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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움

-어느 날 갑자기

by Sapiens


<am.5:50>



당황스러움



누군가의 방문이 항상 유쾌한 일은 아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마주하는 소나기는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순간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곤욕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색하고 당황스러운 상황과 맞닥뜨리는 순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 하나로 함께 길을 걷다 보니 한쪽 팔과 가방이 흠뻑 젖는 일이 발생했다. 조금은 신경 쓰이는 순간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걸었다. 공항버스를 타고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긴 여정 속에 딸이 동행하며 챙겨주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삶도 불현듯 나타나 홀연히 사라지는 감정들이 순간을 지배하고 있다.


다양한 감정들을 펼쳐 보이며 내색하고 펼쳐 보이기도 하지만 그 감정에 숨어 현재 생성되는 감정을 외면하기도 한다. 순간의 감정을 오롯하게 느껴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래야 자신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 놓이게 된다. 그 당황스러움은 자신을 시험해 보는 시험대가 되어 상황을 조작하도록 유도한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제주의 날씨 또한 짙은 먹구름 사이로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쏟아질 것만 같다, 그 무엇도 때가 존재하듯 아직 퍼붓고 있지는 않다. 비가 갑자기 내려서 당황스러움보다 이 시각 이후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으로 자신을 옥죄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볼 수 있기를,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휘둘리지 않기를, 당황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평온한 감정들의 방문들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 마음의 일렁임으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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