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해 Feb 02. 2024

조금은 남우 사정도 생각해주시야지요

배려가 없는 인생은 베린 인생이다


 “빤히 아는 일을 가지고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역부러 그러시는지는 모르지마는 조금은 남우 사정도 생각해주시야지요.”

토지 3부1권 16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하동 본가에 사는 억쇠가 한양까지 상현을 찾으러 왔다가 온갖 고생을 한다. 상현은 양반댁 도령이고 억쇠에게는 상전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남의 사정도 생각해 주어야한다고 상현을 나무란다.     


 남의 사정을 생각해준다는 것은 ‘배려’다.     


 언젠가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창구에서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출입문 쪽을 무심코 바라보니 어떤 남자가 양손 가득 책인지 서류인지 모를 무거운 물건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간 처지지만 나도 모르게 얼른 일어나서 유리문을 열고 그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잡아주었다.

 누군가 그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 남자는 무거운 물건을 땅에 놓았다가 문을 열고 다시 그걸 들고 들어와야 할 상황인 것이다.  내가 문을 열어주니 그 사람은 환한 얼굴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허리가 아파서 우울하고 찌뿌둥했던 내 마음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허리 아픈 것도 잠시 잊어버리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아주 소중한 경험을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한 작은 배려가 내 마음을 이렇게 환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을 배려하면 타인이 행복해지고 또 나도 행복해진다.      


 다른 사람이 나를 배려해주면 나는 사랑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내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사람이 나를 그렇게 대접해 준데 대해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 사정을 생각해 준다는 것, 다른 사람을 배려해준다는 것은 사랑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남우 사정도 좀 생각해주면서 살아야겠다.

이전 12화 너희들은 어디서 생겨났느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