 만큼 행복에 대한 관심이 크다. 사람들은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자신의 행복을 굳이 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과시하기까지 한다.

 모두가 남들 앞에서 행복한 척하는 사회, 행복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확행’을 추구하는 열풍이 부는 사회, 행복을 강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 김태형은 그런 행복산업으로 돈을 버는 자들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들이 노동력의 고갈 현상 때문에 노동자들의 과로문제나 정신적인 행복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한국인이 돈은 곧 행복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돈을 열렬히 욕망하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김태형은 그런 물질주의 행복론은 가짜라고 말한다. 빈곤은 명백히 행복을 감소시키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돈(한국의 경우 월 430만원)을 벌면 돈은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며, 다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보다 돈이 더 많은가 적은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물질주의 행복론과 함께 대표적인 행복론으로 쾌락 행복론이 있다. 하지만 쾌감의 효과는 반복될수록 떨어지게 되고, 쾌감 추구는 인간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행복이란 그런 순간적인 쾌감이 아닌 지속적인 무엇이며, 쾌락주의 행복론도 가짜라고 주장한다.     


 주류 심리학은 지독할 정도로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주류심리학은 사회, 역사 등에는 거의 관심이 없거나 그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오직 개인만을 들여다본다. 이런 개인주의적 행복론은 불행한 이들을 탓하게 만든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행복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것이라는 잘못된 견해는 행복한 이들은 자신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서 행복해진 것이고 불행한 이들은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해서 불행해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행복하지 않다고? 그건 네 탓이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의식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부 부자들은 생존불안으로 인한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한국처럼 개인의 생존을 개인이 책임지는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개인의 생존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주의 철학(혹은 사회주의 요소)을 받아들인 사회의 경우 사람들의 생존 불안 수준은 크게 낮아진다. 북유럽형 자본주의 사회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 제도, 생계지원금 등으로 기본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생존을 책임진다.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생존과 관련된 만성적인 걱정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본질적으로 불화 사회라고 할 수 있고, 불평등이 행복을 파괴한다는 것이 작가의 견해다.      

 모두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화목한 공동체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랑과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삶의 다른 영역들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심리학을 포함하는 행복에 관한 많은 연구는 “가장 큰 행복은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우리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인간관계가 나쁘다면 다른 조건들이 아무리 좋더라도 행복할 수 없다.      


  책의 제목에 나오는 ‘가짜 행복’과 반대되는 개념인 ‘진짜 행복’이 따로 있는 것일까.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굳이 ‘가짜 행복’과 ‘진짜 행복’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내가 행복하면 행복한 것이다.

 사회가 제공해 주는 컨디션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인 것은 틀림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작가의 주장대로 자본주의의 단점들을 보완해서 사회와 국가 공동체가 행복하면 다같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에도 부분적으로는 수긍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하는 행복 열풍과 주류 심리학에서 말하는 개인 차원의 ‘행복’은 ‘가짜 행복’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저자의 주장이 의미가 있는 일일 수는 있다.

 우리가 잡으려고 애쓰는 그 ‘소소하지만 확실한 그 행복’이라는 것이 사실을 허상이나 가짜가 아닌지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안이 반드시 우리 사회에 사회주의 철학을 받아들이고, 개인 차원의 행복보다 공동체의 행복이 개인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는 조금은 위험하게 들리기도 한다.

 근래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보다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으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진정한 의미의 ‘진짜 행복’이 넘쳐나는 그런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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