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아기는 마음속으로 열심히 저울질을 해보는 것이다. 인물 잘 생기고 중학과정을 밟았다는 것은 다른 혼처에 비하면 월등한 조건이었다. 미관말직의 쥐뿔도 아닌 문벌을 내세우며 건네는 혼담에는 서당 공부도 변변치 못한 무식꾼이 있었고 상민출신의 친일하여 돈푼 모은, 그러니까 양반과의 혼인으로 자신들 지체를 높이려는 그런 사람도 있었다.’
-토지 3부2권 181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저울질을 해보는 것이다.
소설 속 점아기는 딸 보연을 홍이와 혼인시키려고 하면서 마음 속으로 열심히 저울질을 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혼사를 할 때 상대와 나의 무게를 저울에 올려놓고 그 무게를 달아본다. 저울질을 해보면 어느 한 쪽이 더 무거울 수도 있고, 가벼울 수도 있다. 아니면 신랑과 신부의 가치가 어느 한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서로에게 걸맞은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은 ‘가치의 교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녀 간의 결혼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저울질’이란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그렇다.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남성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얻는 것이고, 남성의 입장에서도 ’남자에게는 없는 여자가 가지고 있는 어떤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는 일이다. 남자가 여자를 얻지 못하면 무슨 수로 자식을 낳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는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 일 외에도 여러 가지의 서로가 가진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 저울질이다. "돈은 돈과 결혼하고 토지는 토지와 결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바로 그 '가치의 교환'에서 덜 손해보고, 조금이라도 득을 보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 아닐까?
그런 저울질을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저울질을 하다보면 결혼을 못하는 수가 있으니 '적당한 저울질'을 권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