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도는 일상 속 무료함을 달래주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매일 익숙한 행동을 한다. 중독된 듯한 카페 방문은 나를 환기시키는 일 중 하나이다. 원두향으로 가득한 장소로의 초대는 누구의 허락을 요하지 않는다. 자신이 자신을 이끌고 초대의 장소로 이끌리듯 걸어 들어간다. 모든 물건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는 곳, 최상의 장소를 고를 수 있는 권한, 가장 좋아하는 음료와 디저트를 고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초대되기도 초대하기도 한다. 그렇게 맞이하는 것들과의 시선의 교감은 새로운 감정들을 생성해 준다. 굳이 카페라는 공간으로의 초대가 아니더라도 커피는 장소를 불문하고 잠시 머물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으로 초대해 준다. 차 안에서 마주하는 그도, 길을 걸어가는 순간에도, 누군가와 생각 속에서 만나는 일은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난다. 보이지 않는 초대의 순간은 잠시 나를 쉬게 해 주기도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참 좋다. 지친 하루의 단비와 같은 그의 초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나에게 필요한 하나의 의식이 되어가고 있다.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의 초대에도, 비가 오는 우산 속 초대에도, 벚꽃이 흩날리는 도서관 벤치 위로의 초대에서도 내 손에는 커피와의 동행이 있었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내가 그와 동행하며 삶의 낮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향기에 취한 날도 있지만 마주하는 자체만으로 든든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그가 참 좋다. 매일 초대하고 초대받는 관계 속에서 그와 나는 팔길이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며 속삭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시며 음미하는 길 위에 퍼져나가는 향에 취하듯 편안함을 선사해 준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그와의 초대 속으로 스며든다. 쓰디쓴 에스프레소는 강렬하지만 때론 만나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해 준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라테는 지친 나를 위로해 준다. 평범한 아메리카노는 늘 한결같아 자주 초대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한 곳에서도 다양한 이들과의 만남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나의 모습에서 각양각색의 빛깔과 모양으로 탄생하는 그의 매력 속으로 푹 빠져버린다. 그래서 참 좋다. 그와의 동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