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전용주 지음)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공자는 춘추시대 중기인 기원전 551년 노나라에서 태어났고 우리의 의식과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유교의 시조로서 3대 성인 중 한사람이며 중국 최초의 민간 사상가이자 교육자다.
유교의 주요 경전으로는 4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 3경(시경, 서경, 주역)이 있다. 인(仁) 의(義) 예(禮) 지(知) 신(信) 등 공자께서 말씀하신 윤리사상의 주제들과 인본주의적인 사고는 과연 공자님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훌륭하다.
그런데 공자께서 말씀하신 군자의 삶을 다루는 한 부분에서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을 소개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유교의 경전이 아닌 도가의 경전 중 하나인 열자에 나오는 영계기(춘추시대 은둔지사, 선비의 이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공자가 태산에 유람을 갔다가 영계기를 만났다. 영계기가 성 땅의 들판을 걸어가면서 사슴 갖옷을 입고 새끼로 띠를 두르고서 금을 타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이에 공자가 물었다. “선생께서는 즐거움으로 삼는 바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영계기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즐거움이 매우 많습니다. 하늘이 만물을 내심에 사람이 가장 존귀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사람됨을 얻었으니 이것이 첫 번째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남녀가 구별되어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합니다. 나는 남자가 됨을 얻었으니 이것이 두 번째 즐거움입니다. 또 사람은 태어나서 해와 달도 보지 못하고 강보를 면해 보지도 못하는 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미 구십까지 살았으니 이것이 세 번째 즐거움입니다. 한편 가난이란 선비로서 늘 있는 것이며, 죽음이란 사람의 끝입니다. 늘 있는 것에 처하면서 끝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무슨 근심이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공자가 감탄하며 말했다. “훌륭하도다! 능히 스스로를 너그럽게 하는 자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주를 달아서 ‘이로부터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과 남존여비의 사상을 공자의 사상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며 영계기의 말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공자 샘께 정말 유감이다. 영계기의 그 말 즉 ‘남녀가 구별되어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는 말을 들은 공자가 적어도 공자라면 인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하고 있는 영계기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주었어야 한다. 그래야 시대의 교육자가 아니겠는가?
이 부분에서 공자가 영계기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지 아니하고 오히려 ‘훌륭하도다!’하고 감탄을 함으로써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남존여비의 사상에 오염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원전에 태어나서 살았던 공자라는 사상가의 이야기를 우리는 지금도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삶의 가치관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계기와 공자가 나눈 대화에서 보듯이 어쩌면 공자 스스로가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었던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영계기의 ‘남존여비’라는 그 말에 아주 단호하게 잘못된 생각임을 짚어주지 못한데 대해 공자 샘께 깊은 유감을 전한다.
‘남존여비’라는 말이 지금은 물론 이미 죽어버린 사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말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았던 여성들이 아직도 우리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