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줌 Sep 18. 2021

바람을 맞는 법

(시) 백만년쯤잠들었다깨어나고싶다


바람을 맞는 법





나 여기 있어요

바람이 서성서성 거니는 길목

빈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저 눈물이 흘렀는데

계절 탓이죠

그저 바람 앞에 서 있었는데

그리움에 목이 메어와요




거기 날으는 나비는

날갯짓도 빠르고 경쾌했어요

바람도 타고 산맥도 가르며

연이어 떼 지어 날아갔어요

아이처럼 소년 하나 오도카니 서서

님 가버린 곳 바라보았어요




어쩜 이렇게 보고픈 얼굴들

어쩜 이렇게 그리운 얼굴들

다 적을 수 없어

신은 우리에게

바람 앞에 서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요




등지지 말고

가슴을 열 것

눈 뜨지 말고

온 얼굴을 들이밀 것

가만히 서서

님을 끌어안듯

세월에 나를 던지듯

초연하게 서서

눈물 흐르기 전

얼른 돌아서 올 것




사랑이 오기 전

얼른 돌아서 길을 갈 것

그리 할 것




사랑아

그리할 것




바람이 주춤주춤 지나는 길목

나 여기 있어요




#백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김봄 #유니줌 

신안 증도 석양

작가의 이전글 가을 애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