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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줌 Aug 31. 2021

유재석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철학으로밥짓는여자(4)


유재석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국민 MC 유재석. 우리나라 사람 치고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명실상부 최고의 MC이자 방송인인 그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무엇이 중년의 그가 여전히 정상의 자리에서 꾸준히 MC로서 활동하게 하는 요소인지, 그리고 무엇이 잘생기지도 않은 그를 돋보이게 하고,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되는지 궁금했다.








무명시절 유재석은 관상가들로부터 ‘복 없게 생긴 얼굴’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까놓고 말해서 그의 맨 얼굴은 호감형은 아닌 게 사실이다. 입도 유별나게 튀어나은 게 거슬리기도 하고, 안경을 벗으면 유난히 밉상인 눈과 얼굴은 부조화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개그맨이라 말은 재미있게 했겠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성공을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8년이라는 긴 무명시절을 보냈던 걸 보면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재석을 안다고 말한다. 그의 이름을 알고, 그의 나이와 가족관계를 알고, 그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과 그 속에서의 역할을 안다. 그가 어떤 인품으로 사람들을 대하는지 알고, 어떻게 사람들을 챙기는지도 알고 있다. 그렇게 잘 아는 사람 유재석. 그래서 유재석에 대한 마음은 마치 옆집 아저씨나 친구, 혹은 동생처럼 친근하다. 그 친근함으로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무한 시청하며 그와 더 가까워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우리가 아는 유재석은 그게 다일까? 실제 우리가 안다고 말하는 건 누구나 오래 지켜보면 알 수 있는 그런 모습들일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건, 그런 것만으로 반백 살인 그가 그 자리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한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다. 그에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무언가가 분명 있는 게 틀림없다.









이쯤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유재석의 어록을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해라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아라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왜곡된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라


-뻔한 이야기보다 펀(FUN)한 이야기를 해라


-말을 혀로만 하지 말고 눈과 표정으로 말해라


-입술의 30초가 마음의 30년이 된다


-혀를 다스리는 것은 나지만, 내뱉어진 말은 나를 다스린다


-칭찬에 발이 달렸다면 험담에는 날개가 달려있다










그가 했다는 명언과 같은 말들은 정말 많이 있다. 그중 가장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말들이 이것이다. 그런데 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에 관한 어록이 특히 많은 걸 보면 유재석이 ‘말’에 신경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짐작이 간다. 처음에는 말 많은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말을 조심했을 것이고 정상에 올라서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조심했을 거라 짐작이 된다. 그러나 꼭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을 것 같다.




그의 어록에 의거하며 말을 하자면, ‘귀를 훔치는 대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하기’ 위해 그는 재미있게 웃고 떠들다 지나면 잊어버리는 가벼운 말 대신 동료나 게스트의 마음을 알아주고 마음을 만지는 말을 했다. 그것은 내 기준과 내 눈높이가 아닌 상대의 기준과 그의 눈높이에 섰을 때 가능한 일이다. 마음은 마음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즉, 내 마음이 겸손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론과 기술, 혹은 내 의지와 생각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진리를 가슴에 새기고, MC임에도 말을 독점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그가 사람들의 심리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떤 자리에서건 리드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마이크를 잡고 진행해야 하는 사람이 말이 없다는 건 실패를 뜻하기도 한다. 자칫 프로그램을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말을 독점하려 하지 않았다. 그만큼 MC로서 진행에 자신이 있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참여자들의 입장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이 있어야 그들이 적극적으로 마음을 연다는 걸 그가 본능적으로 알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역시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왜곡된다’는 어록은 그의 인품과도 맞닿아 있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느덧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젊었을 때는 불의에 항거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불합리하거나 폄하된 평가를 받으면 분노하기도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런 일 저런 일 겪다 보면 어느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의 심정으로, 항거하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실질적인 방법을 행동에서 찾게 되고, 불합리하고 폄하된 평가에도 그 자리에서 분노를 쏟는 대신 돌아와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을 돌아본 뒤 그에게 가서 조목조목 설명하여 말로서 그를 부끄럽게 할 수 있다. 이게 나이 듦이다. 그에게서 이런 원숙미가 보이는 것은 나뿐일까.




‘입술의 30초가 마음의 30년이 된다’는 말은 나 역시 누누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외향적이고 직관형의 성격은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말을 감정대로 내뱉고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내향에 감각형 성격은 떠오르는 말을 일단 삼킨 다음 걸러서 신중하게 말을 한다. 그런 내향 감각형에게 외향 직관 형식의 자기표현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간혹 심하게 상처가 되는 말은 평생을 가슴에 담고 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정말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긍정의 메시지 역시 30년을 기억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한 마디 말이 가진 힘과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것을 알고 말을 하는 그의 언어습관이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구나 싶은 대목이다. 이 말은 ‘혀를 다스리는 것은 나지만, 내뱉어진 말은 나를 다스린다’는 말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는 말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았았던 것 같다. 그래서 평생 말조심을 해왔을 것이다. 한 번 뱉어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데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기에, 여기서는 말이 가진 긍정의 위력에 대해서도 한 말씀하고 싶다. 말이 가진 힘을 긍정적으로 사용하여 성취와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기 때문이다. 스콧 애덤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만화가이다. 무명시절에 그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꿈을 머리에 그리며 상상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그 꿈을 짧은 한 문장으로 다듬어서 날마다 15번씩 썼고 그것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 결과 머지않아 미국을 대표하는 웹툰 작가가 되었다. 그 후 다시 ‘세계적인 웹툰 작가’를 꿈 꾸며 그 꿈을 날마다 15번씩 적었다. 그리고 그가 그린 캐릭터는 현재 그의 이름보다 더 유명해져 있다. 인류학자이자 탐험가였던 존 고다드 역시 열일곱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 목록 127가지를 작성해 평생 가지고 다니며 확인했고, 그중 죽기 전까지 114개를 달성했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생각하는 사람, 그것을 기록하여 확인하는 사람, 나아가 자신의 꿈을 자주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굳이 말을 안 해도 분명하다. 꿈을 생각만으로 남겨두면 실현 가능성이 미미하지만 기록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수반하므로 실현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성취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주입하며 성취와 성공에 대한 자기 암시를 한다. 나아가 그것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나누며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공확률을 높인다. 결국 내가 입 밖으로 꺼내놓은 말들은 역으로 나를 붙들어 매어 나를 그 말의 목적지를 향해 끌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우리는 '자기가 말한 대로 된다'라고 하는 것이다.








유재석은 분명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자기 기준과 자기 입장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의 기준과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말을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다.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은 말에 대한, 인간관계에 대한 자기 기준이 명확한 것이고 그것은 나아가 사람에 대한 아주 따뜻한 이타심과 존중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그의 말의 습관에는 그가 평생을 추구하며 지켜온 그의 가치관과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유재석, 그가 존경스러운 것은 비로 이 부분이다. 그가 평생 지켜온 그의 가치관과 철학이 자신을 향해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타인을 향해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말이라는 그릇으로 조심스럽게 담아냈다는 것! 그것이 50세 꽃중년인 그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인 것이다.


오늘도 나는 ‘런닝맨’과 ‘놀면 뭐하니?’, ‘유 퀴즈 언더 블록’을 보고, 몇 년 전 끝나 한참 철 지난 ‘무한도전’을 무한반복 시청한다. 유쾌하고 따뜻한 그를 보며 오늘도 기분 좋게 웃어본다. (Written by 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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