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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에 대하여

-게으름

by Sapiens


<am.5:50>



게으름에 대하여



살다 보면 일상이 주는 무료함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마음의 고요가 찾아왔을 때,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우린 잡음을 내는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어떤 일도 하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을 맡겨본 적이 있다면 그 고요함이 치열한 또 다른 무엇일 수 있음을 알 수도 있겠다. 예전에 강박처럼 무언가를 행해야만 한다는 생각 속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흘러가다 찾아드는 내면의 휴식을 반갑게 맞이하는 편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찾아온 게으른 감정을 두 손으로 맞이한다. 클래식 음악을 켜고 한없이 고요 속을 항해한다. 때론 헝클어진 모습으로, 때론 세상 편안한 자세로 나만의 공간을 유영한다.


생각을 지배하는 잡념에서, 휴식을 방해하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를 차단한다. 마음의 암막 커튼을 치고 어둠 속 세상으로 걸어간다.


한 참을 걷다 보면 다시 한줄기 빛으로 안내하는 누군가의 울림을 듣게 된다. 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쳐진 암막커튼 사이로 작은 빛이 새어나고 있다. 일어나 커튼을 제치고 세상 속으로 걸어간다.


게으름은 평온함으로 안내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작은 이벤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너무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를, 찾아드는 공허함을 쌓아두지 않기를, 나태하다는 감정을 걷어낼 수 있기를, 오히려 찾아든 게으른 생활을 맘껏 즐기며 충전의 시간으로 메꾸어보길 바라본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무의미함이란 없다. 찾아드는 생각의 파편들이 자신을 지배하며 혼돈 속에 가두고 있을 뿐이다. 생각의 노예에서 벗어나 주인이 된다면, 떠오르는 잡념들 속에서 지배당하지 않는다면 순간순간 찾아드는 생각들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라는 고놈은 흘러가는 구름과 같은 녀석이다. 그러니 게으름이라는 감정에 너무 자신을 가두지 말고 게으름 속에 흠뻑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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