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면서 울어라(Cry in the shower)
실컷 울고 싶을 때가 있어도 마땅히 울 곳이 없어서 고민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샤워실 안에서 샤워기를 틀어놓고 샤워 꼭지와 함께 울어보라.
혼자 울 때보다 더 많이 울 수 있다. 내가 우는데 샤워기가 따라서 울어주니까 외롭지 않다.
나보다 더 많은 양의 눈물을 흘리는 샤워기 밑에 홀랑 벗은 진짜 내가 서서 운다. 샤워기는 내가 우는 족족 내 눈물을 씻어 내린다.
어떨 때는 성능 좋은 샤워기가 나보다도 더 많은 슬픔을 쏟아내면서 내가 더 많이 울도록 나를 재촉한다. 아니 우는 나를 부추긴다. 더 울어도 된다고, 더 열심히 울어보라고 채근한다. 그렇게 함께 울다보면 어느새 샤워기를 부여잡고 울게 된다.
샤워기는 언제나 나보다 더 많이 울어준다. 내가 울고 싶을 때 그것보다 더 위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누가 내가 울고 있을 때 나보다 더 많이 울어준단 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 울고 있으면 처음에는 ‘그래, 울어라. 실컷 울어라.’ 하다가도 어느새 그만 울라고 말리기 마련이다. 울면 힘들다고, 울면 머리 아프다고, 울면 눈이 붓는다고 그만 울라고 말리기만 한다. 울고 싶은 나를 자꾸만 말리면 울기가 더 힘들어진다. 우는 맛도 나지 않는다.
샤워기는 그러지 않는다. 내가 우는 일을 멈출 때까지 함께 울어준다. 한마디로 의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자꾸 자꾸 울다보면 나도 지쳐서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울어대는 샤워기를 말린다. 밸브를 내가 잠근다. 그제야 샤워기는 울기를 멈춘다.
실컷 울고, 시원하게 샤워하고, 개운하게 샤워실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