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부뜰이네 군불아궁이는 따뜻하다.
남의 군불에 밥 짓는다더니 그녀는 남의 군불아궁이에서 잠을 잔다. 해질녘이면 부뜰이 아버지가 나와서 자기네 식구들을 위해 군불을 땐다. 군불을 땐 후의 남은 열로 아궁이는 밤새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녀가 추운 겨울밤을 견디기에는 이만한 장소도 없으리라. 다른 집 아궁이는 모두 그 집의 안마당에 있지만 부뜰이네 그 군불아궁이는 한길 가를 향해 나 있었던 것이다. 그 부뜰이네 군불아궁이는 하늘이 그녀에게 내린 마지막 배려다.
산골 마을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눈이 한 번 내리면 무릎까지 오도록 내리고 내린 눈도 쉽사리 녹지 않아서 마을 어귀에는 채 녹지 않은 잔설을 겨우내 볼 수 있다. 낮 시간에는 양지 바른 담벼락 밑이라도 찾아가 졸면 된다고 하지만 밤이면 댓돌 위에 벗어 놓은 고무신까지도 꽝꽝 얼어버리는 혹독한 추위에 한뎃잠을 자다가는 얼어 죽기 십상이다. 그녀가 비록 제 정신이 아니라고는 하나 자기가 살 길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매일 밤 부뜰이네 아궁이에 기어들어가 자고 나온 그녀의 모습은 얼굴이며 온 몸에 아궁이의 그으름이 묻어서 꼴이 말이 아니다. 비녀를 찔렀던 그녀의 머리는 언제나 산발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내가 미쳐······· 저 년이 또 여기다 볼 일을 보았네.’
그녀는 부뜰이네 따뜻한 아궁이에서 잠을 자고 나와 아침이면 그 아궁이 앞에다 볼일을 본다. 부뜰이 아버지 말씀인즉 오갈 데 없는 그녀가 자기네 아궁이 속에 들어가 잠을 자는 것 까지는 참아주겠는데 아침 마다 미친년이 눈 똥을 치우는 일까지 자기가 해야겠느냐며 역정을 낸다. 저고리 고름은 반쯤 풀어져 있고 머리에까지 검불을 묻힌 그녀가 아궁이 근처를 서성이고 있다. 어서 다른 동네로 가버리라고 호통을 치는 부뜰이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무어라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낸다. 부뜰이 아버지가 그녀의 그것을 치우던 삽자루를 휘둘러대며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지르면 그녀는 잠시 피하는 시늉을 하며 달아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날 저녁에도 그녀가 부뜰이네 아궁이에 들어가 잘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다.
부뜰이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부뜰이라고 지은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부뜰이 위로 아들 둘을 이름도 모르는 이상한 열병으로 잃어버리고 셋째만은 꼭 붙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서 이름을 부뜰이라고 짓고 온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주기를 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아들을 부뜰이라고 불러 주면 그 아이의 명이 길어져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것이라는 염원이 그 이름에는 담겨있다. 그런 부뜰이 아버지가 자기네 아궁이에서 추운 겨울밤을 보내는 그녀에게 모질게 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로는 소리를 지르며 역정을 낼지언정 겨울이 다 가고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부뜰이 아버지는 그녀에게 자기 집 아궁이를 내어줄 것이다.
그녀는 하늘이 부뜰이네 집에 보내준 천사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거친 성정을 가진 부뜰이 아버지라 할지라도 사람 목숨이 중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음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쯤이면 산골 마을의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들에 나가 일을 마치고 돌아 올 남정네들을 기다리며 집집마다 저녁밥을 짓는다. 가마솥에 뜸이 들고 있는 구수한 밥 냄새가 진동을 하면 동네 걸인들이 철사를 구부려 손잡이를 만들어 단 깡통을 팔목에 걸고 우리 집 부엌 쪽문 앞을 기웃거린다. 몇 몇 걸인들 틈에 그녀의 모습이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일 때도 있다.
‘우리 아직 밥 안 먹었어. 나중에 와아······· ’
이번엔 우리 할머니가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우리 식구들이 아직 밥을 안 먹었으니 이따가 다시 오라고 한다. 우리 집의 대주大主인 할아버지와 다른 식구들을 다 먹이고 나서야 남은 음식을 그들을 위해서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상을 치우고 남은 밥과 반찬들을 걸인들의 밥통 속에 쓸어 담아주면 그들은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녀도 밥술이나 뜨는 어느 집에선가 남은 밥을 얻어먹었는지 아니면 굶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오늘 밤도 또 부뜰이네 군불아궁이를 찾아들 것이다.
‘어··· 어··· ··· 어엉······· 으으··· 으응·······’
어느 날 새벽에 사람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난데없는 울음소리에 새벽잠을 설친 동네 사람들이 이튿날 아침 저마다 한 마디씩 해댄다. 저 미친년이 조용히 잘 것이지 동네 시끄럽게 한다며 눈을 부라린다. 그녀는 왜 이따금씩 그렇게 처절하게 울어댔을까. 송아지를 소장수에게 팔아 버린 날 그 어미 소가 밤새 울어대는데 그런 종류의 울음은 아니었을까. 동네 어른들 이야기로는 남편이 혁대를 풀어 그녀를 마구 때렸는데 귀 부분을 잘못 맞아서 그녀가 미치게 되었고 집을 나와 떠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미친년이 머리 풀고 거리로 나올 때는 다 그만한 사연이 있는 거 아이겠나·······’ 아이였을 때는 어른들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아이의 엄마로 한 지아비의 지어미로 살아온 세월이 나를 가르치는지 그 시절 그녀의 삶이 얼마나 절박했을지 이제야 느껴진다.
그런데 가끔은 동네 사람들이 일손이 부족할 때 그녀에게 부탁하면 힘든 일을 대신해 주고 밥을 얻어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정말 미친 것이었을까. 동네 사람들은 미친년이라며 더러는 귀찮아하기도 했지만 그녀가 연명할 수 있도록 찬밥덩이라도 먹이고 군불아궁이의 온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
추운 겨울밤에 그녀가 들어가서 자고 나오던 그 따뜻한 군불아궁이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