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어머니처럼, 착한 아내처럼
정말 운좋은 남자
“대지의 힘찬 숨결은 앙상한 나뭇가지로 뻗어 올라가고 어미 짐승이 새끼 상처를 핥아주듯이 풍설에 멍든 나무의 표피를 바람은 어루만진다. 얼음이 녹고 그늘을 드리운 강물은 정다운 어머니처럼 착한 아내처럼 산자락을 감싸 안으며 모질었던 겨울 얘기를 하면서 흐느껴 우는가.”
토지 3부1권 227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강물이 ‘정다운 어머니처럼 착한 아내처럼’ 산자락을 감싸 안는단다. 그 구절을 읽는데 벌써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한 남자의 인생에는 보통 두 여자가 있다. 바로 어머니와 아내다.
세상의 어머니가 다 위대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남자가 정답고 좋은 어머니를 만났다면 인생의 출발은 산뜻하다. 거기다가 착한 아내를 얻기까지 한다면 그 남자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구절 앞에서 나는 자식에게 정다운 어머니였는지, 남편에게 착한 아내였는지 물어본다. 아니, 그러고 보니 그게 바로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삶의 모델이 아닌가?
왠지 구시대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말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현모양처 운운하느냐고 지적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들이 쳐들어온다. 현대사회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개인의 행복이고, 각 개인의 자유다. 사람은 누구누구의 아내이거나, 어머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행복과 자유가 더 우선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정다운 어머니가 되고, 착한 아내가 되는 것이 그 사람의 행복이 될 수는 있다. 출산율이 떨어져서 걱정이라고는 하나 아직도 아이를 낳는 사람이 더 많고, 비혼주의자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결혼하는 사람이 더 많다.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로써 내 아들이 ‘정다운 어머니와 착한 아내’를 가진 운 좋은 남자가 되었으면 하고 소망한다.
물론 착한 아내는 좋은 남편이 되어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민화작가 황지연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