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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줌 Dec 08. 2021

생일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생일  



        

어린놈 생일이면 어미는

새벽같이 일어나

미역 불리고 소고기 볶아

감칠맛 나는 국을 끓이겠지


그런 날은 흰쌀밥 소복하고

몇 가지 나물 정도 뚝딱 무쳐

금세 한 상 정갈하게 차려내지     


가끔 미리 불려놓은 쌀로 떡도 짓고

상머리 둘러앉은 식구들

생일상 주인을 향해

말없이 대견해하는 아침    


바삐 일터로 가는 아비

어깨는 한껏 다정하고

싱겁게 머리 훑고 가는 누이의

잔 손길도 정겨웁고

어서 학교 가라

엉덩이 툭툭 쳐 떠미는 어미의

찡그림마저 정다운 날     


가방을 둘러매는 아이의 등 뒤로

아비가

어미가

누이가

덩달아 따라가는 아침     


그래서 그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들

내 딸에게 줄 수 있을까

싶어 눈물이 나는 오늘



#생일_유니줌 #김봄 #기윤희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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