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저울 금은방 저울

by 은해


금은방 저울은 방앗간 저울이 늘 못마땅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무심할 수가 있는지요. 지난밤 말다툼으로 금은방 저울은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생각할수록 속상해서 낮 시간 내내 벼르고 있었습니다. 방앗간 저울이 퇴근해서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다시 한번 따져보고 잘잘못을 가려보아야겠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퇴근해서 들어오는 방앗간 저울의 얼굴을 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편안한 얼굴입니다. 아니! 그러면 온종일 나만 속상해하며 속을 끓였다는 말이야? 나 참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방앗간 저울은 아직까지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금은방 저울을 보고는 그만한 일로 뭘 그러느냐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무시해버립니다. 방앗간 저울은 오히려 금은방 저울의 속이 좁음을 나무라는 말투입니다. 금은방 저울은 더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어서 울어버립니다. 어쩌면 사람이 그럴 수가 있느냐며 속사포를 쏘아댑니다. 금은방 저울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방앗간 저울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냉전 모드로 돌입합니다.

금은방 저울은 다시 한번 후회합니다. 결혼을 잘못한 것이라고.


방앗간 저울도 금은방 저울에게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금은방 저울은 자동차 운전을 할 때면 반드시 출발하기 전에 안전벨트를 잘 매고 운전을 시작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차를 완전히 정차시킨 다음에 안전벨트를 풀거든요. 그런데 방앗간 저울이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서 보면 방앗간 저울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출발을 합니다. 출발을 하고 저만치 가다가 슬슬 정말 슬슬 안전벨트를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차를 완전히 세우기도 전에 주차장 입구에서 벌써 안전벨트를 풀어버립니다. 금은방 저울은 방앗간 저울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안전벨트는 꼭 출발하기 전에 매도록 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하지만 방앗간 저울은 그런 말은 듣기 싫은 잔소리쯤으로 치부하기 일쑤입니다. 대답은 알았다고 하지만 나중에 보면 또 그런 행동을 하지요.

그러면 금은방 저울은 방앗간 저울에게 화를 냅니다. 어쩌면 사람이 그럴 수가 있느냐고. 옳은 소리는 좀 들으라고. 남의 말을 그렇게 무시할 수가 있느냐고. 방앗간 저울은 또 말합니다. 아 아 알았다고. 그러면 금은방 저울은 방앗간 저울에게 물어봅니다. 알았다면 무얼 알았는지 알게 된 것 세 가지만 말해보라고.

이번에는 방앗간 저울이 금은방 저울에게 화를 냅니다.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방앗간 저울도 생각합니다. 결혼을 잘못한 것이라고.

한 참이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들은 결혼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저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요. 금은방 저울은 방앗간 저울이 못마땅하고 원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상대를 고른 것만 같아서 헤어질까 하는 고민도 했었습니다. 선을 보고 서둘러 결혼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더 오래 사귀어보고, 겪어보고 나서 결혼했어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앗간 저울도 고민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방앗간 저울이 느끼기에는 별 일도 아닌 것을 금은방 저울은 사사건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따져보자고 덤비니 난처한 적이 많았습니다. 어떨 때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금은방 저울의 비위를 맞추느라 억지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혼 전 곱고 순종적으로 보이던 금은방 저울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방앗간 저울은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인지 갈등하기까지 했습니다.

10년, 20년, 30년이 흐른 후에야 그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아 저 사람은 방앗간 저울을 가졌으니 이렇게 사소하고 세밀한 감정까지는 잘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아 저 사람은 금은방 저울을 가지고 있으니 작은 일에도 마음 아파하고 속상할 수 있겠구나.’하고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저울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어떨 때는 오히려 서로 다른 저울을 가지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식을 낳아 기르며 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데는 똑같은 저울 두 개 보다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저울을 가진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방앗간 저울과 금은방 저울은 이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오늘도 저 방앗간 저울 하는 양 좀 보세요. 샤워를 하고 사용한 젖은 수건을 침대 위에 그냥 던져버리네요.

금은방 저울이 중얼거립니다. ‘에구, 속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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