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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해 Feb 23. 2024

세상일에는 눈감고 살자

호루라기 불기(Whistle blowing)


‘관수가 어디로, 무엇을 하러 다니는지 자신은 관심할 필요가 없다는 결단에는 겸양과 아울러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세상일에는 눈감고 살자, 눈을 꼭 감고 살자.’

-토지 3부1권128쪽에서 인용-     


 관수는 독립운동 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석이는 그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고, 또 누구보다도 일본과 친일파인 조준구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훗날 석이는 독립 군자금을 전하러 용정으로 가는 일을 하게 된다.     


 ‘세상일에는 눈감고 살자.’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단 나라를 구하는 독립운동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더러 내가 속해 있는 크고 작은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불의한 일을 목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 ‘그 일은 부당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그 불의한 대상이 권력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말, 즉 바른 말을 했을 때 그 다음에 따라올 불이익이 먼저 떠오른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내가 당할 어려움을 생각하면 우리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더러 내부고발자라는 이름으로 어떤 조직의 불의를 세상에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행위를 호루라기 불기(Whistle blowing)라고도 하고 양심선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꼭 그 사람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 것 또한 그 지지로 인해 내가 받을 불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불의를 보고도, 부당함을 알고도 침묵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어떤 사람은 권력자의 편에 서서 호루라기를 분 사람을 비난하기도 한다. ‘참 비겁하다.’     


 그런 사람들을 무조건 비겁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어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가르칠 때, 그렇게 말한다.

 세상일에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세상일에는 눈을 감고 살라고.     


 세상일에 눈감고 옳은 말을 하지도 못하고, 옳은 말을 하는 사람 곁에 가 함께 서지도 못하고, 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삶을 오늘도 우리는 살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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