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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해 Jan 26. 2024

너희들은 어디서 생겨났느냐?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었는데 아이가 생겼다


‘서희도 미소한다. ‘사랑스러운 것들, 너희들은 어디서 생겨났느냐? 하느님이 주셨지, 하느님. 정녕 꿈은 아닐까? 환국이는 이제 여섯 살, 윤국이도 돌이 지났고, 어서 자라라, 어서.’

토지 2부4권 302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돌전에 젖을 떼었는데도 한 번 씩 엄마젖을 빨겠다고 떼를 쓰는 윤국이 가여워서 서희는 빈 젖을 잠시 빨리곤 한다. 길상과 혼인하고 환국, 윤국 두 아들을 낳은 서희는 엄마, 엄마하고 매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너희들은 어디서 생겨났느냐?’고 혼잣말로 묻는다.     


  ‘너희들은 어디서 생겨났느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키워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은 안다. 어느 날 문득 어디서 요렇게 이쁘고 귀여운 존재들이 생겨났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서희는 스스로 묻고 답하기를 ‘하느님이 주셨지, 하느님’이라고 한다.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보면 하느님이 주신 것이고, 우리의 민속에서는 삼신할미가 점지해서 보내준 것이다.(소설 속에서 기끔 절을 찾는 서희가 갑자기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졌을리 없다.여기서는 하늘님 이라는  뜻으로 쓰인듯하다.) 삼신할미는 임신과 출산을 주재하는 생명의 신으로 우리에게 아주 친근하게 느껴진다. 름 자체가 할미인데다가 어릴 때부터 할머니나 어머니로부터 자주 들어본 이름이다.

 어쨌든 아이는 하늘이 주신 것이다.      

 

 나를 닮은 어린 것이 옹알이를 하다가 나를 향해 천사 같은 미소를 날릴 때,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보고 ‘엄마’하고 부를 때, 주는 대로 잘 먹고 기특하게 누런 황금색 똥을 누었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너희들은 어디서 생겨났느냐?’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었는데 아이가 생겼다. 그 아이는 하늘이 주신 것이다. 우리가 한 수고라고는 남자와 또는 여자와 열심히 사랑을 나눈 것 밖에 없다.     


 출산율이 떨어져서 걱정이라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경력단절이 걱정이기도 하고, 몸매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불안, 집값이나 교육비에 대한 부담 등이 젊은이들을 옥죄고 있는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너희들은 어디서 생겨났느냐?’라고 느끼는 벅찬 행복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길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가 아이에게 주는 것보다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게 더 많다는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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