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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줌 Oct 26. 2021

나를 버려주오-1

(시)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나를 버려주오>-1




여보시오

누가 나를 붙잡아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온몸을 꽁꽁 묶어

바다에 던져버리시오




누가 나를 붙들어

두 손을 꽁꽁 묶고

온몸을 줄로 돌려

깊은 바다에 던져버리시오




배를 띄워

큰 배를 띄워

넓은 대양이나

수평선 넘어 큰 바다로 나가

힘껏 들어

나를 던져 버리시오




나는 내려가며

상어와 얘기하고

고래와 얘기하고

며칠을 내려가며

친구들을 만나겠지




마침내 도착한 해저에 누워

비로소 나는 나를 놓고

내 영혼을 바라볼 수 있을 거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그곳에 누워

비로소 나는 나를 풀고

내 몸이 썩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요




오랜 후

누가 묻거든 그리 말하시오

연자 맷돌 달아 던지지 못하였다고,

다만 그것이 미안하였다고.




그리고 잊으시오

이 땅에 바람 불고 햇볕 내리쬐면

해 아래 새 것 없듯

방랑자 여전히

거친 사막길 회전(回轉)하고 있으리니.



삽화 고현경 화가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나를버려주오 #김봄 #유니줌 #삽화_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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