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
'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어요.'라고 시작되는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를 아시나요?
골목길 담 밑 구석쪽에 흰둥이가 눈 강아지 똥이야기입니다.
날아가던 참새가 강아지똥 곁에 내려앉아 쪼면서 '에그 더러워.....'하면서 날아가 버렸어요.
강아지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
저만치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고 있던 흙덩이도 '넌 똥 중에서도 제일 더러운 개똥이야!'라고 하며 웃었지요. 강아지똥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강아지똥은 쓸쓸하게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보슬보슬 봄비가 내라던 날,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민들레는 하느님이 비를 내려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에 자기는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는거라고 말했지요.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게 있어.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라고 민들레가 강아지똥에게 말했어요.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것 껴안아 버렸어요.'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다는 이야기예요.
권정생의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를 읽었어요.
아이가 어렸을 때 더러 읽어주기도 했던 동화책들을 훨씬 어른이 되고나서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동화가 너무 재미있어서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아서 서러워하는 강아지똥의 마음이 전해져왔어요.
타자에게 자기의 존재를 내어줌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강아지똥의 이야기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러네요.
남편을 먼저 보내고 삼남매를 키워내느라 자기의 전 존재를 내어준 엄마 생각이 나기도 했어요.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를 다시 읽은 날 저녁에는
왜 여자들이 하는 집안일에는 은퇴라는 것도 없는 것이냐는 평소에 하던 불만도 접어두고 정성스레 나와 같이 살아주는 남자의 밥상을 차렸지요.
무채를 썰어넣은 굴밥과 시금치 된장국을 그남자가 맛있게 먹었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마음속에 어떤 기쁨 같은 것이 그득하게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지요.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를 읽고 오늘 하루를 착하게 살 수 있었어요.
사진출처 ; 강아지똥 동화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